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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사람은 할 수 있다.

마가복음 허태수 목사............... 조회 수 2190 추천 수 0 2012.04.14 23: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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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막9:14-29 
설교자 : 허태수 목사 
참고 : 춘천성암교회 http://sungamch.net 
믿는 사람은 할 수 있다.
막9:14-29
2010.1.24

어떤 사람이 자기 아들을 예수님에게 데리고 왔습니다. 그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귀신이 들려 있었습니다. 아이의 증세를 보면(17-18절) 마치 간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요즘처럼 병. 의학이 발달되기 이전이니까 웬만하면 귀신이 들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의 기록자는 그렇게 무턱대고 '귀신 들렸다'고 하는 거 같지는 않습니다. 마태복음 17:15절의 이야기에서는 이 아이의 병명을 '간질병'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마가복음을 쓴 이는 뭔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이의 상태를 그저 '간질병'이라고 하지 않고 '귀신들렸다'고 하는 것은, 이 아이의 비참한 처지를 절실하게 드러냄으로 그 원인을 밝히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아이의 이 고통이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기인한 게 아니라 사람이나, 환경과 같은 외부로부터 생긴 것이라는 고발인 셈입니다.

아이의 증세는 복잡합니다. 그 아이를 사로잡은 귀신은 '말을 못하게 하는 귀신'이라고도 하고, '벙어리, 귀머거리 귀신'이라고도 불립니다. 그 귀신은 아이를 죽이려고 여러 번 물속에 던지기도 하고, 불속에 던지기도 합니다. 신체적인 고통뿐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상황도 아주 나빴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고 하니 아주 고질적인 것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 아이의 이와 같은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고통이 본인 스스로의 문제거나, 그 아이의 부모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시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나 부모의 죄를 묻지 않고 그저 "벙어리, 귀머거리 귀신아, 내가 너에게 명한다. 아이에게서 나가라. 그리고는 다시는 그에게 들어가지 말아라"(25)합니다.

예수님은 그 귀신의 정체를 분명히 밝히는데서 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정체로부터 아이를 분리하기 시작합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를 사로잡고 있는 귀신을 '말을 못하게 하는 귀신'이라고 했지만 예수님은 '벙어리, 귀머거리 귀신'이라고 그 정체를 분명하게 합니다. 그러면 이 귀신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저 사람을 벙어리로 만들고 귀머거리로 만드는 어떤 병마를 말하는 걸까요?
그 귀신에게 붙여진 다른 이름은 무엇인가요? 그렇습니다. '더러운 귀신'입니다(25). '더러운 귀신'이라는 이름은 복음서 여러 곳과 사도행전에 나옵니다. 거라사의 귀신들린 사람도(막5:1-20)'더러운 귀신'이었습니다. 이 귀신을 내 쫓을 때도 예수님은 귀신의 이름을 물었습니다. 그 귀신은 자신의 정체가 '군대'라고 하였죠. 그들의 수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정체가 밝혀진 다음에는 귀신들은 힘을 쓰지 못하고 도망을 갔습니다. 그렇습니다. 돼지 떼에게 들어갔죠. 그러니 그 귀신이 사람에게 붙어 있는 동안에는 얼마나 그가 고통을 당했겠어요.

자, 이 두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이른바 '더러운 귀신'이라는 것은 어느 특수한 귀신을 일컫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 귀신은 그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어떤 악마적인 실체나, 사회 전반에 만연된 어떤 병리 현상과 같은 것입니다. 그 실체를 포괄적으로 말할 때 '더러운 귀신'이라고 하는 것이고, 개개의 경우에는 '벙어리, 귀머거리 귀신'이라고도 하고, '군대 귀신'이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거라사 귀신에서 보듯이, '더러운 귀신'은 식민지 백성을 강제로 지배하는 군대와 연관이 있습니다. 이미 팔레스틴은 이 당시 70여년 가까이 로마가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식민지배를 받게 되면 백성들은 전 사회적으로 정신병이 만연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일제시대, 6.25전쟁이후의 참상이 가져다주는 것은 단지 물질적인 폐허만이 아닙니다. 그리고 부녀자와 아이들이 격어야 할 참혹한 일들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습니다. 막7:25에 나오는 수로보니게 여인의 딸도 '더러운 귀신'이 들려 있었습니다. 행8:7의 중풍병자와 지체장애인들도 '더러운 귀신'들린 사람들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루살렘 근방의 많은 사람들이 이 '더러운 귀신'에 시달렸다고 사도행전 5:16에 증언합니다. 얼마나 이 폐해가 컸으면 예수님이 열 두 제자를 보낼 때 첫 번째 사명이 '더러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었겠습니까?(마10:1).

예수님이 그 더러운 귀신에게 '다시는 그에게 들어가지 말라'고 한 것은, 그 귀신이 아주 끈질겨서 한번 쫓아내도 다시 돌아오곤 했기 때문입니다. 거라사의 귀신 들린 사람 이야기에서도 더러운 귀신은 그에게 오래 머물기를 원합니다(막5:10). 그것을 허락지 않으니까 마침내 애꿎은 돼지들을 희생시키는 시위를 합니다. 귀신이 나갔다가 더 악한 귀신 일곱을 데리고 들어온다는 이야기에서도 그 귀신은 '더러운 귀신'입니다(마12:43, 눅11:24).
그러므로, 이런 귀신을 쫓아내는 예수님의 행동은, 어떤 초월적인 능력으로 병을 낫게 하거나 이적을 일으키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런 악마적인 실체를 분명하게 밝히고 그것과 정면 대결을 하여, 그것에 희생된 사람을 구해내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더러운 귀신의 정체를 밝혀서 내쫓기 이전에 먼 저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아이의 아버지에게 믿음을 요구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오늘 우리가 다룰 질문과 답도 여기에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과연 아이의 아버지에게 요구한 그 '믿음'이라는 게 뭐냐는 것입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예수님에게 뭐라고 했습니까? "하실 수 있으면,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도와주십시오."(22). 이 한마디에서 그가 어떤 심정으로 예수님을 찾아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식을 더러운 귀신에서 구해 내려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았습니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그랬다고 하니, 용하다는 데는 다 다녀보았을 것입니다.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던 여인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절망 상태입니다. '할 수 있으면' 이라는 아이 아버지의 말은 '예수의 능력을 믿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그가 해온 아들을 위한 수고에 비추어진 말인 것입니다. 늘 '할 수 있다면'하는 마음으로 거기까지 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판판이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지금 불안 한 겁니다. 예수님인데도 그런 겁니다. 지금까지의 결과가 그걸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이걸 놓치지 않습니다. 아이 아버지가 갖고 있는 불안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아버지는 여태 '할 수 있으면'하면서 이사람 저 사람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예수님의 제자들을 만났고, 예수님 앞에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역시 '할 수 있으면'하고 부탁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지금까지 전혀 듣도 보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된 것입니다. "'할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사람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23).

마지막으로 예수님에게 희망을 걸고 나와서 조심스럽게 부탁을 했는데, 그 예수님으로부터 뜻밖의 대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아버지가 기대하는 것은 '그래 내가 해 주마'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한 발 빼려는 듯한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그동안 아들에 대해서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저기 용한 사람을 찾아 가서 아들을 내보이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오히려 자신의 믿음 없음을 문제 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불안한 마음이 문제라는 식으로 말씀을 하시는 거였습니다. 예수님이 그를 대신해서 아들을 고쳐 줄 줄 알았는데, 예수님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믿는 사람'이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자니까 할 수 있고, 예수님이니까 할 수 있지만, 자신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당신이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믿는 사람은 할 수 있다'는 말은 '바로 당신이 할 수 있다'는 말인 것입니다.  

나중에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로 만났을 때 왜 자기들은 귀신을 내쫓지 못했느냐고 묻지 않았습니까? 그때 예수님은 기도가 아니고는 그런 부류를 내쫓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29). 여기서 '기도'는 어떤 주문이나 문장이 아닙니다. '믿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일과 기도는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마태복음에서는 오늘 이 이야기를 '기도'라고 하지 않고 '겨자씨만한 믿음'이라고 했던 것입니다(마17:20). 여기서 말하는 '믿음'은, 그 끈질기고 악랄한 더러운 귀신을 반드시 내 쫓고 아이를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인 것입니다. 이 믿음 없이는 그 귀신과 싸워 이길 수 없습니다. 더 많이, 더 끈질기게 머물러 있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되었나요?
아이의 아버지가 즉시 알아챘습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내가 믿습니다. 믿음 없는 나를 도와주십시오." 이 말이 나오기 전까지 예수님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귀신을 쫓아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을 때, 예수님은 더러운 귀신을 쫓아 내셨습니다. 그 기적은 예수님이 홀로 일으킨 게 아닙니다. 그 아이 아버지와 더불어 일으킨 것입니다.  

얼마 전에 국민일보에 레너드 스위트라는 미국 드루신학교 교수의 글이 실렸습니다. 큰 제목이 [상자에서 벗어나야 할 교회]였습니다. 하나님은 교회  안에서보다 교회 밖에서 역사하시길 바라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회 일'과 '교회의 일'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 일'이란, 말 그대로 교회를 유지해 나가기 위한 교회 내부에서의 작업을 말하는 것입니다. '교회의 일'이란, 세계에서 또는 세상에서 그 사명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더러운 귀신을 쫓는 일은 교회 안에서, 상자 안에서 예수님만 할 수 있는 초월적인 능력행위가 아닙니다. 오늘 예수님은 그 아이의 아버지에게 [믿음]을 묻고, 그 [믿음]을 동력으로 아이의 질병을 고쳐줌으로써, 삶 속 어디서나 등장 할 수 있는 더러운 귀신들과 대항하여 싸워 이길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예수님이 주창하는 '하나님 나라'와도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고, 이런 삶을 세상 속에서 살 때 '하나님의 일'과 '하나님의 나라'를 성취해 가는 것입니다. 예수를 믿는 사람들마다 모두 이런 기적을 일으키고 살 때 결국 '상자에서 벗어나는 교회'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 속에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우리들 더러 이런 기적을 행사하라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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