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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를 세차하는 사람은 없지만

이주연 목사............... 조회 수 6208 추천 수 0 2012.05.04 14:17:44
.........

 

'렌터카를 세차하는 사람은 없다.'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의 말이다.
 
이 말은 내 것과 남의 것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소유한 것에만 신경을 쓴다.
일단 자기 것이 돼야 애착을 갖고 소중하게 여긴다.
남의 것에는 대접이 야박하다.
 
지난 주말 멀리서 혼자 학업을 하는 큰 아이가 오랜만에 집에 왔다.
타지 생활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토로하는 아이의 이야기로 거실이 시끌벅적했다.
아이가 혼자서는 시켜먹기 힘든 자장면이 먹고 싶다고 해 중국음식을 배달시켰다.
'후후룩' 면을 빨아올리는 소리가 경쾌했다.
 
점심을 다 먹고 아내가 주섬주섬 빈 그릇을 챙겨 부억으로 갔다.
뒤통수에 대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밖에 내놓지 어딜 가져가노?"
"좀 닦아서 내 놓게요."
"자장면 그릇은 원래 그냥 내놓는기다."
"씻어놓으면 문앞이 훤해요."
 
결국 아내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깨끗이 닦인 자장면 그릇이 현관문 앞에 크기순으로 정돈돼 놓였다.
하얀 자장면 그릇히 따사로운 햇살에 반짝였다.
 
가끔 길을 가다 문 밖에 내놓은 빈 자장면 그릇을 볼 때가 있다.
덮어놓은 신문지가 바람에 날려 어지럽게 포개둔 더러운 그릇이
반쯤 고개를 내민 모습은 보기에 썩 좋지 않다.
 
저 그릇에 또 다른 음식이 담겨 내 집으로 배달되고,
그 음식을 내가 먹을 거라고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렌터카를 세차해서 돌려주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장면을 먹고 그릇을 잘 씻어 내놓는 아내는 있다.
 
내 것이 아니라도 약간의 수고로
남의 것을 빛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내를 통해 배웠다.
 
그날 아이들과 함께 먹은 자장면은 왕후장상의 식사보다 더 근사했다.
빈 배만 채운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작은 배려로
생각과 마음까지 채운 귀한 양식(糧食)이었다.   
<김인숙 님께서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최승현 님의 "렌터카를 세차하는 사람은 없지만"
샘터 2011 6월호>
 
*하루 한단 기쁨으로
  영성의 길 오르기*

 
가난한 마음에 이르고자 하면
열심히 살되 욕심은 버려야 합니다. <연>

 

<이주연 산마루서신 http://www.sanlet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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