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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100】일단 저질러!
결혼하기 전 한동안 신문배달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자세한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직장에서 짤린 뒤로 무엇이라도 해야 될 절박한 처지였던 것 같습니다. 밤새 고민을 하다가 신문배달이 생각났습니다. 동네 골목길에 붙어있던 '배달원 모집' 광고가 생각났던 것이지요. '우선 신문배달이라도 하자' 하고 한숨도 못잔 상태에서 새벽녘에 한겨레신문 지국에 찾아갔습니다. 지국장은 갑자기 새벽에 불쑥 나타난 저를 못미더운 눈으로 보더니 낮에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퇴짜' 라는 걸 직감적으로 눈치챘지요. 그때 밖에서 신문을 분류하고 있던 다른 분이 "호계동 지역 배달하는 분이 갑자기 오늘부터 못 한다네요. 큰일났네... 오토바이를 탈 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저도 모르게 "제가 할께요. 저 오토바이 탈 줄 알아요" 그리고는 밖에 나가 눈에 뛰는 오토바이에 신문뭉치를 막 실었습니다.
당황한 지국장은 "어. 어. 누가 하라고 했어요? 허 나 참. 그럼 오늘 하루만 한번 해봐요." 그렇게 마지못해 허락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오토바이를 타본적이 없었습니다. 시동을 걸 줄도 몰랐고 브레이크 밟을 줄도 몰랐습니다. 어디에 배달을 할지 알려주겠다는 총무를 따라 호계동 지역 첫 번째 골목을 돌고 나오면서 오토바이가 엎어져 무릎이 팍 깨지고 백밀러가 날아갔습니다.
총무는 안되겠다고 판단했던지 낮에 다시 알려줄 터이니 일단 지국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비틀비틀 돌아오다가 빨강신호등이 켜진 건널목에서 멈춰야 하는데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고 그만 자가용 옆구리를 박았습니다. 100% 저의 잘못이지요. 그래서 길바닥에 드러누워 얼른 죽은 척 했지요. 그랬더니 자가용 운전자가 놀라서 도망을 쳐버리더라구요.(휴- 큰일날 뻔했네. 하마터면 차값 물어줄 뻔했네.)
지국장은 나의 용감함에 반해(?) 그 후로 한참 동안 신문배달을 하도록 해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일단 저질러! 망설이지 말고! 나의 운명을 상대방의 손에 맡기지 말고 내가 결정하는 거야! 나는 용감한 녀석! ⓒ최용우 201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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