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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107】텔리비전 원시인
오랜만에 어머님을 모시고 광명시에 사는 여동생집을 찾아가 하룻밤 자고 내려왔습니다. 새벽잠이 없으신 어머님이 혼자 일어나 이불까지 갠 다음에 거실벽에 붙어 있는 텔레비전이 보고 싶으신지 여기저기 만져 보셨지만 오메! 켜는 스위치가 없어... 그냥 포기하십니다.
"아침뉴스를 봐줘야 하는디... 아침 드라마도 봐야 하는디.."
리모컨을 찾아 봤지만 안 보여서 저도 어머니처럼 텔레비전에 붙어있는 스위치를 찾았습니다. 맨 아래 오른쪽에 콩알만한 표시로 on 자를 숨겨놓은걸 찾아냈습니다. "55인지 텔레비전에 스위치는 왜이리 작냐?" on을 누른 뒤에 나온 까만 블랙화면에 갑자기 내 눈앞도 캄캄해졌습니다. 신호가 약하다느니 뭘 연결하라느니 하는 메시지에 여기저기 만져보지만 통~ 모르겠습니다. 잠결에 아우가 텔레비전을 어떻게 해보지만 잘 안됩니다. 거실에서 자던 7명을 다 깨워 물어보니 다 텔레비전을 켤 줄 모릅니다.
드디어 텔레비전의 주인인 여동생이 나타났습니다. "나도 몰라. 아이들이 켜주는대로 봐." 여동생도 스위치를 눌러 여기저기 헤매다가 "안되겠다. 사람 불러야겠다."하며 쿨쿨 자고 있는 아들을 깨우러 갑니다.
텔레비전을 앞에 놓고 그거 하나 켜지 못해 8명이 쩔쩔매는 모습이 마치 원시인들 같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처갓집에 가면 거실에 놓여있는 큰 텔레비전을 켜서 볼 줄 모릅니다. 매뉴얼판을 봐도 뭐가 이렇게 복잡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젊은이들 외에 요즘 나오는 최신 기능의 텔레비전을 맘대로 조작할 줄 아는 어른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무리 기능이 좋아도 그걸 조작할 줄 모르면 무용지물입니다.
올 12월달에 아이폰을 만든 에플사에서 '애플tv'가 나온다지요? 아마도 아이폰을 만든 저력으로 봐서... 저같은 디지털 원시인도 그냥 on을 누르면 텔레비전이 쨘! 하고 켜지는 아주 '쉽고 단순한 기능'의 텔레비전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때 그 텔레비전을 꼭 사겠습니다. ⓒ최용우 201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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