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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성녀'라고 부르고 싶다

김복남............... 조회 수 3037 추천 수 0 2012.06.08 15: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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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성녀'라고 부르고 싶다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김복남 전도사/ 연대세브란스병원 원목실, 은광교회

 

"자기야! 이 다음에 다시 태어나더라도 꼭 나에게 와야 해"
죽은 남편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흐느끼는 그녀의 모습은 처절하도록 외로와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고결해 보였다. 나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감싸주면서 이젠 그만 보고 덮자고 했더니 그녀는 다시 남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오열을 터뜨렸다.
"내가 잘못했어! 날 용서해 줘! 날 용서하고 가!"
그녀가 남편에게 뭘 얼마나 잘못했는지는 모르지만 못다한 사랑이 억울했던지 그녀는 용서해 달라고 빌었다.
안치실에서 입관을 끝내고 빈소로 들어서는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 문상객들이 웅성거리면서 모여있었다. 그녀는 그들을 보자 또 한번의 오열을 터뜨렸다. 그들 속에서 장애인으로 살다간 남편의 모습이 다시금 떠올라졌던 것이다.

그녀의 죽은 남편은 하반신마비 장애자였다. 학창시절 아이스하키 선수로 뛰다가 연습중 다쳐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그녀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되었던 것이다. 당시 그녀는 간호대를 갓 졸업한 신졸 간호사였고, 나이팅게일의 순수함을 그대로 닮고 싶었던 시절이었기에 환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도 높았다고 했다. 그래서 고통과 절망 속에 있는 청년 환자를 향한 연민은 사랑으로 성장하여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고 했다. 물론 결혼시 반대도 많았지만 그러나 그 어떤 반대도 그녀의 순수한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 했다.

남의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들의 사랑이 얼마나 갈까? 하고 입방아를 찧었지만 결혼 후에도 그들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정상인 부부들도 10년쯤 살다보면 권태기다 뭐다 하면서 마찰도 있고, 때론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해 사니 안사니 말이 많다. 그런데 그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을 뛰어넘은 숭고한 사랑으로 아무 잡음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았다고 했다.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을 때까지 그들은 사랑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들이 이토록 변함없이 살았던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컸겠지만 그 무엇보다 그녀의 헌신적인 사랑 때문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덮는다고 그녀의 사랑은 남편의 불편한 다리가 별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그 사랑 때문에 남편은 휠체어를 타고도 언제나 당당했다. 비장애인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활기찬 삶을 살다가 간 것이다. 재활학교 교사를 거쳐 이런저런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을 때도 아내는 남편이 원하는 것이라면 말없이 지원해 주었고 사업이 실패로 끝났을 때도 그녀는 또다시 새로운 일을 찾아보자고 격려해 주었다. 그녀의 남편이 장애인들을 위한 의료기 회사를 창립하고 오늘 이름난 회사로 성장시키기까지도 그녀의 수고가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들 부부를 가까이서 10년간 지켜보아 온 사람이다. 그녀가 우리 병원 수간호사로 일하고 있었기에 직장동료로서 그를 대할 수 있었으며, 그녀의 남편 또한 욕창이다 뭐다 하면서 주기적으로 입원을 해서 내 담당 환자로 만날 수 있었고, 입원을 하지 않았을 때도 의료기 판매나 이런저런 장애인 스포츠 사업 때문에 내 옆방인 사회사업실을 들락거렸다. 그래서 나는 자연히 그들과 친하게 되었고, 그들 부부의 사랑에 늘 감탄해 왔던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병원 직원들 역시 그들의 사랑을 전설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빈소에 차려진 영정에는 가죽잠바 차림에 노란 선글라스를 낀 고인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제임스 딘을 무색할 만큼 젊고 멋진 모습이다. 그는 언제나 머리에 젤을 바르거나 아니면 염색을 해서 멋을 부렸고 선글라스도 색깔이 있는 것만 끼고 다녔다. 어쩌면 장애인이라는 자존심을 커버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는지 모르겠다. 하반신이 말라버려 왜소해진 몸을 휠체어에 실었지만 해맑은 웃음은 입가를 떠나지 않았기에,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특별히 장애인들에게서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를 바라보는 많은 장애인들은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싶어했다. 그렇다. 그는 보통의 장애인들은 감히 꿈꿀 수 없었던 화려한 삶을 살다 간 것이다. 장애인들이 불가능하다는 결혼도 했다. 그것도 같은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과, 뿐만 아니라 예쁘고 실력 있는 간호사와 결혼을 했던 것이다. 이 사실 하나만 하더라도 그는 충분한 부러움을 사고도 남았다. 거기다가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거리낌없이 하며 살았다.

아이스하키 선수로서 이루지 못한 꿈을 장애인 스포츠로 대신하며 살았고, 외국에서만 가능했던 장애인 스포츠를 한국에 도입하여 이 땅에 장애인들의 스포츠의 길을 열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연말에는 휠체어 아이스하키 팀을 만들어 일본 원정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그의 이런 노력을 나라에서는 높이 치하하여 지난해 '올해의 장애인 극복상'이라는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던 것이다.

그는 열심히 살다가 갔다. 신앙도 마찬가지로 열심이었다. 입원했을 때는 목요찬양시간마다 빠짐없이 참석해서 찬양했고, 내 찬양 솜씨가 형편없었든지 평소 친분이 있는 복음송 가수까지 불러와서 찬양예배를 도와주기도 했다. 이즈음에는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는 좋은 교회를 만났다고 좋아했다.

그의 죽음은 결코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그는 단순한 하반신 마비가 아닌 지병까지 겹쳐 있었고, 그 일로 수도 없이 입원하고 퇴원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으며 중환실도 세 차례나 들락거렸다. 그런데 그 고비 때마다 아내의 지극한 정성이 기적을 낳아 생명을 연장했던 것이다. 그가 43세의 젊은 나이로 하나님께 갔지만 그의 몸 상태로는 많이 살다간 것이라고 의사들이 말했다. 이 또한 그녀의 사랑이 컸기 때문이었다.
"자기야! 이 다음에 꼭 만나! 하나님께 가서 편안하게 살어. "

영정 앞에서 흐느끼며 우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살아있는 사랑을 보았다. 지천으로 늘려 있는 입에 발린 그런 싸구려 사랑이 아니라 아픔 속에서 잉태한 진주같은 그런 사랑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사랑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보았다. 주어도주어도 마냥 주고 싶은 그런 사랑이 바로 하나님의 사랑이 아닐까?

세상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부부간의 사랑도 조건적인 사랑이 되고 있다고 했다. 살다가 어느 한쪽이 병들면 버리기도 하고 또 병들지 않았다 하더라도 수입이 시원찮으면 갈라지기도 한다고 했다. 예수를 믿은 사람이라도 해서 믿지 않는 사람과 별반 다른 게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각박한 세상에 아직 때묻지 않는 사랑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나는 그녀를 성녀라 부르고 싶다.

(월간 <교회와신앙> 200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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