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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109】아스팔트를 뚫고 나온 도라지
어느 날 동네 골목이 시끌짝 하여 나가 보니 아스팔트를 깔고 있었습니다. 새까만 아스콘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뜨거운 열기가 후끈후끈 하였습니다. 이런 작은 골목길까지 아스팔트를 깔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한달 쯤 지나 영웅이 할머니가 집 앞에 만든 작은 도라지 밭을 우연히 지나가게 되었는데, 세상에! 도라지가 그 두꺼운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와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밭의 일부분이 아스팔트에 깔려 길이 되었는데 미처 캐지 못한 도라지가 아스팔트에 덮였을 것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시커먼 두려움이 나를 뒤덮을 때, 이제는 끝났다 끝났어. 앞이 캄캄할 때, 도무지 돌파구가 없어 보일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어버리고 싶을 때, 현실을 회피하고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을 때, 우리의 밥상에 한 접시 반찬일 뿐인 이 도라지도 포기하지 않고 아스팔트를 들어 올렸음을 생각한다면 좋겠습니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 산골에 백도라지' 하고 부르는 도라지 타령 2절은 '하도 날 데가 없어서 쌍바위 틈에 가 났느냐' 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도라지는 바위틈에서도 날 만큼 대단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아스팔트쯤이야 거뜬히 뚫고 나올 수도 있겠군요.
... 그런데, 도라지를 캘 때가 문제네요. 도로를 팔 수도 없고 거참! ⓒ최용우 201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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