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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113】빵을 굽는 불길
금남약국 약사가 은퇴하면서 약국 문을 닫은 후 그 자리에 파리바게트 빵집이 생겼습니다. 늦은 밤에 연약한 아내가 빵 사오라고 시켜서 말 잘듣는 남팬이 슬금슬금 빵집에 갔답니다.
빵집에는 손님도 없고 늦은 시간이라 빵도 다 떨어져 얼마 없었습니다.
"알고 보면 이 카스테라가 진짜 좋은 빵인데... 재료도 고급재료가 들어가고...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몰른다니까..."
그렇게 혼잣말을 말했는데 직원이 놀라면서 옆으로 다가와 말하네요.
"앗! 빵 만드셨어요?"
"아... 옛날에 가나안제과에서 가마장 했었습니다."
"와... 빵 맛은 가마장 손에 달려 있다고 하던데.."
"흐흐흐 맞아요. 빵 맛은 굽는 불 조절에 달려 있지요"
살던 집 앞에 기독교 회사인 가나안제과라는 큰 빵공장이 있어서 저기 다니면 주일에 일 안하고 매주 교회에 가서 예배를 잘 드릴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무작정 찾아가 그 빵공장에 취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된장~ 빵은 하루 전에 만들어서 다음날 매장에 나간다며 토요일에 쉬고 주일에는 일을 하는거에요. 그래서 "안식굔가?" 하며 그냥 입사하자마자 사퇴서를 냈더니 '주일에 일 안 하는 부서'로 바로 올려 보내주더라구요. 거기가 바로 빵을 구워 내는 부서였습니다. 그래서 빵을 굽다가 가마장까지 했지요.^^ 덕분에 빵을 많이 먹어 몸은 뚱뚱하게 불어버렸고...
빵맛은 굽는 불길에 달려 있습니다. 불길이 세면 쿠키가 되고 불길이 약하면 케잌이 되고... 불 조절이 생명입니다. 아... 불조절이 잘 되어 맛있게 노릿노릿 잘 익은 빵을 골라 사 가지고 집에 왔습니다. ⓒ최용우 201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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