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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101】무엇을 쓸까?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고 한글 프로그램을 열어서 빈 페이지를 펼친다. 준비 끝! 이제 손가락으로 자판을 다가닥 다가닥 치기만 하면 된다.
무엇을 쓸까? 뭐든 단어 하나만 빤짝 하고 지나가면 그걸 불쏘시개로 해서 글을 쓸텐데... 오늘따라 내 머리가 텅 빈 듯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난다. 후우==3=3=3 ~~~ 길게 심호흡을 하고 머리를 흔들어 본다.
오늘 아침에 신문에서 뭘 봤지? 아내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나? 텔레비전에서 본 것은? 글감을 찾기 위해 이것 저것 떠올려보지만 적당한 생각이 안 난다. 책꽂이를 쭉 훑어본다. 손이 가는 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30분이 흘러갔다.
거실에 나가 벽에 대고 물구나무 서기를 한다. 머리에서 글이 안나오니 거꾸로 머리를 박고 온 몸에 있는 것을 머리로 모아본다. 그래도 대갈통만 아플 뿐,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밖에 나가 밭에 물을 주고 있는 영웅이 할머니랑 나라걱정, 대통령 걱정 심각하게 하고 들어온다.
냉장고 문도 한번 열어보고, 훌라후프도 한번 돌려보고 얼른 달려와 책상에 앉아 보지만 역시나 글은... 그렇게 안절부절 3시간이 흘러갔다. 점심 먹고 혹시나 하여 다시 책상에 앉아보지만 역시나 2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다. 오늘은 5시간 동안 글을 한 줄도 못썼다. 에라 모르겠다. 나 오늘 글 한 줄도 못 썼다는 글이라도 쓰자!!! ⓒ최용우 201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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