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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십자가 대신 卍… 교회가 사찰로 바뀌었네
교회에서 사찰로 바뀐 서울 동대문구의 한 건물. 이 건물에는 여전히 교회 간판이 걸 려 있고,
교회 첨탑에는 십자가 대신 불교를 상징하는 만(卍)자 표시가 걸려 있다. / 엄보운 인턴기자
교회 경영난 겪다 문 닫아 서울 시내에만 10여곳 달해 인터넷에도 매물 300곳
교회건물, 칸막이 없이 설계돼 사무실·상점 입주하기 힘들어 종교시설인 사찰이 들어와 교회에서 사찰로 바뀐 서울 동대문구의 한 건물. 이 건물에는 여전히 교회 간판이 걸 려 있고, 교회 첨탑에는 십자가 대신 불교를 상징하는 만(卍)자 표시가 걸려 있다. / 엄보운 인턴기자
서울 강동구의 한 2층 건물 옥상에는 첨탑과 철골 구조물이 솟아있다. 첨탑에는 '○○ 교회'라는 글자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곳은 교회가 아니다. 첨탑과 철골 구조물 위에는 십자가 대신 불교를 상징하는 만(卍)자 표시가 달려 있다. 교회가 사찰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교회가 사찰로 바뀐 곳이 서울 시내에만 10여곳에 달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이 사찰은 지난해까지 교회였다. 2006년 생긴 교회는 경영난을 겪다 지난해 6월 결국 문을 닫았다. 교회가 입주했던 상가의 상인 대표는 "목사님이 밀린 관리금을 내지 못하고 떠났다"고 말했다. 한 달이 지난 뒤 교회 자리에 대한불교 조계종의 한 포교원이 들어왔다. 이 사찰의 사무장은 "교회는 천장이 높고 공간도 넓어서 사찰로 쓰더라도 구조를 바꿀 필요가 없다"며 "멀리서 사찰이 보일 수 있도록 교회 첨탑도 그대로 활용했다"고 했다. 종교는 다르지만 비용을 절감한다는 실용적인 이유에서 교회 자리에 사찰을 세웠다는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2층 건물도 2006년 교회가 사찰로 바뀌었다. 상가 건물 소유권 다툼으로 교회가 나가고 사찰이 들어온 것. 그러나 여전히 건물에는 교회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건물 외벽에는 앞글자가 떨어진 '○만 교회'라는 간판이 걸려 있고, 건물 옥상에는 첨탑이 솟아 있다. 여전히 도시의 전형적인 교회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셈. 그러나 첨탑 위에는 십자가가 없다. 교회가 사찰로 바뀌면서 십자가를 만(卍)자로 개조했기 때문이다. 주민 이모씨는 "교회가 사찰로 바뀌면서 십자가를 철거하지 않았다"며 "십자가를 그대로 둔 채 기존의 십자가와 같은 두께, 같은 색의 철빔 4개를 덧붙여 만(卍)자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기존 교회 건물을 최대한 활용해 사찰로 바꾼 것이다.
이들 교회가 사찰로 바뀐 이유에 대해 불교와 기독교의 분석은 서로 다르다. 조계종 관계자는 "교회가 사찰로 바뀐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지난 10년간 불교 신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데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교회 건물에 들어선 한 사찰 관계자는 "도시인들이 산사(山寺)까지 찾아가기 힘든 여건을 고려해 도심에 사찰의 분원 격인 포교원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기독교 측에선 부동산 시장과 관련이 깊다고 분석한다. 교회 건물이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많이 나오고 있지만, 교회 건물은 대부분 내부에 칸막이 없이 넓게 설계된 구조적 특성 탓에 사무실이나 상점이 입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관계자는 "신설 개척교회의 절반 이상이 5년 내 문을 닫으면서 교회 건축 매물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되는 물량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교회 부동산 전문 매매사이트 운영자는 "개척교회는 높은 부채비율로 설립돼 일반 부동산보다 불경기에 더 취약하다"고 했다.
실제 기독교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300여개의 교회가 매물로 나와있는 상황이다. 교회 부동산 매매를 전문으로 중개한다는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교회를 파는 사람은 사는 사람이 무슨 용도로 쓰든 상관하지 않는다"며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장에서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교회 부동산 사정이 좋지 않아 종교가 전혀 다른 불교에서 교회 건물을 인수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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