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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김필곤 목사............... 조회 수 2396 추천 수 0 2012.07.29 00:33:37
.........

 선물

 

성탄절 준비로 분주했다. 올 성탄절은 노숙자를 초청하여 대접하기로 했다. 주방에서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우리 예랑이가 시집을 가요.”
주방장을 하는 김권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람들이 미인이라고 칭찬하는 둘째 딸이었다.
“누구래요. 교회 청년이어요. 직업은 뭐래요.”
박집사가 김권사의 기분에 동조하며 물었다.
“응, 검사래.”
“그래요. 잘되었네요. 기다린 보람 있네요. 검사면 SK겠네요.”
“검사 사위 아무라도 보나, 다 김권사님이 열심히 봉사하니까 하나님이 복을 주신 거여요.”
이집사가 박집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교회는 다녀요.”
“ 안다닌데, 공부하고 바빠서 교회 다니지 못했데.”
“그거야 예랑이가 전도하면 되지요.”
“아니야, 나봐 검사도 좋지만 신앙생활을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해. 먹고 사는 것이야 다 시간 지나면 그렇고 그렇지, 지위라는 것도 다 물거품이야. 행복하게 살려면 서로 마음이 통하고 무엇보다 믿음 생활이 같아야 해.”
의사인 남편과 결혼하였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고 홀로 살고 있는 지권사가 말했다.
“지권사님, 그건 배부른 사람들의 사랑타령이어요. 저처럼 힘들게 살아봐요. 교회 안다녀도 검사와 결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남편이 공사장에서 목수로 일하는 박집사가 반박을 하였다.

“결혼식 날짜는 언제 잡았어요.”
“글세, 주일날 이야. 내년 2월 8일 11시래. 거절할 수 있어야지. 그날이 손 없는 날이래.”
“아니 그래도 결혼식 날짜야 신부집에서 잡는 것이 원칙이 아니어요. 권사님이 주일날 결혼식을 시키면 어떻게 우리가 참여할 수 있어요.”
지권사가 역정을 내며 말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요. 주일은 하루지만 결혼은 길어요. 한 번 눈감고 결혼하면 시집 식구들 마음 상하게도 하지 않고 잘 살게 될 텐데, 뭐 그것가지고 따져요.”
박집사가 김권사를 변명해 주었다.
“주례는 누가 선데.”
“목사님이 하면 좋을 텐데, 신랑이 존경하는 교수님이 계시데.”
“그럼 장로님 가정이 딸을 결혼시키면서 주일날 결혼하고 주례는 교수를 세우고, 그렇게 해도 되는 거요.”
지권사는 불쾌한 듯 말했다.

김권사의 남편은 매사 옳은 말을 하던 장로였다. 교회가 바르게 되어야 한다고 사사 건건 간섭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김권사님, 예지는 짝 있어요. 그 정도 미인이고 학벌 좋고 가정 빵빵하고 교회 잘 다니면 쫓아다니는 청년들 많을 텐데, 사귀는 사람없어요.”
중매 잘하기로 소문난 이집사가 격앙된 분위기를 잠재우듯 물어보았다. 예지는 김권사의 맏딸이었다.
“없데, 좋은 사람 있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봐.”
“의사이고, 교회 안다니고, 주일날 결혼시킬 수 있는 그런 사위.”
지권사가 비꼬아 말했다.
“지권사, 나하고 원수졌어. 왜 그렇게 삐딱해. 예랑이 결혼이 뭐 그렇게 잘못되었어. 그렇게 시기나.”
김권사는 싸울 듯 소리쳤다.
“아니, 뭐 그렇단 말이지. 김권사는 사모님 잘 못산다고 얼마나 흉보았어. 늘 의롭게 사는 것처럼 보였던 김권사가 그러니 그러는 거야. 오해하지 마.”
김권사는 권사들끼리 모이면 사모의 흉을 잘 보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사택 관리비, 전화비, 입는 옷, 아이들 교육 등 사소한 것까지 흠을 잡아 흉을 보았다.

“아니 권사님들, 중매 못하겠네. 우리 먼 친척 중에 의사가 있는데, 중매 부탁을 해서, 김권사님 이야기 들어 보니 예지가 딱 맞을 것 같아서.”
“뭐가 맞어.”
“중매하려고 생각은 했는데 예수를 믿지 않아 말 못했는데 뭐 권사님 그것 신경 안 쓴다니까 딱 어울릴 것 같아서.”
“나를 그런 속물로 보아.”
“아니, 그런 것은 아니고.”

김권사는 불쾌한 마음을 가지고 집에 왔다.
마침 교사인 예지가 집에 일찍 와 있었다. 김권사는 자존심이 상해 망설였다. 그러나 한 번 물어 보고 싶었다.
“예지야, 너 의사와 중매 한 번 볼래.”
“난, 싫어요.”
“아니, 어떤 사람인가 물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싫다는 거냐. 넌 그러니까 이제까지 결혼 못한 거야. 너부터 결혼시키고 동생 보내야 할 거 아냐?”
“어머니, 이제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해도 되지 않아요.”
“그렇지, 그러나 결혼은 부모와 상의해야 해야지. 너 독신으로 살래.”
“아니요. 사실 결혼 상대가 있어요.”
“뭐 하는 사람인데, 같은 선생이야.”
“아니요. 전도사님이어요.”
“뭐, 전도사. 그럼 목사 될 사람이겠구먼.”
“아니, 너 정신 있어. 너가 뭐가 모자라 목사 사모가 되려고 해. 인물이 모자라냐? 실력이 없냐? 가정이 가난하냐? 뭐가 부족하다고. 우리 교회 사모 봐라. 동네 북이쟎어. 너도 그렇게 살고 싶어. 그래 너가 반할 정도로 그렇게 잘 생겼냐? 큰 교회 목사님 아들이냐? 요즘 잘 생기고 큰 교회 목사님 아들이면 그래도 장래가 있으니 좀 나겠다만 나는 안 된다.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 안 돼.”

성탄절 잔치가 벌어졌다. 노숙자들이 많이 참석했다. 김권사는 웃으며 노숙자들을 대접하였다. 담임목사가 일어났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낮고 천한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신 성탄절입니다. 우리 교회가 힘들고 어렵게 사시는 분들을 초청하여 대접을 하고 있습니다만 젊음을 바쳐 이들을 위해 사시는 전도사님을 소개합니다. 우리 박수로 위로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젊은이가 다리를 절며 나왔다.
“이렇게 저희를 초청해 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하나님은 독생자를 우리를 위해 선물로 주셨습니다. 저가 이 교회를 알게 된 것은 우리 예지 자매 때문입니다. 예지 자매는 장애로 인생을 포기한 저에게 예수님을 소개해 주고 희망을 주었습니다. 저희는 앞으로 결혼하여 주를 위해 평생 살기로 했습니다. 장로님, 권사님, 성탄선물로 저희 결혼을 허락해주세요.”♥

열린교회/김필곤 목사 콩트집 하늘 바구니/200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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