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쑥티일기193】머리가 아파2
한쪽 머리가 아픈 편두통 현상이 일주일째 멈추지 않자 겁이 더락났습니다. 그래서 월요일 오전에 동네에 있는 한 의원에 찾아갔습니다.(우리동네는 작은 면소재지인데 의원이 여섯개나 됩니다.^^)
처음 간 곳이라 의료보험증을 내밀고 등록을 하고 기다렸다가 진찰을 받았습니다. 증상을 설명하고 혈압을 재고... 의사 선생님이 무슨 진단을 내릴지 침을 꼴깍 삼키며 기다리는데...
"혈압약 드세요?"
"?????"
"아니, 혈압약을 왜 안드세요?"
"예? 예.. 예.. 그.. 그게.. 그러니까.. 뭐냐면.... 어..."
급 당황하여 머리를 긁적긁적!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왜 혈압약을 안 먹는지 생각해본 적도 없고, 누가 혈압약을 먹어야 한다고 가르쳐준 적도 없고, 시험문제에 나온 적도 없고, 한번도 받아보지 못한 낯선 질문이라 말문이 막혔습니다. 덜덜 떨면서 겨우 한다는 말이 "혈압이 높기는 하지만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닌 걸로 알고 있는디 잉...."
"그래요? 통증으로 혈압이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도 있으니 며칠 후에 다시 재봅시다. 며칠 후에 다시 오세요. 오늘은 두통약을 지어드릴께요"
의사는 하루에도 수 십명의 환자를 만나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같은 말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기 때문에 얼마나 말이 하기 싫을까요? 그러나 환자는 일단 의사의 말 한마디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말의 내용보다는 말의 억양에 더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아픈 상태에서는 신경이 곤두서 있기 때문에 아주 의사의 말이 '하나님의 말씀'과 동급이 되지요.^^
지금도 저는 '내가 왜 혈압약을 안 먹지?' 이 화두를 떠올리며 벽을 보고 앉아서 고찰(考察)하고 있는 중인데 아직도 깨달음이 안 오네요. 좀 더 수양을 계속해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최용우 2012.10.15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