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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249】나의 주련(柱聯)
절집에 가면 기둥마다 한문을 쓴 판을 걸어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을 주련(柱聯)이라고 합니다.
주련은 절간에만 거는 것이 아니고 옛날에는 양반 대가집 기둥이나, 경치좋 곳에 세워진 정자, 누각, 관가의 동헌 기둥에도 걸었습니다.
살림집에는 주로 생기복덕(生氣福德)을 소원하는 내용이나 덕담(德談)의 글귀를 필치 좋은 사람에게 부탁하여 받아 걸었고, 선비들은 아이들의 인격함양을 위한 좌우명이나, 수신하고 제가하는 데 참고가 되는 좋은 시를 써서 걸기도 했습니다. 유명한 시나 자작한 작품을 한 구절씩을 적어 네 기둥에 걸면 시 한 수가 되기도 합니다.
절집의 주련은 포교를 위한 부처님의 말씀을 주로 새깁니다. 옛날에는 교회에도 들어가는 양쪽 입구 기둥에 세로로 큼지막하게 글씨를 써서 주련처럼 붙였지요. '불신지옥 예수천국' 이런 글씨를...ㅎㅎ
이현주 목사님이 저에게 주련글씨 하나를 써 주신 것을 저는 기둥이 아니고 창문틀에 주련처럼 세로로 붙여 놓고 날마다 들여다 봅니다.
江靜月在水(강정월재수) 달은 물 속에 잠기고
山空秋滿亭(산공추만정) 가을빛은 정자에 가득하다.
自彈還自罷(자탄환자파) 스스로 뜯다마는 내 즐겨하는 가락을
初不要人聽(초불요인청) 남이야 듣거나 말거나.
'달은 물 속에 잠기고' 라는 만해 한용운님의 한시입니다. 딱 제가 살고 싶은 삶입니다. 어제 따밥에 江靜月在水를 제목으로 붙였더니 그게 무슨뜻이냐고 묻는 분이 계셔서 대답해드릴 겸 해서 오늘 이 글을 씁니다. ⓒ최용우 20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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