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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의 재앙을 막고 누려야 할 삶

출애굽기 최형묵 목사............... 조회 수 1631 추천 수 0 2013.02.05 00: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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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출7:14-18 
설교자 : 최형묵 목사 
참고 : 2008년 6월 8 천안살림교회 http://www.salrim.net/ 

파국의 재앙을 막고 누려야 할 삶 


요즘 오르지 않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답니다. 아빠 월급, 학생들 성적,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랍니다. 톡톡 튀는 재기로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입니다. 기성세대의 엄숙하고 비장한 언어구사에 비해 발랄한 학생들의 언어가 요즘 상황에서 훨씬 쉽게 공감을 얻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상황을 말하는 여러 가지 재미난 말들이 많지요? 20세기형 권위주의적 대통령이 21세기형 자유로운 시민들과 싸우고 있다든지,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웠는데 이명박은 초중고생과 싸우고 있다는 등 기발한 말들이 오늘의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하라는 국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정부는 그 뜻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생들, 그리고 어린 아이와 주부들까지 나서 연일 촛불을 밝히며 한 달이 넘도록 외치고 있는데도 대통령과 정부는 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혀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미봉책만을 내놓고 있을 뿐 아니라 이치에 합당하지도 않은 말로 둘러대며 사태를 호도하고 있습니다. 참 말귀를 알아먹지 못하는 대통령이요 정부입니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나야 국민들이 요구하는 주장의 진의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답답하고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이 무엇이 문제이기에 국민들이 이렇게 목소리 높여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습니까? 우선, 검역주권을 포기한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은 국민적 자존심에 큰 상처를 안겼습니다. 미국과 협상을 한 다른 모든 나라들이 확보한 검역주권을 한국 정부만 포기했으니 국민들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게다가 그것이 최소한의 국제적 통상 기준에도 벗어나 있으니 더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국민들은 지금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대통령이며 정부인지 의심하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태의 핵심은 더더욱 심각합니다. 지금 이 사태는 생명 자체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강력하게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광우병 감염 위험이 아무리 확률적으로 낮다 하더라도 그 위험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누구든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불안감은 비단 한국인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광우병 발생 국가로부터 유입되는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모든 나라 사람들의 문제입니다. 자본의 극대 이윤 효과를 노리느라 농업과 축산업이 사실상 공업화되어버린 오늘 현실에서 안전한 먹거리의 문제는 모든 인류의 생존이 걸린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광우병 위험성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누구든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정당한 권리를 재인식시켜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입니다. 그 점에서 지금 한국 국민들의 요구는 안전한 생명의 보장과 관련하여 세계적 보편성을 띤 과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위중한 문제를 그렇게 가볍게 처리해 버린 데 대해 한국 국민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지금 성난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해법은 그나마 최소한의 안전을 위하여 검역주권을 확보하는 선에서 협상을 다시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는 그것이 유일한 해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통령과 정부는 그것만으로도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기회를 이미 놓쳤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저버린 국가가 무엇이든 못하겠느냐 의심하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지금 국민들의 평화적 촛불행진 가운데서 정권퇴진 구호가 가장 크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현 정권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불신의 표현입니다. 경부대운하, 의료보험 민영화 등 자연환경과 사회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정책들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와 같이 잘못된 정책들이 저지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매우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만일 현 정권이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하며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은 채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 한다면 끔찍한 재앙이 초래될 것입니다. 국가권력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통제하려 든다면 그것 자체가 크나큰 재앙인 셈입니다. 그 상황은 현 정권의 담당자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보다 훨씬 심각한 ‘재앙의 5년’이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 우리는, 지난 주간 수요 성서연구 시간에 함께 공부한, 출애굽기 7장 본문의 한 대목을 함께 보았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을 내어달라는 모세의 요청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이집트 왕에게 첫 번째 재앙을 예고하는 대목입니다. 이집트의 절대권력자 파 라오와 히브리인의 지도자 모세의 대결을 전하는 본문을 보면, 어찌 그렇게 오늘 우리의 상황과 겹치는지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출애굽 사건은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가장 극적인 사건입니다. 이집트에서 강제 노역을 당하던 히브리인들은 그 지도자 모세의 영도하에 약속의 땅으로 나서고자 합니다. 하나님의 백성을 내보내달라는 모세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절대권력자 파 라오는 완강하게 버팁니다. 강물이 핏물로 변하여 그 물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이 죽음에 이르게 되는 재앙에서 시작하여 연이어지는 재앙을 만나면서도 파 라오는 막무가내로 버팁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맏아들마저 죽음에 이르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마지못해 히브리인들을 놓아줍니다. 재앙으로 자기 백성이 겪는 숱한 고통에도 아랑곳없이 버티던 파 라오가 그 재앙의 파급효과가 자신의 집안에 이르렀을 때야 비로소 사태의 본질을 파악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백성과 이집트의 왕 파 라오의 대결 과정에서 벌어진 열 가지 재앙에 관한 이야기는 절대권력자의 무모함과 어리석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늘 본문의 상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히브리인의 지도자 모세와 아론은 파 라오 앞에 나서 하나님의 백성을 내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파 라오는 그 백성에게 더욱 가혹하게 노동 조건을 제시하면서 그 요청을 묵살하고 맙니다. 다시 하나님의 명으로 파 라오 앞에 나선 모세와 아론은 하나님의 능력을 보여 주며 또 다시 백성을 자유롭게 놓아 줄 것을 요청합니다. 파 라오는 여전히 고집을 부리며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 때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파 라오에게 선포할 말씀을 일러 주십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본문 말씀입니다.

 

“히브리 사람의 하나님이신 주께서 나를 임금님에게 보내셔서, 나의 백성을 보내어 그들이 광야에서 나에게 예배하게 하라고 이르셨는데도, 임금님은 아직까지 그 말씀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께서 말씀하시기를, 이제 주께서 친히 주님임을 임금님에게 기어이 알리고야 말겠다고 하셨습니다. 보십시오, 내가 쥐고 있는 이 지팡이로 강물을 치면, 이 강물이 피로 변할 것입니다. 강에 있는 물고기는 죽고, 강물에서는 냄새가 나서, 이집트 사람이 그 강물을 마시지 못할 것입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그 경고에도 불구하고 파 라오가 고집을 부리고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예고된 재앙은 경고로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집트의 강물과 온 물길이 피로 물들어 물고기들이 죽고 이집트 사람들이 그 물을 마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집트 사람들은 강물을 마실 수 없어 강 주변에 우물을 파 식수를 구하고자 하였으나 아마도 신통한 결과를 얻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히브리인의 탄식과 이집트인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파 라오는 그 모든 상황을 외면하고 자기 궁궐에 머뭅니다.

 

물이 피로 변한 재앙은 앞으로 이어질 여러 가지 재앙의 서곡인 셈이지만 매우 중요한 뜻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근원인 물, 그리고 생명 그 자체인 피가 부패한 상황입니다. 절대 권력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죽음으로 내몹니다. 자연을 황폐화시킬 뿐 아니라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죽음의 상황으로 내몹니다. 이어지는 재앙들은 그 권력이 자기를 지키려 하면 할수록 계속되는 죽음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지금 국민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는 사연이 무엇이겠습니까? 그 재앙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권력의 완고함과 그 횡포라는 재앙을 막으려는 것이며, 그 권력의 횡포로 건강과 생명 자체가 위협을 받는 그 다음 재앙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파 라오의 강제 노역에서 히브리 백성이 벗어나야 하는 이유를 매우 의미심장하게 말합니다. “나의 백성을 보내어 그들이 광야에서 나에게 예배하게 하라.”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것은, 히브리인들이 강제노역에서 해방되어 자신들의 땀으로 일구게 될 약속의 땅에 이르기 위하여 출애굽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출애굽 이야기의 서두는 출애굽을 해야 하는 이유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인들과 그 지도자 모세와 아론의 위장전술이었을까요? 아닙니다.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것과 약속의 땅에 이르는 것은 분리될 수 없는 목적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을 예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은 비인간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것이 히브리 노예들이 처한 상황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무거운 노동에 지치고 기가 죽어서 모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출애굽기 6:9). 자기주장을 할 수 없고 권력이 요구하는 대로 순종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것은 곧 권력의 우상숭배를 강요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나님을 예배한다는 것은 단순히 종교적 행위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삶을 당당하게 기쁨으로 누리는 것을 동반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예배는 곧 누구에게 강요당하지 않고 자기 땅에서 자기 땀의 결실을 누리는 것을 포함합니다. 히브리 백성들에게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과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에 이르는 것은 다른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지금 시민들이 거리에서 한 목소리로 외치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우리의 소중한 삶을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자유함과 건강함, 우리 정신의 자유함과 건강함을 누리는 삶을 침해당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 소중한 삶을 존중하지 않은 국가권력, 그 소중한 삶에 위협을 가하는 국가권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저항의 대열에 나선 시민들은 단지 분노의 감정으로만 나서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나서고 있지 않습니까?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우리의 삶은 그 누구로부터이든 침해당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입니다. 이 땅에서 그 소중한 삶을 당당하게 누리고, 진정으로 우리에게 생명을 부여해 주신 하나님을 진정으로 찬양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의 정성을 다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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