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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뚱뚱한 여학생
유인화 논설위원
경향신문 2013.5.19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뚱보가수 역의 김아중은 전신성형을 통해 이효리 뺨치는 섹시가수로 변신한다. 외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의 남 주인공 할 라슨은 ‘여자친구의 나쁜 성격은 참아도 뚱뚱한 건 못 참고’, 쭉쭉빵빵한 미녀만 찾아다니는 외모지상주의자다. 최근 TV극에서도 뚱보 주인공들은 거액의 수술을 받고 날씬한 미남미녀가 된다.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우리 사회도 전반적으로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에 빠져 있는 듯하다. S라인 몸매와 V라인 턱선이 대세인 국내 다이어트 시장 규모가 약 2조원으로 추산되고, 다이어트 관련 도서도 5년 전에 비해 약 58% 성장했다고 한다.
엊그제 질병관리본부의 ‘2012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중·고교생 7만2229명의 80.7%를 차지하는 정상 체중 학생 가운데 28.6%가 본인이 살쪘다고 생각하는 ‘신체 이미지 왜곡’ 현상을 드러냈다. 특히 여학생은 35.6%로 남학생보다 13.4% 높았다. 정상 체중 여학생 세 명 중 한 명이 자신을 ‘뚱순이’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여중·고생 3만5965명의 43.5%는 “최근 1개월 동안 살빼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두 명 중 한 명이 체중을 빼려 한 셈이다. 감량 수단은 단식, 살빼는 약, 설사약·이뇨제 복용, 식사 후 구토, 한 가지 음식만 먹는 다이어트 등 비정상적인 방법이 대부분이다.
청소년기의 비만은 지방세포의 크기와 수가 성인보다 빨리 늘어나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정상 체중인 학생들까지 스스로 살쪘다고 생각하며 혹독한 다이어트를 불사하는 현상은 안타깝다. 성장기의 여학생이 다이어트에 몰두할 경우 성선 자극 호르몬에 이상이 생기거나 무월경 증상으로 불임이 될 수 있고 골다공증의 위험도 높아진다. 무분별한 다이어트 열풍 속에 비만 스트레스 때문에 식사를 거부하거나 반대로 폭식하는 등 식사장애 증상을 보이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전국 중·고생 7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여학생의 15%, 남학생의 10%가 식사장애 위험에 처해 있었다.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의 비뚤어진 정의부터 바로잡아야겠다. 돈으로 육체의 건강과 수명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왔지만, 바른 정신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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