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홍준 교수가 1993년 처음 세상에 내놓아 답사기 붐을 일으켰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이후 20년 동안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남도답사 일번지”로 시작한 이 시리즈는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까지 모두 7권 330만부라는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런 문화유산 답사기는 이미 조선시대에도 있었습니다. 조선 중기의 학자 송남수(宋枏壽, 1537~1626)가 펴낸 ≪해동산천록(海東山川錄)≫이 바로 그 책입니다.
1622년(광해군 14)에 편찬된 이 책은 백두산, 금강산, 묘향산 같은 유명한 산과 강 그리고 명승지를 도별로 나누어 역사적인 유적을 기록한 책이지요. 함경도 9곳, 평안도 7곳, 황해도 4곳, 경기도 18곳, 강원도 40곳, 충청도 22곳, 경상도 15곳, 전라도 9곳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는 평생 온 나라의 명승지를 두루 돌아다닌 뒤 그곳의 위치와 모습 그리고 유명 인사들이 남긴 시나 기행록 등을 함께 적어 놓아 요즘의 문화답사기와 다름없습니다.
송남수는 호가 송담(松潭)이며, 호조정랑, 임천군수 등을 지냈는데 젊어서부터 산과 강을 즐기며, 유람하기를 좋아했지요. 그는 그 열매로 이 책을 86살 되던 해에 펴냈습니다. 함경도에서 제주도까지 126곳의 명승지를 기록한 이 ≪해동산천록≫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대 선배 격이 아닐까요? 혼자 즐기는 여행보다는 뭔가를 남기는 이런 자세야말로 많은 이에게 큰 도움을 주는 일입니다.
|
|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