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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2543. 속이 좁다는 밴댕이 맛은 일품이랍니다
우리는 가끔 “저 밴댕이 소갈머리(소갈딱지)”라며 혀를 끌끌 차는 어르신을 봅니다. 또 “속이 밴댕이 콧구멍 같다.”라는 말도 합니다. 물론 주변에 이런 사람 꼭 한 명씩은 있을 텐데 속이 좁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 별스럽지 않은 말에도 쉽게 토라지는 사람, 오로지 자기주장만 옳다고 고집하는 사람들을 일러 밴댕이라는 생선에 견줘 말하는 것이지요.
여기에 등장하는 밴댕이는 청어과에 속하는 다 자라도 몸길이가 12㎝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물고기입니다. 이 까닭에 다른 바닷물고기와 달리 밴댕이는 속이 좁아 내장이 있는 듯 없는 듯하지요. 그래서 속이 좁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는데 게다가 밴댕이는 성질이 급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합니다. 밴댕이는 그물이나 낚시에 걸리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몸을 이리저리 비틀다가 물 위로 올라와선 파르르 떨면서 죽어버리니 “성질 급한 밴댕이는 화가 나면 속이 녹아 죽는다.”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밴댕이를 이렇게 안 좋은 데 견주지만 뜻밖에 오뉴월 무렵의 밴댕이 맛은 농어나 도미 회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하지요. 그래서 조선시대 정조임금은 자신이 아끼는 실학자들에게 밴댕이를 하사품으로 주었는데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는 밴댕이를 하사받았다는 기록이 여러 군데 나옵니다. 또 전장에 나간 이순신 장군은 멀리 떨어진 어머니께 직접 효도를 할 수 없어서 밴댕이를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궁궐 음식을 담당했던 사옹원에는 밴댕이를 전담하는 ‘소어소(蘇魚所)’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맛이 뛰어나다는 밴댕이지만 속이 좁다고 비아냥거림을 당한다니 재미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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