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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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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2609. 소의 구슬픈 울음이 들렸던 쇠전 - 그때를 아십니까(73)

 

“콧잔등이 쌀쌀 언 새벽으로/누비 옷 입은 영감이 소를 몰고 간다. / 거리에는 밤눈이 내려 / 사람도 없고 / 귀신들도 돌아가고 / 소는 울지 않고 / 영감은 말이 없다. / 우시장까지는 하이얀 길이다. / 이십 오리 바람 길이다.” 신재경님의 ‘우시장’이란 시의 일부인데 소를
팔러 우시장(쇠전)으로 가는 정경입니다.

예전에 소는 농사를 짓는 데 없어서는 안 되었기에 농촌에선 중요한 재산이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돈이 필요한 때를 빼고는 절대 소를 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득이 소를 팔 때는 거간(중개인)에게 ‘매깃돈(출몰, 뻔돈)’을 주면 거간은 살 사람에게 흥정을 합니다. 소를 평가할 때는 먼저 소의 골격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살피고, 뿔 모양도 봅니다. 또 소 울음소리도 들어 보고, 색깔은 대춧빛일 때 가장 좋다고 합니다. 한 가지 빼놓지 않는 것은 소 주인의 성격을 보는데 소도 주인을 닮아가기에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오일장은 더러 남아있어서 그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만 그렇게 소를 팔고 사던 쇠전은 이제 온 나라에서 거의 사라졌습니다. 충남 서부지역 오일장의 어른 노릇을 해온 홍성장. 그 홍성장은 나라 안에서 가장 큰 축산단지가 있고 너른 내포평야에서 키운 소들이 모여들기에 큰 쇠전이 열렸고, 홍성장이 이름을 떨치게 된 것도 쇠전 덕이 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옛말, 구제역 파동이 있은 이후로는 쇠전의 명맥은 끊어졌다고 하지요.

쇠전이 있으면 사람들도 들끓고 그런 곳에는 소를 팔거나 사러 온 사람들이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음식점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전남 함평장에는 돼지머릿고기비빔밥이나 육회비빔밥이 유명했다고 하지요. 새벽 4시면 문을 열어 아침 9시에는 문을 닫는다는 쇠전, 사람들은 그래서 그런 음식들을 좋아했던가 봅니다. 이젠 그런 추억의 쇠전도 박물관의 빛바랜 사진에나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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