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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2618. 달이 맨 먼저 뜬다는 달동네
달이 맨 먼저 뜬다하여 “달동네”라 이름이 붙은 마을에서 살아 보셨나요? 사실은 맨 먼저 뜨는 것이 아니라 마을이 높은 지대에 있어 맨 먼저 보이는 것이겠지요? 한여름 불볕더위가 내려쬐는 때와 한겨울 칼바람이 가슴 팍으로 파고들 때 그리고 눈이 한 길이나 쌓인 때는 오르내리기가 엄청 힘들었던 마을입니다. 한국전쟁이 이후 피난 온 사람들이, 그리고 농촌에서 살던 사람들이 산업화 이후 단봇짐 하나 지고 쫓기듯 도시로 와 오갈 데 없어 높은 지대에 이른바 일본말로 “하꼬방”이라 불렀던 허름한 판잣집을 다닥다닥 짓고 살던 바로 그 마을입니다.
달동네는 공동변소 하나로 수십 가구가 살던 곳이라 아침만 되면 먼저 똥을 누기 위해 달리기를 하며 전쟁을 치르던 곳이었습니다. 이웃집과는 지붕이 다닥다닥 맞닿아 있고, 수도가 올라오지 않아 펌프 하나로 수십 가구가 먹을 물과 씻고 빨래할 물을 감당해야 했지요. 쌀밥은 구경할 수 없는 대신 정부에서 나눠주는 옥수수 가루로 죽을 쑤어 먹고, 누런 코를 질질 흘리는 아이들은 굶어서 부항이 드는 일이 많았던 그런 마을입니다.
하지만, 그곳 달동네는 사람 냄새 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이웃집 아이들은 모두 내 아이였고, 마을 어르신들은 모두 나의 부모님이었지요. 어려움 속에서도 말타기, 자치기, 공기놀이 따위를 하던 천진한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부침개를 부치면 이웃 모두의 잔치가 되고, 꿀맛 같은 막걸리로 하루의 피로를 함께 씻었던 그런 곳이었습니다. 이제 그런 달동네가 도시에서 거의 사라지고 그 대신 근대화 박물관들이 속속 들어서 그 시절의 모습을 재현해 놓고 있습니다. 아직도 더러 달동네가 남아 있어 어렵게 사는 분들이 있지만 달동네에 살던 많은 사람들은 그 어렵던 달동네 시절을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겼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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