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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2622. 오늘은 입동, 온기 나눌 준비를 하는 날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째인 입동입니다. 이날부터 겨울이 시작된다고 하여 입동(立冬)이라고 하지요. 이제 황소바람이 우리 마음까지 얼어붙게 하는 엄동설한이 눈앞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아름다운 풍속에는 겨울이 드는 이때 나이 드신 어르신들을 위한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것이 있지요. “치계미”란 입동(立冬), 동지(冬至), 섣달그믐날에 정한 나이 이상의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풍속입니다. 밭뙈기 한 자락 없는 사람이라도 이날은 한해에 한 차례 이상 치계미를 위해 돈이나 곡식을 냈다고 하지요.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입동 무렵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는데 이때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고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는 도랑탕 잔치로 대신 했지요. 또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까지의 풍속으로 기로소(耆老所, 조선 때, 일흔 살이 넘은 정이품 이상의 문관 노인을 예우하기 위해 세운 기구)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고 합니다.
“찬 서리
나무 끝을 날으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 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 시인은 “옛 마을을 지나며”라는 시에서 입동 즈음을 이렇게 그립니다. 치계미처럼 입동은 추운 겨울을 버텨내기 위해 사람들과 온기를 나눌 준비를 하는 날입니다. 그 온기는 이웃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온기임을 잊지 말아야 하지요. 등산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등산하다가 조난당했을 때 ‘저체온증’으로 얼어 죽지 않으려면 '온기'를 위해 서로 껴안고 버텨야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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