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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2624. 사라진 가게 세책점과 직업 전기수
조선시대 한양은 정치의 중심지이자 문화의 생산과 소비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중앙관청들이 늘어서 있던 육조 앞거리 곧 무교, 유동, 미동, 광통방에는 책을 파는 가게가 있었고, 1800년대에 이르면 책을 펴내고, 팔고, 빌려주는 세책점(貰冊店) 따위가 있었지요. 다시 말해 이곳은 다양한 책의 유통공간이었는데 지금도 광화문사거리, 종각사거리에 대형서점이 몰려있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또 조선시대 책과 관련된 직업으로는 조생과 전기수가 있었습니다. 18세기가 되면 한양은 지식의 유통이 활발해지기 시작하여 책 중개상이 생겼고, 당시 장안에는 ‘조생(曹生)’이라고만 알려진 개인 중개상이 유명했지요. 그런가하면 책을 사서 읽기 어렵거나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야기꾼을 통해서 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강독사(講讀師)’라 일렀는데, ‘전기수’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졌지요. 전기수는 동대문에서 보신각에 이르는 길을 따라서 종로 일대를 누비면서 백성에게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요즘도 청계천을 따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기수가 다시 등장해 화제가 됐지요. 그런데 충청남도 무형문화재인 강독사 정규헌 선생은 이 시대에 마지막으로 남은 실제 전기수라고 합니다. 1960~70년대에 충청 지역에서 마을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지 책을 읽어 주었는데 선생은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 책을 읽어 주며 삶의 교훈을 주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고 오랫동안 활동하였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가게 세책점을 도서관이 대신하고, 사라진 직업 전기수 역할은 컴퓨터가 맡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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