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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490】존재 이유
나뭇가지에 겨울비가 촉촉이 적십니다. 말라버린 잎사귀에도 빗방울이 떨어져 흘러내립니다. 바람이 가지에 스칩니다. 흙은 나무의 뿌리를 품고 나무가 잘 서 있을 수 있도록 붙잡아주고, 나무에게 영양분을 줍니다. 햇볕과 달빛은 나무를 따뜻하게 해주고 새와 벌과 나비와 각종 벌레들도 나무에 붙어 나무를 있게 합니다.
저 혼자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사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 혼자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이입니다. 저 혼자 존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위로 아래로 앞으로 뒤로 옆으로 그 누군가와 긴밀하게 또는 엉성하게 얽히고 설켜 있어 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제 잠시 후면 직장으로 학교로 흩어졌던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겠군요. 적막했던 집은 일순간에 활기를 되찾아 와글와글 살아날 것입니다. 작은딸은 여전히 귀에 이어폰을 꼽고 고개를 끄덕이며 음악을 들을 것이고, 큰딸은 "빵 있어요?" 빵을 찾을 것입니다. 아내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망치로 잣의 딱딱한 껍질을 깨겠지요? 호박씨는 안 까고 잣을 까고 앉아 있는 아내. 그리고 저는 난로 위에 주전자에서 펄펄 끓는 보이차를 한잔 따라 마실 것입니다. ⓒ최용우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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