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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2641. 오늘은 대설, 눈 속에도 희망은 있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물한째로 눈이 많이 온다는 대설(大雪)입니다. 그러나 24절기가 중국 화북지방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꼭 눈이 많이 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대설 때 눈이 많이 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제주에서 지난 11월 2일에 큰 바람과 큰 눈이 한꺼번에 사납게 일어 쌓인 눈이 한 길이나 되었다. 산에 올라가 열매를 줍던 자가 미처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길이 막혀 얼어 죽은 자가 91인이었으며, 기근 중에 여역이 치열하게 발생하여 죽은 자도 많았다.” <현종실록 12년(1671) 2월 3일>
이때는 겨울이 깊어가는 즈음이며, 농사일이 한가한 시기이지만 가장 중요한 메주쑤기를 해야만 합니다. “부네야 네 할 일 메주 쑬 일 남았도다.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두소” <농가월령가> 십일월령에 있는 노래입니다. 농사일이 끝나고 한가해지면 콩을 쑤어 메주를 만듭니다. 우리의 먹거리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왔던 된장을 만드는 메주. 예전에 서양인들은 메주에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이 있다고 비웃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메주로 만든 된장을 훌륭한 항암식품으로 평가합니다. 씻는 과정에서 아플라톡신은 남아있을 수 없고, 나중에 발효과정에서 항암성분이 생기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눈이 오면 세상을 온통 하얗게 바뀝니다. 온갖 만물이 눈 속에서 숨을 죽이지요. 하지만,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하는 말이 있듯이 오히려 눈 속에서는 생명이 움트고 있습니다. 그리고 눈 속에서 보리는 음기를 잉태했다가 음기가 모자랄 수밖에 없는 여름에 먹는 곡식이 되는 것입니다. 아무 것도 없고 생명이 죽은 듯 보이는 눈 속의 겨울철에도 희망은 있는 것입니다.
* 길 : 한 길은 여덟 자 또는 열 자로 약 2.4미터 또는 3미터에 해당한다.
한 길은 사람의 키 정도의 길이다.
* 여역(疫) : 전염성 열병을 통틀어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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