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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2645. 조선 으뜸 번화가 운종가 풍경
지금은 서울의 번화가가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어 각기 으뜸가는 번화가였습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는 운종가는 양쪽으로 조정에서 관리하는 시전(市廛)이 자리하였는데 요즈음으로 치자면 상설시장인 셈이지요. 시전에서는 상점을 빌려주고 특정 상품에 대한 독점 판매권과 난전을 금지하는 특권을 주는 대신 관아에서 필요로 하는 물품을 바칠 의무를 지게 했습니다.
운종가에는 한해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기에 임금도 가끔 들려 민심을 살피기도 했습니다. 《정조실록(1783년)》11월 29일치에는 임금이 “운종가에서 저자(시장) 사람과 나이가 많은 이들을 불러 민간의 병폐를 묻다.”라는 기록이 보입니다. 또한 실학자 박지원도 운종가 탑골 언저리에 살면서 종로 상인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는가 하면 탑골 뒤편에 사는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같은 제자들과 운종가에서 자주 만나곤 했지요.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는 으레 이야깃거리가 넘쳐나게 마련인지라 전문 이야기꾼인 전기수(傳奇)와 재주꾼들이 저마다의 솜씨를 뽐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여리꾼(호객꾼)이라고 해서 순박한 이들의 쌈짓돈을 노리는 자들도 있었지요. 수많은 사람들이 운종가를 드나들었지만 여인네들의 출입은 자유롭지 않았고 양반집의 경우에는 노복들이 물건을 사들였습니다. 운종가에는 종루가 있었는데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종루 구경이 필수로 한양을 다녀왔는지를 확인할 때 종루의 창살이 몇 개인가를 묻기도 했다는 재미난 이야기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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