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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입니다.찬 바람이 씽씽씽 불어오자 길 가던 사람들이 어깨를 저절로 움츠립니다.“으히 추워!” 사람들이 종종걸음을 칩니다.
골목길.어둑어둑 어둠이 밀려왔습니다.무엇인가 어둠을 따라 비척거리 며 걸어옵니다.털이 송송 빠져 아주 볼품없어 보이는 늙은 개 한 마리입니다.한바탕 몰아친 칼바람에 몸을 바르르 떱니다.개는 두리번거리더니 골목 구석진 곳에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 옆으로 갑니다.골목 한 가운데보다 찬바람이 조금 덜합니다.
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봅니다.깜깜한 밤하늘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개는 눈이 시리도록 차가워 보이는 밤하늘이 원망스러워 중얼거 립니다.
“별님,달님이라도 보이면 덜 외로울 텐데”
추위와 배고픔에 눈물이 났습니다.눈물이 나니 슬픔이 더 밀려왔습니다 .개는 절망스런 목소리로 중얼거립니다.
“아,어디로 가지.이러다가 죽고 마는 걸까?”
개는 따뜻하고 행복했던 집 생각이 났습니다.그러나 무엇에 놀란 듯 몸 을 떨며 화를 냅니다.
“흥,이렇게 죽더라도 돌아가지 않을 거야! 늙고 쓸모없어졌다고 팔아넘기려고 한 주인한테 뭐하러 가!”
개는 주인집에 가면 팔려서 죽음을 당할 거라는 걸 압니다.개는 온몸에 치솟아 오르는 분노와 두려움으로 짖어댑니다.“컹-컹-컹!”
이때,젊은 남자와 여자 한 쌍이 서로 팔짱을 끼고 지나가다가 놀라 소리 칩니다.“아이,깜짝이야!”
“아니,이게 뭐야? 늙은 개로군.너 여기서 뭐하는 거냐?”
“컹-컹-컹!”
“배고프다구?”
개는 관심을 보이며 물어오는 젊은이에게 반갑다는 듯이 꼬리를 치며 짖습니다.“컹-컹-컹”
“야,우리는 바빠서 너에게 신경쓸 시간이 없어.안녕,잘 있어”
그러나 젊은 남자와 여자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사라지고 맙니다.개는 서운한 눈초리로 어둠에 잠긴 골목길을 바라보며 짖습니다.“컹-컹!” 개가 짖는 소리에 맞추어 나타나기라도 하듯 반대쪽 골목길로 누군가 들어섭니다 .멋진 외투깃을 귀 위로 치켜올린 신사입니다.신사는 개를 발견하고는 인 상을 찌푸립니다.
“쯧쯧,불쌍한 개로군”
“컹,컹!”
“추운가 보구나?”
“컹,컹”
“하지만 내가 알 게 뭐람”
신사는 외투깃을 더욱 치켜올리며 떠나고 말았습니다.
개는 몸이 점점 차가워지자 똬리를 틀 듯 웅크립니다.주둥이를 옆구리에 박고 눈을 감아 봅니다.두 눈을 감아도 춥기는 마찬가지입니다.온몸이 딱딱하게 굳어갑니다.개는 고통에 못 이겨 가느다란 소리로 짖어 봅니다.
“커-엉” 잦아들어가는 소리에 누군가 말합니다.“엄마,저기 개가 있어요!”
조그마한 남자아이였습니다.개는 힘을 내 고개를 쳐들고 짖습니다.“커 -엉!”
“엄마,나를 쳐다봐요.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러자 아이 어머니가 쌀쌀맞게 말합니다.
“쓸데없이 신경쓰지 말고 어서 집에 가자”
“엄마,우리집에 데려가요.네?”
“우리집에 개를 키울 곳이 어디 있다고 그러니!”
“엄마,개집을 만들어 주면 되잖아요?”
“안돼! 저렇게 지저분한 개가 돌아다니는데 나라에서는 뭐하는지 몰라! ”
아이의 어머니는 툴툴거리며 아이를 끌고 가 버렸습니다.개는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혼자라는 생각이 들자 무서움이 밀려왔습니다.두려움 때문에 몸은 더욱 움츠러들었습니다.
어둠은 점점 깊어만 갑니다.깊어가는 어둠을 따라 개는 자신의 몸이 점점 작아지는 것만 같았습니다.자꾸 작아져서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았습니다.개는 사그라드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이렇게 춥고 어둔 밤은 혼자 견딜 수 없어.빨리 잠들면 잊을 수 있을지 몰라…”
개는 고개를 떨구며 눈을 감았습니다.그때입니다.개는 코끝에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 눈을 떴습니다.`눈이다!' 솜털같은 함박눈이 한 송이,두 송이 내립니다.개는 눈송이를 보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차가운 바람도 어느새 사라지고 고요합니다.개는 차곡차곡 쌓이는 눈이불을 덮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아침입니다.온 도시가 하얀 눈세상입니다.사람들은 아름다운 눈세상이라고 좋아했습니다.*
<작가 약력〉
조대인
◇동화작가
◇92년 제2회 대교아동문학상 신인상 수상
◇현재 숭의초등학교 교사
◇작품집 `삼재골의 웃음소리'(현암사) `팥죽할머니와 호랑이'(보림) `땅 속나라 도둑괴물'(보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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