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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왜 떠오르지 않는 걸까?'
부웅 떠오를 텐데? 아니에요. 계속 숨어있지 뭐예요. 얼굴을 쏘옥 내밀었나? 머리카락이라도 내밀었나? 아니에요. 아직은 아침 동산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네요.
설이는 오늘 상을 받는 날! 와와, 상을 듬뿍 받는 날! 옷을 예쁘게 입고 다닌다고 상을 준다지 뭐예요. 얼굴에 크림을 예쁘게 칠했다고 상을 준다지 뭐예요. 그래서 설이는 오늘 일찍 일어났어요.
'얼른 유치원에 가고 싶는데……. 해가 왜 떠오르지 않는 걸까?'
창틀에 기대어 밖을 보았어요.
"소나무야!"
"왜?"
"7시가 지나고 8시가 되었잖아. 그런데 해가 왜 떠오르지 않는 걸까?"
"모르겠어. 오늘은 참 이상해. 두부장수 아저씨가 왜 안 오실까?"
"넌 두부장수 아저씨를 기다리는 거니?"
"으응."
"아니, 왜?"
"너무 추워. 밤새 눈이 내려서 이렇게 나를 덮어버렸잖아. 어쩜 좋아!"
"해가 떠오르면 모두 녹아버릴 거야."
"아냐. 두부장수 아저씨가 오시면 돼. 내 가지의 눈을 털어 주실 거야."
설이는 현관 밖으로 나갔어요. 계단을 걸어 아파트 건물 밖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강아지가 제 집에서 얼굴을 쏘옥 내밀고 있는 거예요.
"멍멍아, 오늘은 내가 상을 받는 날이야. 그런데 해가 왜 떠오르지 않는 걸까?"
"모르겠어. 참 이상한 날이야. 털모자 할머니가 왜 안 오실까?"
"너는 털모자 할머니를 기다리는 거니?"
"으응. 배가 너무 고파. 좀 있으면, 털모자 할머니가 나에게 밥을 주실 거야."
아직은 깜깜한 시간, 설이는 아침 동산을 쳐다보았어요. 상을 받는 날인데, 왜 아직도 해가 떠오르지 않을까요?
"아이, 추워! 추워!"
설이는 두 손으로 몸을 감쌌어요. 그리고 계단을 걸어 현관문을 열었어요. 방으로 들어가 창 너머를 또 쳐다보았지요. 그런데,
달랑달랑~
두부장수 아저씨가 보였어요.
"밤새 무거웠겠구나. 내가 털어 주마."
두부장수 아저씨는 소나무 가지에 얻혀진 눈을 훌훌 털어 주셨어요. 그러자 소나무는 고맙다며 생글생글 웃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콜록콜록~
털모자 할머니가 보였어요.
"밤새 배고파겠구나. 이 밥을 먹으렴."
털모자 할머니는 강아지에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주셨어요.
강아지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냠냠짭짭 밥을 먹어요. 그런데,
'어머나!'
저기, 아침 동산에 해가 부웅 떠오르지 뭐예요. 부웅 떠올라 아파트촌을 환하게 비추지 뭐예요.
지금껏 산 너머에 살짝 숨은 채 기다려 왔나 봐요. 누구에게 상을 줄까 생각하며 기다려 왔나 봐요. *
출처:동화작가 김문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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