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내년이면 학교 가게 될 유나는 제법 자기 할 일을 알아서 잘 하는 어린이입니다.
엄마가 오빠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아침상을 마련하는 동안, 유나는 유치원에 가려고 곱게 혼자서 머리를 빗고 있어요, 그런데 어떡하면 좋지요?
어젯밤, 잠자리에 들면서 엄마 몰래 씹던 껌이, 그만 머리에 척 달라 붙어 있지 않아요.떼내어 보려 했지만 머리카락이 잔뜩 엉겨붙어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언제인가 껌을 뱉지 않고 잠자다가 그만 요에 늘어붙어 심한 꾸중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이번엔 그대보다 더 큰 덩어리가 옆머리도 아닌, 뒷통수 정면에 흉하게 붙어 있으니.
"유나, 뭐하니? 어서 아침 먹자-"
엄마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처럼 곱고 정다왔지만 오늘 유나에게는 엄마의 음성조차 좋은 줄 몰랐습니다.
"난 몰라, 난 몰라!"
눅진눅진한 껌을 잡아 떼보려 했지만 손에 뜯겨나온 것은 한 움큼의 머리카락뿐이었어요.
유나는 그만 엉엉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때 방싯 문을 열고 엄마가 유나의 모습을 보셨습니다.
"저런, 그럴 때엔 큰 가위로 뒤쪽 머리카락을 덤썩 잘라내야 해요." 하시는 게 아닙니까?
엄마가 놀리느라고 해본 말씀인 줄도 모르고 유나는 아까보다 더 섧게 울었습니다.
엄마는 이제 다시는 유나가 잘 때 껌을 씹지 못하도록 단단히 혼내 주실 마음이었습니다.
"유나야, 얼음이 얼었나 어서 가봐."
엄마는 유나의 뒤통수에는 마음이 없으신 듯 웬지 얼음부터 찾으셨어요.
아침마다 오빠가 얼음을 모두 병에 넣어 가기 때문에 엄마는 새로 물을 부어 놓으신답니다.
유나는 자기가 저지른 죄가 있어서 궁금한 마음이 있었지만, 잠자코 시키는대로 하였습니다.
"엄마, 얼음 다 익었어요.!"
유나 말대로 얼음은 단단히 익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유나는 얼음을 익었다고 말해서 식구들을 웃겼는데, 아직도 그렇게 말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있어요
잘익은 얼음이 어떤 일을 해내는지 유나는 알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타월에 몇 개의 얼음을 넣어 유나의 머리 뒤통수에 대고 가만히 비볐습니다.
"앗, 차가와!"
얼음물이 새하얀 유나의 목을 타고 흘러내릴 때마다, 유나는 그만 자라목이 돼버립니다.
그러나 병원에서 주사 맞을 때처럼 눈을 꼭 감은 채 잘 참고 있어요.
"이것 좀 봐라. 껌이 꽁꽁 얼어서 떨어졌단다.!"
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더위였지만, 머리랑 옷이 흠뻑 젖은 유나는 몸도 마음도 날아갈듯이 시원했습니다. *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