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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뿌리는 비에도 낙엽은 한꺼번에 많이씩 떨어지며, 젖은 땅에 꽃잎 수를 놓았습니다.
이제 막 공부가 끝났는지 예쁜 비옷을 입은 어린이들이 유치원을 나오고 있었습니다.
비를 피하여 담 밑에 서 있던 젊은 엄마 셋이 기다리던 아이를 보자 반갑게 달려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 중에는 소영이 엄마도 있었습니다.
이 동네에 새로 이사온 소영이가 길을 잃을까봐 데리러 온 거예요.
조금거리가 먼 곳에서 오는 아이들은 유치원 버스를 타고 다닙니다. 비옷을 입지 않은 소영이는 조금 추워 보였지만 엄마를 보자 활짝 웃었습니다.
유치원의 골목 안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면 무척 복작거렸어요.
그런데 갑자기 골목 안이 더욱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빵,빠빠앙-빵
여러 대의 자동차에서 눌러대는 경적소리에다가 볼멘 아저씨들의 퉁명스런 음성까지 섞여 시끄럽기 그지없어요.
"얼른 좀 비켜요!"
이 동네 사정에 익숙하지 못한 소영이랑 엄마도 눈이 둥그래가지고 가까이 가 보았습니다.
두 대의 승용차 때문에 길이 꽉 막혀 택시와 그 뒤에 줄지어 나오던 차들이 못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비를 맞아 더욱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빨간 자가용 승용차와 백조처럼 희고 예쁜 자동차가 방향을 맞추지 못하여 오도 가도 못하고 있질 않아요?
조금 전 유치원에서 소영이 엄마와 함께 기다리고 서 있던 엄마가 둘다 방향을 맞추지 못하여 쩔쩔매고 있는 것이었어요.
너무 시끄럽게 떠들고 경적을 울려대서 소영이도 귀를 막았습니다
소영이를 한 쪽에 세워 두고 엄마는 여군처럼 씩씩한 걸음으로 삐뚤빼뚤 늘어 서 있는 자동차 사이를 빠져나가더니, 모두들 좀 조용히 하라고 신호를 보냈습니다.
마치 지휘자의 신호에 맞추어 연습중이던 관혁악단이 단번에 모든 소리를 고치듯 왕왕되던 자동차의 아우성이 단 한 번의 손짓에 금방 입을 다물었습니다.
"차를 돌려드릴께요"
소영이 엄마는 재빨리 운전석으로부터 주인을 끌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앉더니 새털보다 가볍게 차를 굴려 저만큼 편안한 곳에다 대 주었습니다.
그 다음 번에 새 하얀 백조차 까지도 .
뒤죽박죽 엇갈리던 차들이 금방 제자리를 찾아 질서있게 한 줄이 되어 미끄러져 나갑니다.
" 에잇, 운전도 제대로 못하면서........" 하고 엄마는 자동차의 주인을 쏘아봅니다.
"아저씨들도 처음엔 그랬지마는."
엄마는 차들이 빠져 나가 갑자기 넓어진 골목에서 그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소영이 엄마는 어제 일하고, 오늘은 하루 쉬는 개인 택시 여자 운전기사였습니다.
제일제당 사외보 [작은이야기] 1887년 9월호에서
http://www.cjlife.co.kr/lifestory/search/1987_09/story.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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