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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게 뻗은 길 위로 모양이 똑같게 생긴 두 대의 자동차가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색깔도 똑같고, 둘 다 짐차인데 똑같이 두꺼운 부대 종이로 싼 것들을 뒤에 잔뜩 싣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똑같은 차가 아니었다. 앞의 차는 밀가루를 실었고, 뒤의 차는 시멘트를 실은 차였다.
그런데 밀가루 차 운전사가 운전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졌다. 그렇지만 운전을 하면서 앉은자리에서 오줌을 눌 수는 없는 일이었으므로 그만 할 수 없이 차를 세우고 길가로 내려섰다. 뒤에 달리던 시멘트 차 운전사는 앞에 가던 차가 길을 막고 섰기 때문에 자기도 차를 멈추었다. 차를 멈추고 밖을 내다보니 앞의 차 운전사가 길가에 서서 막 오줌을 누려고 하는 모양이 보였다. 그러자마자 이 시멘트 차 운전사도 갑자기 오줌이 마려웠다. 그래서 그도 차에서 내려 오줌을 누기로 했다. 두 운전사는,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모자를 쓴 이 두 운전사는 비슷한 장소에서 누런 오줌을 누고는 다시 각기 차에 올랐다.
그러나 그 다음부터 뭔가 달라진 게 있는 것 같았다. 시멘트 차 운전사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줄곧 자기 앞을 분명히 어떤 차가 달리고 있었는데 그 차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을 발견하게 됐던 것이다. 어디로 갔을까? 그러나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참 귀신 곡하겠네. 금방 눈앞에 있던 차가 그래 잠깐 오줌 누는 사이에 어디로 사라졌단 말이냐?"
밀가루 차 운전사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금 전까지 만 해도 보이지 않던 웬놈의 자동차가 한 대 자기의 앞을 딱 가로막고는 달려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참 별놈의 세상 다 보겠네. 저 빌어먹을 차가 언제 나를 따라먹었다더냐 ? 옳지 ! 필경 저놈이 나 오줌 누는 사이에 앞질렀겠구나 ?"
그러나 곧 그들은 무엇이 왜 달라졌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옳아, 우리가 이거 오줌 누는 바람에 차를 바꿔 탔구나! 쯧쯧……"
그렇지만 그 두 운전사들은 똑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운전만 할뿐이었다.
"에라! 알 게 뭐야! 내 껀가 ?"
시멘트 차 운전사는 한참 가다가 갈림길을 만났다. 그는 왼쪽 길로 들어섰다. 그 길 끝에는 어떤 아이들이 많은 늙은 부자가 자기 집을 크게 짓고 있었다. 운전사는 싣고 온 시멘트를 그 공사장에 내려놓았다. 일꾼들이 달려와 부대를 뜯고는 시멘트 가루를 쏟아 반죽을 했다. 그런데 그 시멘트 가루라는 게 좀 이상했다. 한 일꾼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옆의 친구에게 말했다.
"아니, 무슨 시멘트가 이렇게 하얗고 보들보들하지 ?"
그러자 옆의 친구가 말을 받았다.
"이거 밀가루 아냐?"
그들은 운전사에게로 걸어가서 물었다.
"여보시오, 이거 정말 시멘트요 ?"
운전사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렇소. 분명히 시멘트요."
일꾼들은 다시 일자리로 오면서 중얼거렸다.
"에라, 알 게 뭐야! 내 집인가 ?"
집이 완성되자 제일 좋아한 것은 그 집 아이들이었다. 하녀가 방에 불을 뜨뜻하게 때자 구수한 과자 익는 냄새가 집안에 가득 찼다. 아이들은 과자가 어디 있는가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드디어 굉장히 커다란 과자를 발견하고는 너무나 신이 나서 입이 딱 벌어졌다.
그리고 곧 그 거대한 과자에 덤벼들어 서로 내기라도 하는 듯 마구 갉아먹기 시작했다.
밀가루로 지은 집.
거기에 불을 때니까 과자가 됐던 것뿐이다. 아이들은 키가 작았으므로 모두 기둥뿌리를 비스킷 먹듯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남에게 질세라 먹고 있었다.
한편 밀가루 차 운전사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단골 과자 가게로 갔다. 과자 가게 일꾼들은 밀가루를 받아 과자를 만들었다. 그런데 한 일꾼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옆의 친구에게 속삭였다.
"무슨 밀가루가 이렇지 ? 이렇게 시퍼런 밀가루는 처음 보았는걸 ?"
"아니, 이건 시멘트 아냐 ?"
"운전사에게 물어 보자."
그러나 운전사는 벌써 가고 없었다. 돌아오며 두 일꾼은 중얼거렸다.
"에라, 알 게 뭐야 ! 내가 먹는 건가 ?"
어느 날.
두 개의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집이 무너져 그 밑에 깔린 불쌍한 아이들의 등뼈 부러지는 소리와 과자 가게에서 손님들의 이빨이 부러지는 소리가 한꺼번에 들렸던 것이다.
운전사들은 그후에도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벌어 달나라에 땅을 무지무지하게 샀고, 그래서 나라 땅을 넓힌 공으로 훈장까지 받았다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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