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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추애(아동문학가) 그림/강낙규
'꿈 사진관은' 모퉁이 가게의
이름표입니다. 안경아저씨는 그 가게에서 혼자 살았습니다.
아버지나 어머니
또는 아들이나 딸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더욱이 "이것 보세요."라며 아저씨를
불러 주는 아줌마도 없었습니다.
그래요. 안경아저씬 늘 혼자였지요.
가끔,
아주 가끔 손님이 아저씨네 가게 앞을 어슬렁거리기도 했었지만 그 손님들이 가게안을
쏙 들어가 사진을 찍는 일은 꽤 드물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아저씨네 가게를
곧장 지나서 큰길 버스 정류소 옆의 큰 가게 '스타 스튜디오'란 데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유진이는 안경아저씨네 가게의 단골 손님입니다.
백일 사진, 첫돌사진,
또 있어요. 유치원 뒷벽에 걸려 있는 우리들 지우개 만한 증명 사진도 아저씨가 찍었습니다.
그 사진들은 보고 또 보아도 귀엽고 예쁘기만 합니다.
따뜻한 일요일입니다.
유진이는 가게의 유리창을 닦고 있는 아저씨를 만났고 늘 궁금했던 생각을 풀어놓았습니다.
"아저씬 왜 혼자 살아요?"
"혼자 살다니, 언제?"
아저씨는 안경 속 두눈을 왕방울로 만들었고 유진이는 재빠르게 대꾸했습니다.
"언제나요. 매일, 항상, 지금도."
"허허허허."
아저씨는
너털웃음 끝에 가게 안 유리 상자를 가리켰습니다.
"저긴 누가 살고 있지?"
"금붕어요."
"옳지, 잘 아는군. 저긴?"
아저씨의 손끝은
천장에 매달린 하얀 새집을 향했습니다.
"노랑 잉꼬예요."
"그래
그래, 잉꼬야. 또 있어."
아저씨는 모퉁이 길 한쪽에 놓아 둔 사과 상자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 속에는 나팔꽃 줄기가 하늘을 향하여 뒤엉켜 오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식구들과 살고 있는데 왜 혼자 산다고 하지?"
"피―."
유진이는 입을 삐죽이며 바람을
뺐습니다. '그게 무슨 식구예요. ' 유진이의 바람 입술의 말입니다.
그랬지요.
유진이처럼 다른 사람이 아저씨를 볼 때 아저씬 가엾으리 만큼 외롭고 쓸쓸해 보였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랍니다.
가만히 귀기울여 보세요. 아저씨가 불고 있는 휘파람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흥얼흥얼 노랫가락도 새어 나와요.
그러면서 아저씬
언제나 바빠요. 잉꼬에게 먹이를 주고 금붕어의 우리집을 닦아주며 웃고 있어요.
그럴 때의 아저씨의 모습은 행복하게 보입니다.
그뿐 아니지요. 동네 사람들은
아저씨가 찍어 주는 사진은 싫어하지만 아저씨의 사과 상자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그 보잘것없는 사과 상자는 요술을 부리듯 갖가지 꽃들을
싱싱하게 피워 내고 있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지남철처럼 잡아당기는 것입니다.
가을이 올 즈음 안경아저씨는 '꿈 사진관'의 이름표를 떼 내고 어디론가 떠나
버렸습니다.
그 가게는 다른 사람이 살게 되었는데 모퉁이의 풍경은 놀랍게
변해 버렸습니다.
사과 상자는 쓰레기통이 되었습니다.
휴지 조각이 뒹굴었습니다.
모퉁이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코를 싸매고 종종걸음 쳤습니다. 기분 나쁜 냄새
탓이었습니다.
"아저씨가 계실 땐 깨끗했는데."
유진이의 볼
부은 소리에 엄마가 말했습니다.
"그렇지? 그래! 깨끗한 마음, 따뜻한
손이 머무는 곳이 곧 숲이란다. 양지란다. 새가 울거든. 꽃이 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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