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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추애(아동문학가) 그림/강낙규
모두 여자를 비웃었지요. "저 꼴에 개라니!" 그럴 만했습니다. 여자는 양말 장수였는데, 머리에 어깨에 그리고 양말과 허리께 까지 양말보따리를 주렁주렁 열매처럼 달고서 여위고 털이 드문드문 빠진 이상한 개까지 데리고 다녔으니까요. "이쪽으로 와. 차가 오잖니." 여자가 개에게 말하는 모습은 엄마가 아기에게 타이르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밥 먹을 때 됐네. 빵 먹을래? 우유는 어때?" 이처럼 여자의 말투는 다정했고, 어제와 오늘, 아침과 저녁, 아까와 지금이 한결같았습니다. 그래서 여자를 향한 사람들의 조롱은 끝이 없었지요. "저 개는 여자의 아기란다." 여자와 개의 얘기는 정말 재미있고 신나고 즐거웠으므로 사람들은
보지도 듣지도 못한 말까지 마구 지어내어 소문을 만들고 퍼뜨렸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소문을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여자 몰래만
수군거렸으니까요. "양말이 좀체 안 팔린다. 그지?" 개는 여자의 말끝에 꼬리만 두어 번 흔들었습니다. "여자의 양말속에 벌레가 살고 있어. 벼룩, 빈대 따위 말이지." 이러니까 양말이 팔릴 리 없었지요. 그랬지만 여자는 그 자리, 그 어귀에서 양말을 풀어놓고 개와 함께 손님을 기다렸고, 어둑어둑 땅거미가 질 때 그 양말을 크기와 색깔대로 챙긴 다음 불끈 둥글게 뭉쳐진 보따리를 머리에 얹고, 양어깨에 메고, 허리께에 달고, 두손에 나누어 쥐고선 까만 어둠 속으로 개와 더불어 걸어갔었지요. 찬바람이 불었습니다. 이렇듯 여자는 오랫동안 돈을 벌지 못했지만 개에게는 많은 것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여윈 어깨엔 오동통 살이 붙었고, 빠진 털 자리엔
새 털이 돋아났으며 부스럼과 눈꼽이 떨어진 말끔한 개는 누가 보든지
튼튼하고 영리해 보였습니다. "파세요. 돈은 넉넉히 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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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개와 헤어지며 글썽 눈시울을 적셨고 여자의 말을 잘 듣는
개는 줄을 매달지 않아도 어머니의 뒤를 졸졸 따라가 버렸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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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음은 강물처럼 흐르고 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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