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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함께읽는동화] 지진은 왜 일어날까?

엄마동화 강혜려............... 조회 수 2060 추천 수 0 2003.09.21 18: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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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에 방귀를 잘 뀌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그가 뀌는 방귀는 힘도 크고 소리도 커서 멀리 시오리 밖에서도 들렸습니다.
방귀쟁이는 방귀가 나오려고 하면 얼른 밖으로 나가 하늘을 향해 방귀를 뀌곤 했습니다. 왜냐구요? 집안에서 방귀를 뀌면 집이 부서지니까요.
  어느 날 건넛마을 김 서방이 놀러 왔습니다.
   "여보게, 잘 있었나?"
   "김 서방인가? 어서 오게나."
   김서방을 방으로 맞아들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방귀가 "뽕!"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갑작스런 일이라 밖에 나가지 못하여 그만 방구들이 꺼지고 말았습니다.
   "어휴, 이걸 어쩌나."하며 엉거주춤 일어서려는데 또 방귀가 나왔습니다. 방귀쟁이는 엉덩이를 얼른 문 쪽으로 돌렸습니다. "뽕"소리와 함께 문짝은 댓바람에 하늘 높이 붕 뜨더니 앞산 숲속으로 떨어졌습니다.
   김 서방은 소문은 들었지만 막상 가까이서 보니 놀랍고 무서워서 떨리는 목소리로 "여보게, 진정하게, 이걸 어떡하나. 이게 웬 날벼락인가. 우리 방구들이나 살펴보세." 하며 방구쟁이와 함께 몸을 구부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무슨 일입니까? 다시 "뽕"소리와 함께 이번엔 지붕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김 서방은 방귀쟁이 곁에 있가가는 자기까지 멀리 날아갈까 두려워 "걸음아, 날 살려라."하며 도망을 치고 말았습니다.
   허겁지겁 달아나는 김 서방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방귀쟁이는 다 부서져 버린 집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눈물이 핑 돌며 한숨이 새어 나왔습니다.
   방귀쟁이는 마음을 달래려 앞산에 올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바라보다가 궁시렁거렸습니다.
   '나는 왜 보통 사람과 다를까. 그림을 잘 그리든지, 씨름을 잘 하든지, 그런 쓸 만한 재주를 가져야지, 이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냄새 나는 방귀쟁이라니…. 내 신세도 처량하다.'
   신세 타령을 늘어놓던 방귀쟁이는 "에라, 잠이나 자자."하며 부드러운 풀밭에 엎드려 잠을 청했습니다. 잠이 들락말락 할 때 갑자기 방귀가 나왔습니다.
   "뽕! 뽕!"
   마침 이 때 하늘 나라에서는 하느님의 점심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맛있고 구수한 음식 냄새 속에 이상야릇한 냄새가 풍겨 왔습니다. '이게 웬 냄새일까.'하고 두리번거리시다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 글쎄, 방귀쟁이가 하늘을 향해 방귀를 뀌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하느님은 괘씸한 생각이 들어 방귀가 나오는 구멍을 슬그머니 막아 버리셨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러졌습니다. 이번엔 방귀쟁이의 입에서 "뽕"소리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방귀쟁이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을까.'하고 방귀쟁이는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은 줄줄 나오는데 방귀는 주책없이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엉엉 - 뽕! 엉엉 - 뽕! 엉엉 - 뽕!
   이때 하늘에서 천둥 치는 것처럼 큰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네 이놈! 고얀지고. 어찌하여 하늘을 향해 방귀를 뀌었단 말이냐. 네 죄를 알렸다?"
   "예예, 죽을죄를 지었사오나 엉엉 - 뽕, 모르고 한 짓이오니, 엉엉 - 뽕,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엉엉 뽕."
   방귀쟁이는 머리를 조아리고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신 하느님께서는 방귀쟁이가 불쌍한 생각이 들어 부드럽고 인자한 목소리로 방귀쟁이를 부르셨습니다.
   "그만 울고 내 말을 듣거라. 네가 일부러 한 짓이 아니라 하니 이번만은 특별히 용서하겠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예예, 엉엉 뽕! 명심하겠습니다."
    방귀쟁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굽실굽실 절을 하였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정신이 얼떨떨하였습니다.
   어쨌든 입에서 "뽕"소리가 나지 않으니 천만 다행이구나 하면서도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랫배에 힘을 꽉주고 젖 먹던 힘까지 다 내서 "뽕"하고 방귀를 뀌었습니다.
   그런데 큰일이 났습니다. 산이 두 쪽으로 쫙 갈라졌고, "사람 살려! "하는 소리와 함께 방귀쟁이는 깊은 땅속에 갇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땅속은 어둡고 축축하고 무서웠습니다. 방귀쟁이는 밖으로 나오는 길을 더욱 깊이 들어가게 되는 거였습니다.
  여러분 지진이란 말을 들어 보셨죠? 그것은 지금도 땅속 어딘가에서 밖으로 나오려고 안간힘 쓰는 불쌍한 방귀쟁이의 방귀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랍니다. *

글쓴이 : 1954년 태어났다. 철저한 기독교 신자이고, 국교 4년생 쌍둥이 엄마이자 전업 주부.
남편은 성형외과 의사. 일기를 열심히 쓰고 가끔 동화나 수필을 잡지에 투고하기도 한다고.

생활속의이야기 1992.1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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