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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함께읽는동화] 해님의 웃음

엄마동화 이경하............... 조회 수 1637 추천 수 0 2003.10.21 20: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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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경하 그림/강낙규

해님 나라에서의 일입니다. 아까부터 여름 해님의 볼이 부어 있습니다. 내일이면 세상에 나가 있던 봄 해님이 돌아오고 이제 여름 해님이 세상에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스한 햇살을 뿌리며 웃음짓고 있을 봄 해님을 생각하니 약이 올랐습니다.

"넌 웃는 얼굴로 떠오른 적이 없어."
"뭐라구? 누구야!"

여름 해님이 주위를 둘러보니, 겨울 해님이 잠에서 덜 깬 듯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그러잖아도 화가 나 있던 여름 해님은 화풀이라도 하듯 톡 쏘아 붙였습니다. 그러자 겨울 해님이 돌아누우며 말했습니다.

"넌 아직도 모르니? 네가 하늘을 지킬 때면 왜 사람들이 모자나 양산을 쓰거나 이마에 손을 얹고 다니는지 말야."

여름 해님은 속으로 '이크!' 했습니다. 겨울 해님처럼 바른말 잘하는 해님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여름 해님도 이번만큼은 지기 싫었습니다.

"모르긴 뭘 몰라. 그거야 굉장히 환한 나의 빛 때문이지."
"하하하."

겨울 해님은 여름 해님의 말을 듣자마자 허리가 구부러져라 웃었습니다.

"왜 웃어? 내 말이 틀려?"
"이 바보야, 그러니까 네가 바보라는 거야."
"바보? 내가 왜 바보야?

여름 해님이 화가 나 씩씩대자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거봐, 지금 네 몸에서 열이 나지? 바로 화낼 때마다 뜨거워지는 네 얼굴이 보기 싫어서 그러는 거란 말야."

여름 해님은 할말이 없었습니다. 봄 해님하고는 다르게 자기만 떠오르면 모두들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것을 여름 해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성난 내 얼굴이 그렇게 보기 싫은가? 좋아, 그럼 이번에는 웃어 봐야지.'

여름 해님은 겨울 해님을 볼세라 몰래 웃는 연습도 했습니다. 여름 해님은 세상으로 떠날 채비를 하였습니다.

"너라고 다 싫어하진 않을 거야. 웃어 봐. 자꾸 웃으면 속상한 마음도 어느새 사라지거든."

가을 해님의 목소리였습니다.
여름 해님은 가슴이 뛰었습니다. 언제나 말이 없고 점잖은 가을 해님을 마음속으로 좋아했으니까요.
가을 해님과 헤어져 해님 나라에서 나온 여름 해님은 또다른 자신의 얼굴을 생각하며 산 위로 둥실 떠올랐습니다.

"아휴 더워. 벌써 여름이 온 거야?"

여름 해님을 보자,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이마에 손을 얹었습니다.
여름 해님은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여름 해님은 더 크게 웃었습니다.
그러자 이상하게 생각한 구름이 놀러 왔습니다.

바람도 궁금한지 머뭇거렸습니다. 그들은 금방 친구가 되었습니다.
여름 해님이 구름과 바람을 데리고 시골 외딴 집을 비출 때였습니다.

"올해는 분명히 풍년이 들거야."

점심을 드시던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원 영감도, 어떻게 알아요?"

할아버지 말씀에 할머니는 콩 튀듯 말대꾸를 하셨습니다.

"임자는 그것도 몰라? 아, 저 해님을 봐. 여름 해에 벼 익는 것도 고마운데, 해님 곁에 구름이 몰려 있으니 뜨겁지 않아서 좋지. 또 바람도 적당히 불어 주니 일하기가 좀 좋아?"

여름 해님은 그만 구름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을 줄 알았던 자기가 벼를 익게 한다고 생각하니,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모자도 안 쓰시고 논에 가시려는 거유?"

젊은 사람 못지않게 칼칼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모자는 무슨 모자. 이렇게 좋은 날에 모자를 쓰면 해님한테도 미안한거여."

이렇게 말씀하시며 문을 나서는 할아버지를 보고 해님은 생각했습니다.
웃음이란 정말 좋은 건가 봐. 그러니까 좋은 친구도 생기고, 사람들도 모자를 벗잖아.

그 뒤로도 여름 해님은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아마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는 것도 여름 해님의 웃음으로 친구가 된 구름과 바람 때문이 아닐까요?

글쓴이 :1956년 태어났고, 늦게 결혼해 아직 아이가 없다. 훗날 태어날 아기에게 구연 동화로 들려주고 싶어 이 글을 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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