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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경하 그림/강낙규 |
해님 나라에서의 일입니다. 아까부터 여름 해님의 볼이
부어 있습니다. 내일이면 세상에 나가 있던 봄 해님이 돌아오고 이제
여름 해님이 세상에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넌 웃는 얼굴로 떠오른 적이 없어." 여름 해님이 주위를 둘러보니, 겨울 해님이 잠에서 덜 깬 듯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그러잖아도 화가 나 있던 여름 해님은 화풀이라도 하듯 톡 쏘아 붙였습니다. 그러자 겨울 해님이 돌아누우며 말했습니다. |
"넌 아직도 모르니? 네가 하늘을 지킬 때면 왜 사람들이 모자나 양산을 쓰거나 이마에 손을 얹고 다니는지 말야." 여름 해님은 속으로 '이크!' 했습니다. 겨울 해님처럼 바른말 잘하는 해님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여름 해님도 이번만큼은 지기 싫었습니다. "모르긴 뭘 몰라. 그거야 굉장히 환한 나의 빛 때문이지." 겨울 해님은 여름 해님의 말을 듣자마자 허리가 구부러져라 웃었습니다. "왜 웃어? 내 말이 틀려?" 여름 해님이 화가 나 씩씩대자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거봐, 지금 네 몸에서 열이 나지? 바로 화낼 때마다 뜨거워지는 네 얼굴이 보기 싫어서 그러는 거란 말야." 여름 해님은 할말이 없었습니다. 봄 해님하고는 다르게 자기만 떠오르면 모두들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것을 여름 해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성난 내 얼굴이 그렇게 보기 싫은가? 좋아, 그럼 이번에는 웃어 봐야지.' 여름 해님은 겨울 해님을 볼세라 몰래 웃는 연습도 했습니다. 여름 해님은 세상으로 떠날 채비를 하였습니다. "너라고 다 싫어하진 않을 거야. 웃어 봐. 자꾸 웃으면 속상한 마음도 어느새 사라지거든." 가을 해님의 목소리였습니다. "아휴 더워. 벌써 여름이 온 거야?" 여름 해님을 보자,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이마에 손을 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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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궁금한지
머뭇거렸습니다. 그들은 금방 친구가 되었습니다. "올해는 분명히 풍년이 들거야." 점심을 드시던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원 영감도, 어떻게 알아요?" 할아버지 말씀에 할머니는 콩 튀듯 말대꾸를 하셨습니다. "임자는 그것도 몰라? 아, 저 해님을 봐. 여름 해에 벼 익는 것도 고마운데, 해님 곁에 구름이 몰려 있으니 뜨겁지 않아서 좋지. 또 바람도 적당히 불어 주니 일하기가 좀 좋아?" 여름 해님은 그만 구름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을 줄 알았던 자기가 벼를 익게 한다고 생각하니,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모자도 안 쓰시고 논에 가시려는 거유?" 젊은 사람 못지않게 칼칼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모자는 무슨 모자. 이렇게 좋은 날에 모자를 쓰면 해님한테도 미안한거여." 이렇게 말씀하시며 문을 나서는 할아버지를 보고 해님은 생각했습니다.
그 뒤로도 여름 해님은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아마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리는 것도 여름 해님의 웃음으로 친구가 된 구름과 바람 때문이 아닐까요? 글쓴이 :1956년 태어났고, 늦게 결혼해 아직 아이가 없다. 훗날 태어날 아기에게 구연 동화로 들려주고 싶어 이 글을 썼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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