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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함께읽는동화] 덧신 할머니

엄마동화 양봉선............... 조회 수 1941 추천 수 0 2004.01.02 00: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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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양봉선(전주시 효자동) 그림/강낙규

  은준, 은혜의 재롱에 세월 가는지도 잊고 사시던 할머니께서 삼촌 직장 따라 서울로 이사를 했습니다.
할머니는 답답한 아파트 생활이 싫고 탁 트인 시골 동네가 매일 그리웠지만 꾹 참고 지내셨습니다.
쓰레기 분리 수거 운동이 벌어지면서 아파트 밖 공터에 쓰레기통이 놓여졌습니다.
쓰레기 버리러 다니다 보니 쓸 만한 옷가지가 할머니 눈에 띄었습니다.
`깨끗한 옷 주워다가 활용해야지.'
소일거리를 찾으시던 할머니는 그날부터 틈틈이 재봉틀질을 하여 덧신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는 아파트 관리인, 신물 배달 소년, 우유 배달 아저씨, 시장 안 날품팔이 아주머니 등 어렵게 생활하며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덧신을 선물하였습니다.
"좋지는 않지만 겨울에 따뜻하게 신으세요."
"정성스럽게 만드신 것을 주시다니..."
언제부터인가 주위에선 덧신 할머니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쉴 때는 손주들 생각하시며 어린이 놀이터에 나오셔서 동네 아이들과 이야기도 나누시고 놀다 다친 아이 치료도 해 주시곤 하셨습니다.
"조심해서 놀아야지."
"공부 잘해서 효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날마다 아이들과 다정한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아파트 노인들은 보통 경로당에서 편히 쉬며 소일하시는데 덧신 할머니는 항상 바빴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으시고 빈 병과 우유 팩, 신문 등을 차곡차곡 모았다가 고물상에 팔았습니다.
경로당에 다니시는 할머니들은
"저 분은 늙어 죽도록 일만 하다 죽을 게야."
"덧신은 뭐 하러 만들어? 푹 쉬지."
"고물 몇 푼 받는다고 저 고생을 해." 하고 비웃었습니다.
그래도 덧신 할머니는 "죽으면 한줌 재가 되는 것을 뭐 하러 몸을 아껴요?" 하며 언제나 미소 짓곤 하였습니다.
기다리던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은준, 은혜는 할머니 집에서 방학을 보냅니다. 손주 재롱에 즐거워 하시며 귀염둥이 손주에게도 덧신을 만들어 신겼습니다. 양말 위에 처음 신어 보는 덧신.
"할머니, 감사합니다."
"개학하면 친구들에게 자랑해야지."
어깨춤을 추며 좋아합니다.
할머니의 음푹 패인 주름이 쫘-악 펴집니다
개학을 며칠 앞둔 어느 날.
그동안 고물 팔아 모은 돈으로 떡과 음료수를 사고 평소에 만든 덧신 가지고 손주와 함께 경로당을 방문했습니다.
경로당에서 쉬고 계시던 노인들은 덧신 할머니가 오시자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많은 덧신을 언제 만드셨어요. 고단하지도 않았나요?"
흉보았던 노인들은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습니다.
"우리들은 놀면서 비웃기만 했는데 선물까지 주시다니...."
"내일 당장 우리도 덧신 할머니를 도와 빈 병과 신문을 모으는 데 앞장 섭시다."
모두 덧신 할머니께 힘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옆에 서 있던 은준, 은혜도 할머니가 자랑스러웠습니다.
"덧신 할머니, 만세!"


글쓴이: 1958년에 태어났다. 결혼 13년째로 남매를 두었다. 결혼전부터 근무한 도서관에서 계속 일해 오고 있으며 책 읽기를 좋아해 최근엔 독서 지도자 공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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