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은 서울의 북동쪽에
있는 산입니다. 이 산은 우람하게 생겨서 우람산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산은 또 소나무가 많아 소나무산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불암산에 소나무가 유달리 많은 데는 옛날부터 전해 온 이야기가 있답니다.
아주 먼 옛날 도봉산에서 떨어져 나와 수락산에 붙어 살던 불암산이
드디어 제 이름을 갖고 독립을 했습니다. 새로 산이 만들어지자
여러 곳에서 나무 씨들이 날아와 자리를 잡고 싹을 틔워 숲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도봉산에서 날라 온 소나무 씨와 잣나무
씨가 가장 많고 잘 자랐습니다. "나는 말야, 윗집 바위 할머니가
그러시는데 솔새가 나를 물어다가 여기 심었대. 그래서 이렇게 큰 거야."
소나무가 큰 키를 뽐내며 말했습니다. "흥, 그래? 난 잣새가
물어다가 심었다고 옹바위 할아버지가 그러셨어. 넌 고향도 모르지?
내 고향은 도봉산이다." 이번에는 잣나무가 질세라 소리칩니다.
이렇게 시작된 다툼은 늘 끝이 없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 "와수수"
소리를 내면서 잣나무가 소리를 치면 소나무도 질세라 "우수수"
소리를 내면서 대들었습니다. 이를 본 작은 나무들도 덩달아 양편으로
갈라져 서로 으르렁거립니다. 쏴쏴 소리를 내면서 하늘을 향해 도리질을
치는 잣나무를 보면 소나무도 사실은 겁이 났습니다. 잣나무도 소나무가
휘청휘청 허리를 폈다가 구부리고 다시 펴면서 소리를 낼 때마다 정말
겁이 났습니다. 노루와 토끼, 다람쥐 등 불암산 가족들이 수군대기
시작했습니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서로 사이좋게 지내게 할
수는 없을까?" 제일 먼저 말을 꺼낸 건 겁이 많은 토끼였습니다.
"싸울테면 싸워 보라고 해.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 노루는
은근히 겁이 나면서도 태평스런 말을 합니다. "한 번 싸움이
붙어 결판을 내게 해야지. 진 쪽이 다른 산으로 옮겨 가도록 하면 어떨까"
오소리는 결판을 내자는 쪽이었습니다. 결국 명승부를 내자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한 판 승부를 낸다더라."
불암산 골짜기에 소문이 퍼지고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날짜는 봄이
찾아와 동남풍이 불고 비바람이 치는 날이었습니다. 숲 속 친구들은
소나무 편과 잣나무 편으로 갈라져 응원을 할 모양입니다. 그러나
소나무는 싸우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잣나무야, 우리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자. 내가 졌다고 할게." 소나무가 화해를
청했지만 잣나무는 못 들은 체 대답이 없었습니다. "하는 수
없지. 잣나무가 정 그렇게 싸우기를 원한다면 싸워서 승부를 내야지."
소나무가 그렇게 말하자 나이 많은 왕바위 할머니가 소나무에게 충고를
했습니다. "싸우더라도 뿌리는 단단히 박고 싸워야 하네. 뿌리가
뽑히면 끝장나거든."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습니다. 비바람이
치던 봄날 불암산은 난리가 났습니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한 판 승부의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와락 달려 들었습니다. 잣나무는 뿌리까지
뽑아 가지고 무리를 지어 소나무에게 덤볐습니다. "와! 소나무
이겨라." "우우! 잣나무 이겨라." 비바람 속에서의
싸움은 장관이었습니다. 소나무 그루마다 잣나무들이 뿌리째 뒤엉켜
억세게 덤볐습니다. 드디어 일전의
대결은 끝났습니다. 모두들 용감하게 뿌리까지 뽑아 가지고 소나무에게
덤빈 잣나무가 이겼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소나무의
승리였습니다. 왕바위 할머니의 충고를 마음 속 깊이 새겨 두었던 소나무는
지는 한이 있더라도 뿌리는 뽑지 않고 근본을 지켰기 때문입니다.
상처가 나고 가지가 꺾여도 튼튼한 뿌리를 지킨 소나무는 승리했지만,
잣나무는 뿌리째 뽑힌 채 해가 나오자 그만 말라 죽고 말았습니다.
`소나무가 화해하자고 할 때 할 걸.' 잣나무는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불암산이 왜 소나무산이라고도 부르는지 이젠 알겠지요?
글쓴이:
'36년에 태어났다. 불암국민학교의 원로 교사로 서울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에 어머니들이 읽는 동화를 몇 편 기고한 일이 있다. 이번 동화는
불암산 바로 밑에 있는 국민학교에서 산을 생각하며 쓴 동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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