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또 따따."
"꼬끼오." 나팔꽃 아가씨의 기상 나팔 소리와 닭 아줌마의
홰치는 소리로 온 세상은 아침을 맞이합니다. 다솜이는 오늘 아침에도
파아란 물뿌리개로 꽃들에게 시원한 물을 줍니다. "예쁜 꽃들아,
안녕. 물 많이 먹고 잘 자라." 다솜이는 쉴 새 없이 꽃들과
종알종알 이야기를 나눕니다. 키가 작은 채송화, 닭 볏처럼 생긴 맨드라미,
그리고 빨간 꽃잎을 달고 있는 봉숭아는 함초롬히 물을 머금고 행복해
합니다. 그런데 건너편에서 이들을 보고 있던 꽃이 있었습니다.
바로 노오란 호박꽃이었습니다. "다솜이는 왜 내게 물도 주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는 걸까?" 호박꽃은 오늘은 혹시나 다솜이가
물을 주려나 하고 기다려 보았지만 다솜이는 호박꽃 앞을 휙 지나쳐
버렸습니다. 호박꽃은 슬퍼졌습니다. 문득 자신의 모습을 둘러보았습니다.
노란빛에 별 모양과 종 모양이 합쳐진 모습이 그다지 밉다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못 생긴 사람을 호박을 빗대어
`호박꽃 같다'느니 `호박꽃도 꽃이냐'느니 하면서 괄시하는지 통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꽃밭에서 이상한 신음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다솜이가 봉숭아 꽃잎을 돌로 짓이기고 있었습니다.
"내 몸은 잘게 부서져서 다솜이의 손톱을 꽃물이 들게 한단다.
첫눈이 올 때까지도 난 손톱에서 빨간 빛으로 살 수 있단다. 그래서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아주 행복해." 봉숭아의 얘기를 듣고
호박꽃은 자신도 고통을 받더라도 봉숭아 꽃잎처럼 다솜이의 손톱을
물들이고 싶었습니다. 비가 조금씩 여러 날 촉촉히 내렸습니다.
호박꽃은 유일한 친구인 벌이 놀러 오지 않자 무척 심심했습니다.
그때, 다솜이가 할머니 손에 이끌려 호박꽃에게로 다가왔습니다.
"다솜아, 호박꽃이 참 예쁘지? 벌들이 놀러 오지 않으니까 접을
붙여 주어야겠구나." 할머니는 호박꽃 하나를 꺾어서 또 다른
호박꽃에 안겨 주었습니다. 다솜이도 할머니처럼 몇 개를 꺾어서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할머니, 왜 이렇게 해 주는
거예요?" "며칠 있다가 얘기해 줄게."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시며 호박꽃 줄기를 길게 잘라 구슬 목걸이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호박꽃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호박꽃은 이상하게 현기증이 나더니 꼭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기를 또 며칠이 지나자 꽃이 뚝 떨어지고 호박꽃은
뭔가 커다란 몸집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다솜이와 할머니가 자신을 보고 있었습니다. "여길
보렴 다솜아. 네가 며칠 전 만졌던 꽃이 떨어지고 호박이 열린 거란다."
"야! 호박꽃이 최고예요." 다솜이가 탄성을 질렀습니다
"조금 더 크면 다솜이에게 맛있는 호박전을 만들어 줄게."
이 소리를 들은 호박은 자신도 다솜이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매일 다솜이의 손길을 받으며 호박은 하나씩
다솜이와 식구들의 반찬이 되었습니다. 그 중 다솜이가 따지 못한
호박 다섯 통은 할머니처럼 주름도 생기고 색깔도 주황색이 되었습니다.
몸집도 커졌구요. 이 늙은 호박은 호박떡과 호박죽으로 쓰이고 다솜이
동생을 낳아 주신 엄마에게는 약으로도 쓰여졌답니다.
글쓴이: 1964년에 태어났다.
결혼 전 6년 간 사립 유치원 교사 생활을 했고 지금은 3살 된 딸을 기르는
가정 주부이다.
|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