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동심의 세계는 모든 어른들의 마음의 고향입니다

동화읽는 어른은 순수합니다

동화읽는어른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서랍 꽃밭속의 민들레

엄마동화 이미옥............... 조회 수 1271 추천 수 0 2004.02.05 22:05:25
.........

글/이미옥(서울시 성북구 하월곡2동) 그림/강낙규

 

"엄마, 토마토가 울고 있어요."
송이는 오랜만에 올라온 옥상의 서랍꽃밭에서 이 꽃 저 꽃을 나비처럼 옮겨 다니면서 말했습니다.
"그건 토마토가 울고 있는 게 아니야. 며칠째 내린 비로 얼굴이 다 젖어 버렸구나. 빨갛게 잘도 익었네."
송이 엄마는 부드러운 잔털이 난 토마토 하나를 따서 송이에게 주었습니다.
"엄마, 근데요. 아까 가지고 올라온 저 봉투 안에 뭐가 들어 있어요?"
"응, 네 손톱에 예쁜 물 들여 주려고 봉숭아 씨앗 몇 개 얻어 왔는데 심을 자리가 없구나."
"아, 전에 내 손톱에 빨갛게 칠해 주던 그 꽃이죠."
"그래. 빨리 심어야지 가을에 네 손톱에 봉숭아물 들여 줄텐데. 꽃밭에서 뭘 하나 뽑아내야겠어."
송이 엄마는 서랍꽃밭에 앉아 토마토 팔끼리 엉긴 것도 풀어 주고, 민들레 얼굴 위에 흙탕물도 털어 주었습니다. 그리곤 푸른 고추와 상추, 깻잎 등을 바구니에 푸짐하게 따 가지고 송이와 함께 내려갔습니다.
송이 엄마가 망가진 옷장 서랍으로 만든 꽃밭, 올해도 서랍이 넘치도록 꽃들이 피어났습니다. 송이 엄마는 작년보다 더 많은 씨앗들을 심었기 때문에 꽃들은 어깨를 제대로 펴지 못한 채로 지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또 다른 씨앗을 가져왔다니, 서랍꽃밭 안은 갑자기 소란해졌습니다.
토마토는 자기 팔에 매달려 자라고 있는 나팔꽃의 입에 대로 말했습니다.
"난 걱정없어. 송이가 날 얼마나 좋아하는데. 송이 주먹만한 토마토가 익으려면 더 있어야 하거든. 난 열심히 열매를 매달아야지."
토마토는 어깨를 우쭐대며 자랑했습니다.
"우리도 아닐거야. 우린 여름 내내 우리의 잎으로 송이네 식탁을 싱싱하게 채워 주거든. 그리고 가을이면 우리의 고소한 씨앗들을 털어내야 해."
깻잎의 눈꼽만한 하얀 꽃들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너희들도 아까 봤잖아. 깻잎이랑 상추랑 나랑 바구니 하나 가득 따 가면서 우릴 예뻐하는 거 말야. 우린 여름이 다가도록 여기에 남아 있을 거라구."
고추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호호호."
그때였습니다. 지붕 아래에 매달려 있던 호박꽃이랑 수세미꽃이 웃음을 쏟아냈습니다.
"난 매일 너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 우린 뿌리만 서랍꽃밭에 있지 몸은 이렇게 지붕 아래로 내려가 있거든. 꼬불꼬불한 팔들로 간신히 철난간에 매달려 있는 게 늘 불만이었어. 설마 우릴 내쫓진 않겠지."
노란 수세미꽃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사실, 이 서랍꽃밭은 너무나 비좁아. 난 벌써 2년째 여기서 살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꽃들이 피어난 건 처음이야 작년에 없던 민들레까지 어디서 날아들어선..."
도라지꽃이 민들레를 내려다보면서 도도하게 말했습니다. 사실 민들레는 처음부터 송이 엄마가 심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꽃들은 은근히 민들레를 미워했습니다. 민들레는 자꾸 눈물이 나와 고개 숙여 울고 싶었지만 해님만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나도 다른 꽃들처럼 맛있는 열매나 이파리를 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꽃씨도 말야. 날아다니는 씨앗은 싫어."
민들레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하루 종일 시끄럽던 서랍꽃밭도 해님이 시들자 저마다 지친 입술을 가지고 잠이 들었습니다. 민들레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자기가 아무래도 뽑혀 나갈 것 같아 한잠도 자지 못했습니다.
"뚝딱, 뚝딱."
망치 소리에 모두들 놀라 잠이 깼습니다. 해님의 이마가 조금씩 보이는 이른 아침에 누가 망치질을 할까요? 송이 엄마가 마당에 앉아 뭔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망치 소리보다 오늘 누가 이곳을 떠나느냐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예쁘게 보이려고 아침 이슬로 열심히 세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참 좋은 아침이구나. 잘들 잤니?"
송이 엄마는 파란 물통과 나무 상자 하나를 가지고 올라와선 꽃들에게 시원하게 물을 뿌려 주었습니다.
모두들 즐겁게 웃으며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민들레 얼굴까지 그 물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언제나 고추팔에 가려서 햇살도 물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송이 엄마는 민들레 앞에 앉아 나무젓가락을 이어 고추팔을 다른 쪽으로 뻗게 해 주었습니다.
"민들레가 고추에 가려 힘들었겠구나. 민들레는 작지만 늘 해님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어디서든 야무지게 꽃을 피워내지. 난 얼마나 좋은지 몰라. 자, 꿋꿋하게 꽃을 피워 내년에도 이곳으로 꼭 솜털 날개 달고 날아오렴."
그제서야 햇살이 눈부시게 민들레의 얼굴을 만져 주었습니다. 민들레는 활짝 웃으면서 송이 엄마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참, 나무 상자를 수리해서 새로 꽃밭을 만들었단다. 여기에 봉숭아 씨앗을 심어야겠어."
모두들 손뼉을 치며 어깨춤을 추었습니다. 누구도 이 서랍꽃밭을 떠나지 않게 되어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리고 민들레는 어느 꽃들보다도 열심히 햇살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내년에 다시 이곳에 찾아올 홀씨를 만들기 위해서죠.


글쓴이: 69년생으로 미혼. 제일은행 의료보험조합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학에서 문예 창작 공부를 했고 현재도 열심히 습작을 하고 있다. 틈틈이 그림 그리기도 즐겨 한다고.

 

 

 Copyright ⓒ 1998 CHEILJEDA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출처URL: http://www.cjlife.co.kr/lifestory/1994_07/fairytale59.html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3 신춘문예 [1989동아일보] 서울 가는 길 -황일현 황일현 2004-04-25 5274
92 신춘문예 [1990동아일보] 바람개비 -한상남 한상남 2004-04-25 1837
91 신춘문예 [1991동아일보] 새 -김애영 김애영 2004-04-19 1243
90 신춘문예 [1992동아일보] 참새풀 -전유선 전유선 2004-04-19 1514
89 신춘문예 [2003부산일보] 조각보 속의 옥비녀 -임현주 임현주 2004-04-19 2081
88 신춘문예 [1993동아일보] 멧돼지와 집돼지 -조장희 조장희 2004-04-19 1626
87 신춘문예 [1994동아일보] 노루 -조대현 조대현 2004-04-19 1683
86 신춘문예 [1981동아일보] 하느님의 호주머니 속에는 -김운경 김 운 경 2004-04-19 674
85 신춘문예 [1998동아일보] 아지랭이로 짠 비단 -이슬기 이슬기 2004-04-19 2042
84 창작동화 [창작동화] 엎어진 냄비우동 정원 2004-04-15 1900
83 신춘문예 [1976동아일보] 찬란한 믿음 -송재찬 송재찬 2004-03-31 1640
82 신춘문예 [1981대한매일] 소리들의 꿈 -김수미 김수미 2004-03-31 1208
81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호박잎 웃음소리 배현숙 2004-03-19 1609
80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우산과 양산 허윤 2004-03-10 2093
»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서랍 꽃밭속의 민들레 이미옥 2004-02-05 1271
78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호박꽃도 예뻐요 홍미경 2004-01-26 2032
77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뿌리를 지킨 소나무 김창종 2004-01-11 1910
76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덧신 할머니 양봉선 2004-01-02 1941
75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다시 찾은 구름나라의 평화 김유경 2003-12-14 1301
74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우물밖으로 나온 왕눈이 양경한 2003-11-16 1880
73 엄마동화 [엄마와함게읽는동화] 아기사슴들의 고향 김경은 2003-11-16 1582
72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고마운 것으로 가득찬 세상 이원지 2003-11-16 1624
71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샘솔이의 꿈 박미나 2003-10-28 1356
70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해님의 웃음 이경하 2003-10-21 1637
69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김치가 된 배추 [1] 신경아 2003-10-21 2585
68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솔이와 몽이 신경아 2003-10-05 1204
67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일곱빛깔 무지개 김승자 2003-10-05 1814
66 권정생동화 [권정생동화] 강아지똥 -에니메이션 권정생 2003-09-22 2599
65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느릿느릿게으른 달팽이 전유경 2003-09-21 1916
64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지진은 왜 일어날까? 강혜려 2003-09-21 2060
63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천사야 울지마 노경실 2003-05-13 2082
62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할아버지의 눈물 노경실 2003-05-13 1721
61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피아노 치는 영복이 [1] 노경실 2003-05-04 1856
60 엄마동화 [엄마와함께읽는동화] 온돌왕자 최용우 2003-05-04 1773
59 이현주동화 [이현주동화] 질그릇에 쌀 [1] 이현주 2003-01-06 2928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