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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함께읽는동화] 서랍 꽃밭속의 민들레

엄마동화 이미옥............... 조회 수 1267 추천 수 0 2004.02.05 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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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미옥(서울시 성북구 하월곡2동) 그림/강낙규

 

"엄마, 토마토가 울고 있어요."
송이는 오랜만에 올라온 옥상의 서랍꽃밭에서 이 꽃 저 꽃을 나비처럼 옮겨 다니면서 말했습니다.
"그건 토마토가 울고 있는 게 아니야. 며칠째 내린 비로 얼굴이 다 젖어 버렸구나. 빨갛게 잘도 익었네."
송이 엄마는 부드러운 잔털이 난 토마토 하나를 따서 송이에게 주었습니다.
"엄마, 근데요. 아까 가지고 올라온 저 봉투 안에 뭐가 들어 있어요?"
"응, 네 손톱에 예쁜 물 들여 주려고 봉숭아 씨앗 몇 개 얻어 왔는데 심을 자리가 없구나."
"아, 전에 내 손톱에 빨갛게 칠해 주던 그 꽃이죠."
"그래. 빨리 심어야지 가을에 네 손톱에 봉숭아물 들여 줄텐데. 꽃밭에서 뭘 하나 뽑아내야겠어."
송이 엄마는 서랍꽃밭에 앉아 토마토 팔끼리 엉긴 것도 풀어 주고, 민들레 얼굴 위에 흙탕물도 털어 주었습니다. 그리곤 푸른 고추와 상추, 깻잎 등을 바구니에 푸짐하게 따 가지고 송이와 함께 내려갔습니다.
송이 엄마가 망가진 옷장 서랍으로 만든 꽃밭, 올해도 서랍이 넘치도록 꽃들이 피어났습니다. 송이 엄마는 작년보다 더 많은 씨앗들을 심었기 때문에 꽃들은 어깨를 제대로 펴지 못한 채로 지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또 다른 씨앗을 가져왔다니, 서랍꽃밭 안은 갑자기 소란해졌습니다.
토마토는 자기 팔에 매달려 자라고 있는 나팔꽃의 입에 대로 말했습니다.
"난 걱정없어. 송이가 날 얼마나 좋아하는데. 송이 주먹만한 토마토가 익으려면 더 있어야 하거든. 난 열심히 열매를 매달아야지."
토마토는 어깨를 우쭐대며 자랑했습니다.
"우리도 아닐거야. 우린 여름 내내 우리의 잎으로 송이네 식탁을 싱싱하게 채워 주거든. 그리고 가을이면 우리의 고소한 씨앗들을 털어내야 해."
깻잎의 눈꼽만한 하얀 꽃들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너희들도 아까 봤잖아. 깻잎이랑 상추랑 나랑 바구니 하나 가득 따 가면서 우릴 예뻐하는 거 말야. 우린 여름이 다가도록 여기에 남아 있을 거라구."
고추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호호호."
그때였습니다. 지붕 아래에 매달려 있던 호박꽃이랑 수세미꽃이 웃음을 쏟아냈습니다.
"난 매일 너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 우린 뿌리만 서랍꽃밭에 있지 몸은 이렇게 지붕 아래로 내려가 있거든. 꼬불꼬불한 팔들로 간신히 철난간에 매달려 있는 게 늘 불만이었어. 설마 우릴 내쫓진 않겠지."
노란 수세미꽃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사실, 이 서랍꽃밭은 너무나 비좁아. 난 벌써 2년째 여기서 살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꽃들이 피어난 건 처음이야 작년에 없던 민들레까지 어디서 날아들어선..."
도라지꽃이 민들레를 내려다보면서 도도하게 말했습니다. 사실 민들레는 처음부터 송이 엄마가 심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꽃들은 은근히 민들레를 미워했습니다. 민들레는 자꾸 눈물이 나와 고개 숙여 울고 싶었지만 해님만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나도 다른 꽃들처럼 맛있는 열매나 이파리를 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꽃씨도 말야. 날아다니는 씨앗은 싫어."
민들레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하루 종일 시끄럽던 서랍꽃밭도 해님이 시들자 저마다 지친 입술을 가지고 잠이 들었습니다. 민들레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자기가 아무래도 뽑혀 나갈 것 같아 한잠도 자지 못했습니다.
"뚝딱, 뚝딱."
망치 소리에 모두들 놀라 잠이 깼습니다. 해님의 이마가 조금씩 보이는 이른 아침에 누가 망치질을 할까요? 송이 엄마가 마당에 앉아 뭔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망치 소리보다 오늘 누가 이곳을 떠나느냐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예쁘게 보이려고 아침 이슬로 열심히 세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참 좋은 아침이구나. 잘들 잤니?"
송이 엄마는 파란 물통과 나무 상자 하나를 가지고 올라와선 꽃들에게 시원하게 물을 뿌려 주었습니다.
모두들 즐겁게 웃으며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민들레 얼굴까지 그 물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언제나 고추팔에 가려서 햇살도 물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송이 엄마는 민들레 앞에 앉아 나무젓가락을 이어 고추팔을 다른 쪽으로 뻗게 해 주었습니다.
"민들레가 고추에 가려 힘들었겠구나. 민들레는 작지만 늘 해님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어디서든 야무지게 꽃을 피워내지. 난 얼마나 좋은지 몰라. 자, 꿋꿋하게 꽃을 피워 내년에도 이곳으로 꼭 솜털 날개 달고 날아오렴."
그제서야 햇살이 눈부시게 민들레의 얼굴을 만져 주었습니다. 민들레는 활짝 웃으면서 송이 엄마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참, 나무 상자를 수리해서 새로 꽃밭을 만들었단다. 여기에 봉숭아 씨앗을 심어야겠어."
모두들 손뼉을 치며 어깨춤을 추었습니다. 누구도 이 서랍꽃밭을 떠나지 않게 되어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리고 민들레는 어느 꽃들보다도 열심히 햇살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내년에 다시 이곳에 찾아올 홀씨를 만들기 위해서죠.


글쓴이: 69년생으로 미혼. 제일은행 의료보험조합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학에서 문예 창작 공부를 했고 현재도 열심히 습작을 하고 있다. 틈틈이 그림 그리기도 즐겨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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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URL: http://www.cjlife.co.kr/lifestory/1994_07/fairytale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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