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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함께읽는동화] 호박잎 웃음소리

엄마동화 배현숙............... 조회 수 1609 추천 수 0 2004.03.19 17: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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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배현숙(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그림/강낙규

 "아, 아얏. 이게 뭐야."
호박잎은 아픈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위를 쳐다보았습니다.
`이게 뭐지?'
무언가 딱딱한 것이 머리 위에 주욱 늘어서 있었습니다.
호박잎은 고개를 들고 쳐다보려고 했지만 주욱 늘어선 딱딱한 것 때문에 머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게 뭘까? 뭔데 이렇게 아프지?'
하루종일 머리 위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던 호박잎은 밤이 되자 피곤에 지쳐 잠이 들었습니다.
"삐삐. 찌찌. 짹짹."
전선 위의 새들은 아침이 왔다는 듯 요란스레 호박잎을 깨우고 있습니다.
"우와, 시끄러워. 벌써 아침인가."
호박잎은 빠꼼히 눈을 뜨더니 기지개를 켰습니다. 순간 "쿵"하는 소리와 함께 호박잎이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야, 머리 아파. 도대체 이게 뭐야."
호박잎은 울상이 되어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소리쳤습니다.
"호호. 짹짹. 아프겠다. 그치?"
호박잎이 고개를 들고 위를 쳐다보니 작은 참새가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근데 도대체 이게 뭐니? 참새야."
호박잎은 참새를 보며 물었습니다.
"넌 네가 어디에서 사는 줄도 모르니? 네가 있는 곳은 하수구야. 네 머리 위에 있는 건 하수구를 막는 쇠창살이구 말야."
그 말을 듣는 순간 호박잎의 얼굴은 빨갛게 변했습니다. 너무 놀랐기 때문입니다.
여기가 하수구라고? 위에 쇠창살이 있으니 난 더 이상 위로 커 나갈 수 없단 말인가? 그럴 순 없어."
호박잎은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호박잎의 줄기와 머리만 아플 뿐이었습니다.
호박잎은 갑자기 모든 일이 싫어졌습니다. 꽃을 피우는 일도 열매를 만들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습니다.
햇볕은 더욱 따갑게 내리쬐고 호박잎은 숨쉬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차츰 호박잎은 시들어 갔습니다. 머리 끝의 줄기도 더 뻗지 못해 까맣게 멍이 들었습니다. 호박잎은 슬펐습니다.
`왜 나는 이런 곳에 뿌리를 내렸을까? 난 정말 운이 없구나.'
호박잎은 날마다 슬픔에 잠겨 자신을 돌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쿵쿵. 쾅쾅."
갑자기 땅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머, 지진이 났나 봐.'
호박잎은 몸을 움츠리며 중얼거렸습니다.
"쾅. 끼끼끽. 쿵. 영차."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더니 무언가 호박잎의 머리 위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호박잎은 빠꼼히 눈을 뜨고 위를 쳐다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커다란 삽과 망치를 든 사람들 세 명이 있었습니다.
"에이, 이쪽 하수구는 잘 막히지 않는데 웬일이지?"
턱에 덥수룩한 수염이 난 아저씨가 말을 했습니다. 아저씨들은 하수구 공사를 나온 인부들이었습니다.
"어, 근데 이게 뭐야. 쇠창살 밑에 웬 호박이 뿌리를 내렸네."
한 아저씨가 호박잎을 보며 말했습니다. 호박잎은 너무 무서워 눈을 찔끔 감았습니다.
"으싸, 어이차. 넌 다른 곳으로 가거라. 이곳은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호박잎은 부웅하고 떴다가 어딘가에 콕 부딪히는 것을 느꼈습니다.
`난 이제 죽나 봐. 어떻게 하지? 흑흑흑."
호박잎은 너무 슬퍼 엉엉 울었습니다. 그러던 호박잎은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아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곳엔 자신과 같은 호박잎들이 많이 있었고 노란 호박꽃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네가 이곳으로 온 것을 축하해. 너 아주 많이 아팠구나. 이제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지내자꾸나."
커다란 잎을 너울거리며 꽃이 달린 호박잎이 말했습니다.
호박잎은 고개를 들고 이곳저곳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살아 있는 게 너무 기뻐 춤을 추었습니다. 호박잎은 호박밭으로 옮겨진 것입니다.
"아저씨. 정말 고맙습니다."
호박잎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맑은 바람이 살랑거리며 호박잎의 웃음을 싣고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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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URL: http://www.cjlife.co.kr/lifestory/1994_11/fairytale6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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