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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MBC 창작동화공모 당선작품]
쥐라기 아저씨와 구두
권영상
얼른 보기에도 동네가 낡고 후줄근합니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가로수 너머로는 나지막한 슬레이트 집들이나 아니면 오래 된 단층짜리 집들이 빼곡합니다.
한길을 따라 동네로 들어가는 전신주에는 거미줄처럼 전깃줄과 전화선들이 얽혀 있습니다. 길은 시멘트로 기운 자국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오래 된 도시의 오래 된 동네인 듯합니다.
가로수들은 나이가 많습니다. 성큼성큼하게 덩치가 큰 집들의 옥상엔 벗겨진 페인트 자국이 흉합니다. 깨어진 유리창은 베니어 판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만한 동네면 아주 오래 전엔 괜찮은 곳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거나, 동네를 가로지르는 한길의 옆구리에서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구두 닦는 가게가 있습니다. 그 곳을 가게라고 불러도 좋을 겁니다. 구두도 닦지만 구두 깔창이나 구두 뒤축도 갈아 끼워 주니까요.
구두 가게라지만 고양이 혓바닥만한 가게입니다. 허리를 세울 수 없을 만큼 낮습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거기에 삽니다. 구두닦이 아저씨입니다.
나이가 오십이 넘은 분들 얘기로는 쥐라기 아저씨가 이 동네에서 구두를 닦은 지가 30년은 되었을 거라고 합니다. 언제 보아도 초록색 챙이 달린 모자에 푸른색 작업복 차림입니다.
이 마을에 오래 사신 분들도 쥐라기 아저씨의 이름을 모릅니다. 그저 공룡처럼 생겼다고 해 ´쥐라기 아저씨´라고 부를 뿐입니다. 키가 작고 목이 긴 데 비해 엉덩이가 깊숙이 빠졌습니다. 물론 다리도 다른 사람에 비하면 짧은 편입니다. 누가 이런 이름을 붙여 주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쥐라기 아저씨네 가게를 들러 본 사람들만이 어렴풋이 알 뿐입니다.
싸늘하게 추운 오후입니다.
아침부터 추웠습니다. 가을이 깊어 가면서 플라타너스 잎들이 힘없이 툭툭 떨어집니다. 푸르르,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가지에 남은 플라타너스 잎들이 날립니다. 수를 잘 놓은 손수건처럼 붉게 물든 잎들이 떨어져 내립니다.
떨어진 자국에서 바람이 휙 날아옵니다.
찬바람 때문에 유리문을 조금 더 닫으려고 쥐라기 아저씨가 움씰했습니다.
그 무거운 엉덩이를 들썩이는데 누군가의 발이 가게 앞에 뚝 멈춥니다.
짙은 회색 바지에 하얀 고무신을 신은 발입니다. 춥게 보입니다. 세상을 오래도록 살아온 이의 다리처럼 땅을 밟고 선 힘이 약해 보입니다. 윗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발만 보고도 발의 임자를 알 수 있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기 위해 일어서려는데 발의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여보시게, 쥐라기 선생.˝
틀림없이 그분입니다.
여태껏 이 쥐라기 아저씨를 보고 ´선생´이라고 부르는 이는 그분밖에 없습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밖으로 나가 그분을 향해 공손히 인사를 드립니다. 머리카락이 하얀 할아버지입니다. 두 달이나 석 달이면 꼭 찾아오시는 분입니다.
할아버지는 예의 그 고동빛 보따리를 들고 오셨습니다. 석 달 만입니다. 몸이 수척합니다.
˝안녕하신가?˝
할아버지는 소중하게 들고 계신 보따리를 아저씨에게 건넵니다.
˝들어가시지요. 날씨가 싸늘합니다.˝
두툼한 점퍼를 입으셨지만 추워 보입니다. 할아버지는 가게 안 의자에 가뿐히 앉으십니다. 구두약 냄새가 흠씬 풍깁니다.
˝올핸 겨울이 일찍 오는구먼.˝
쥐라기 아저씨는 할아버지가 들고 오신 보따리를 조심스레 풀었습니다. 깨끗한 구두 한 켤레가 나왔습니다. 겉보기엔 깨끗하지만 구두는 낡았습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이 구두의 내력을 잘 압니다.
˝이래 봬도 이 구두의 나이가 마흔다섯 살이나 됐지요?˝
마디가 툭 불거진 손을 비비시던 할아버지가 낙엽이 구르는 창 밖을 봅니다.
˝48년에 휴전선을 신고 넘어온 구두라네. 그 때 내 나이 서른이었으니.˝
할아버지는 스르르 눈을 감습니다. 지나온 시간 속에 잠기시듯 지그시 눈을 감습니다. 감은 눈 곁으로 잔주름이 어둠처럼 달라붙어 있습니다.
쥐라기 아저씨가 이 동네에서 구두 닦는 일을 하면서부터 만난 분입니다. 그러니 할아버지가 이 가게를 찾으신 지도 오래 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혼자 월남을 하셨습니다. 부모와 자식들과 아내를 둔 채로. 아흔이 넘으셨을 부모님이 지금도 살아 계시리라고 할아버지는 믿고 계십니다.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만나는 것은 할아버지의 소원입니다. 그래서 남북의 문이 열리면 이 구두를 신고 가시겠다는 것입니다. 월남할 때 신고 온 이 신발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시겠다는 거지요.
그런 이유 때문에 할아버지는 이 구두를 신지 않으십니다. 닦기만 해서는 고이 보관하시는 겁니다. 그러신 지가 벌써 수십 년이 됐고, 서너 달이면 어김없이 할아버지는 쥐라기 아저씨의 가게를 찾으시는 것입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그런 할아버지의 아픈 마음을 압니다. 그러기에 더욱 공들여 구두를 닦습니다. 구두약을 진하게 먹입니다. 그 구두약이 구두 가죽으로 깊이 스며들게 한 뒤 헝겊으로 문지릅니다. 그리고 다시 얇게 약을 먹여 깨끗한 빛을 만듭니다.
쥐라기 아저씨의 이런 모습은 마치 굉장한 일에 몰두하는 장인과 같습니다.
하찮은 구두를 닦는 일이지만 온몸으로 정성을 들여 그 어두운 가죽 위에 빛을 만들어 놓으십니다.
빛을 내기 위해 목을 길게 뽑고, 그러기 위해 엉덩이를 충분히 의자에 앉힙니다. 쥐라기 공룡의 모습처럼.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아저씨는 더욱 반짝이는 빛을 만들어 드립니다. 오직 할아버지의 구두를 위해 이 가게 일을 하시는 것처럼.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구두 밑을 털다가 닳은 구두의 뒤축을 바라봅니다. 휴전선을 넘어오신 그 길과 험난하게 사셨던 할아버지의 삶이 그대로 보이는 듯합니다. 구두 뒤축의 가장자리들은 닳을 대로 닳아 있습니다. 구두 가죽으로까지 닿을락 말락 합니다. 할아버지의 살아 오신 나이가 그 어느 선에 이제는 닿을락 말락 하듯이 그렇게 구두 뒤축은 닳아 있습니다. 닳아 올라간 뒤축의 모습은 볼수록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구두 끈에도 한 번 더 손길을 줍니다. 그리고 아저씨는 고동색 보자기에 가지런히 구두를 쌉니다. 그제야 할아버지는 감았던 눈을 뜨고 일어섭니다.
˝자, 선생. 여기에.˝
아저씨는 두 손으로 공손히 구두삯을 받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 구두 보따리를 드리며 아저씨는 겨울 인사를 합니다.
골목을 돌아가시는 할아버지의 뒤에 남아 아저씨는 문득 손을 폅니다.
50원짜리 동전 하나가 외롭게 반짝입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그 때로부터 받아 온 구두삯입니다. 그것은 쥐라기 아저씨의 고집이며, 할아버지는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지키시는 것입니다.
바깥이 어두컴컴합니다.
하나 둘 켜지는 거리의 불빛을 보며 아저씨는 가게 안으로 들어섭니다.
구두약 냄새가 훅, 하며 온몸으로 끼쳐 옵니다. 불을 켭니다. 작은 전등 빛에 놀라 삣-, 하는 새 울음이 들립니다.
참새 치오입니다. 아저씨네 구두 가게 천장 구석, 빛이 스며들어오는 곳이 치오네 집입니다.
올 늦은 봄, 길거리에 개나리꽃이 시나브로 져 가던 때, 동회의 볼일을 보고 나오다가 치오를 만났습니다. 치오는 개나리 덩굴 속에서 바둥거리고 있었습니다. 덩굴을 헤치고 꺼내었습니다. 제법 깃털이 나 있었지만 후우-, 입김을 불면 살갗이 빨갛게 드러나는, 날지도 못하는 어린 녀석이었습니다. 그가 ´치오 치오´울며 데려가 주길 바랐습니다. 그걸 데려와 쥐라기 아저씨는 남은 밥알로 키운 것입니다. 어느 정도 날개가 다 자란 뒤 날려 주어도 치오는 날아가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아저씨는 아예 비좁은 가게 안에 치오의 집을 하나 마련해 주었습니다. 치오는 가끔씩 바깥으로 날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천장의 손바닥만한 페인트통 뚜껑 위가 치오의 집입니다.
한 지붕 두 가족이 된 셈입니다. 그렇지만 함께 사는 한 식구입니다. 아저씨는 치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치오는 아저씨의 심심찮은 말벗이 돼 주는 그런 한 식구입니다.
석유 곤로로 쥐라기 아저씨가 저녁을 짓습니다.
치오는 아저씨의 어깨 위에 와 앉습니다. 치오는 아저씨의 예쁜 아기입니다. 아저씨는 가족이라곤 없습니다. 나이가 많은데도 왜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시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이 동네에 와 구두닦이를 하면서부터 결혼하기를 미루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뿐입니다.
어떻든 아저씨는 이 가게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삽니다. 아저씨라고 해서 왜 추위와 더위를 못 느끼겠어요? 그러나 아저씨는 다른 곳으로 옮기지도 않고 여기서만 오랫동안을 살아왔습니다. 그것은 아저씨의 공룡 기질일지도 모릅니다.
식사를 마치면 치오를 바라보는 것이 아저씨의 가장 큰 재미입니다.
치오가 가끔씩 맑은 소리로 울음을 들려 주면 아저씨는 그것으로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씻깁니다. 긴 겨울 밤을 아저씨와 함께 있어 주는 치오야말로 아저씨의 친구이며 소중한 자식입니다.
아저씨가 길을 걸으면 치오는 아저씨의 손바닥 위에서 함께 걷습니다. 심심하면 저쯤 푸른 하늘을 날아올랐다가도 다시 돌아와 삣삣, 물방울처럼 투명한 울음소릴 들려 줍니다.
힘들게 보내던 겨울이 다 지나가는 어느 날입니다.
그 날도 오후 늦게쯤 되어서입니다.
˝이보시게, 선생.˝
하는 목소리가 가게 문 앞에서 들립니다.
기다리던 그 하얀 고무신을 신으신 발이 멈추었습니다. 눈이 마구 녹는 가게 앞에 멈춘 발은 보기에도 많이 가벼워 보입니다. 회색 바지가 이른 봄바람에 가볍게 나부낍니다. 할아버지의 나이가 세월의 힘에 맥없이 흔들리듯 그렇게 나부낍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허리를 굽히며 나가 공손히 인사를 드립니다.
˝겨울을 잘 나셨습니까?˝
할아버지는 회색 목도리에 낡은 중절 모자를 쓰셨습니다. 모자 밑에 그늘진 얼굴이 그전보다 더 힘없이 보입니다. 들고 계신 예의 그 보따리를 건네십니다. 보따리를 풀어 내고 구두를 손에 쥡니다.
˝통일이 된대두 의주까진 신고 갈 만하겠지?˝
목소리만은 카랑카랑합니다.
˝아무려면 거기까지만 가겠습니까? 이렇게 튼튼한 구둔데 말입니다.˝
구두는 낡기는 했지만 탄탄합니다. 앞으로 100년 뒤라도 의주까지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구두입니다. 구두를 탁 감싸 쥔 아저씨의 손에 구두의 그런 힘이 느껴집니다. 수십 년이 넘도록 구두를 잡아 본 손입니다. 아저씨의 손은 그 어떤 구두도 잡으면 잡는 순간, 구두의 수명을 알아 낼 수 있습니다. 남자용이든 여자용이든, 낡은 것에서도 탄탄하게 숨쉬는 구두의 수명을 잴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로 보기 드물게 좋은 구두입니다.˝
이것은 순전히 할아버지를 위로해 드리기 위해서 하는 괜한 말이 아닙니다. 구두의 뼈대와 가죽이 이루어 내는 힘이 짚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길도 끝내는 걸어가 그 목적지에 닿을 수 있는 힘을 구두의 든든한 얼개가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구두약을 흠뻑 먹입니다. 그리고 난 뒤 빛을 만듭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에 부딪쳤는지 할아버지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한 가지 여쭈어 보아도 되겠습니까?˝
할아버지는 감으셨던 눈을 뜨고 아저씨를 보십니다.
˝꼭 이 구두를 신고 고향으로 가시겠다는 이유가 뭔지요?˝
쥐라기 아저씨는 그게 궁금했습니다. 월남할 때 신으셨다고 그걸 신고 고향으로 가셔야 할 이유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비밀을 꺼내듯이 할아버지가 천천히 입을 여십니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그 구두는 내 아버님이 지으신 거라네. 내 아버님은 의주에서도 잘 알려진 구두 짓는 기술자셨네.˝
다시 깊게 눈을 감으십니다.
˝가진 건 없으셨지만 구두 만드는 일에만은 온 힘을 쏟으셨다네. 한 켤레의 구두를 만드시고 나면 온몸이 땀에 젖으실 만큼.˝
˝훌륭한 분이셨구만요. 참 훌륭한.˝
˝그러셨네. 그러나 그 시절 나는 그런 아버지의 구두를 신으면서도 아버지의 솜씨를 칭찬해 드린 적이 없었네. 언제 통일이 될지는 모르지만 이 구두를 신고 돌아가 아버님에게 보여 드리겠네. 그리고 아버님의 솜씨를 밤이 다 가도록 칭찬해 드리고 싶다네.˝
눈앞에 고향을 보시듯 목소리가 더욱 카랑카랑해집니다.
˝그리고 혼신을 다해 구두를 닦는 선생의 모습에서 나의 아버님을 느낄 때가 있었네.˝
구두를 닦아 보자기에 얌전히 싸서 건네는 아저씨의 손이 떨립니다. 구두 보따리를 받으시며 할아버지가 손을 내미십니다.
50원짜리 반짝이는 동전입니다.
˝자, 그럼. 선생, 잘 있게.˝
그렇게 떠나 가시고 난 뒷날부터입니다. 들리던 소문대로 이 마을 집들이 너무 낡아서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마을 집들이 헐리면 이 마을은 아파트촌이 될 거라는 이야기도 나돌았습니다.
그 소문은 사실이 되어 마을은 정말 부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도시에서도 개발되지 않고 남아 있는 곳은 오직 이 곳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담하고 깨끗한 아파트촌이 될 거라며 사람들은 부풀었습니다.
그러더니 넉 달을 못 넘기고 여름으로 들어서는 어느 날, 집들은 헐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쥐라기 아저씨의 이 구두닦이 가게도 없어져야겠지요. 그 일 때문에 동회에서는 몇 번이나 떠나 줄 것을 말해 왔습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가게를 옮긴다는 거야 어려울 거 없습니다. 그렇지만 30년이 넘도록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살아 온 이 가게를 없애야 한다는 게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넉 달이 다 되도록 할아버지의 발길은 끊겼습니다. 여태껏 이런 일이 없었는데......
여느 때 같으면 오실 때가 넘었는데도 할아버지는 오시지 않았습니다.
내일이면 철거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벌써 트럭들이 산더미 같은 흙을 실어 나르느라 길거리는 밤이어도 소란합니다.
아저씨는 밤이 늦도록 가게에 불을 켰습니다. 참새 치오가 잠을 자지 못합니다. 하룻밤이 다 가도록 할아버지는 오시지 않았습니다.
짐을 쌌지만 떠날 수가 없습니다. 할아버지의 외로움을 지켜 드리기 위해 견디어 왔던 시간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저씨는 치오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말했습니다.
˝너도 네가 살 곳으로 가거라. 내게 더 이상 갇혀 살지 말고. 네가 꿈꾸는 네 부모의 품으로 가거라.˝
아저씨는 슬픈 마음으로 치오를 날렸습니다. 몇 번이고 되돌아오던 치오에게도 푸른 하늘에 대한 꿈이 살아난 모양입니다. 치오는 먼 하늘로 날아가 끝내 하늘 속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아저씨도 떠났습니다. 조그마한 짐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가면서도 한없이 뒤를 돌아다봅니다. 트럭들이 날리는 먼지 바람 속에서 할아버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아버님의 구두 짓는 솜씨를 밤이 다 가도록 칭찬해 드리고 싶네.´
쥐라기 아저씨의 눈에 핑그르르, 먼지에 젖은 눈물이 고입니다. *
쥐라기 아저씨와 구두
권영상
얼른 보기에도 동네가 낡고 후줄근합니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 가로수 너머로는 나지막한 슬레이트 집들이나 아니면 오래 된 단층짜리 집들이 빼곡합니다.
한길을 따라 동네로 들어가는 전신주에는 거미줄처럼 전깃줄과 전화선들이 얽혀 있습니다. 길은 시멘트로 기운 자국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오래 된 도시의 오래 된 동네인 듯합니다.
가로수들은 나이가 많습니다. 성큼성큼하게 덩치가 큰 집들의 옥상엔 벗겨진 페인트 자국이 흉합니다. 깨어진 유리창은 베니어 판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만한 동네면 아주 오래 전엔 괜찮은 곳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거나, 동네를 가로지르는 한길의 옆구리에서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구두 닦는 가게가 있습니다. 그 곳을 가게라고 불러도 좋을 겁니다. 구두도 닦지만 구두 깔창이나 구두 뒤축도 갈아 끼워 주니까요.
구두 가게라지만 고양이 혓바닥만한 가게입니다. 허리를 세울 수 없을 만큼 낮습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거기에 삽니다. 구두닦이 아저씨입니다.
나이가 오십이 넘은 분들 얘기로는 쥐라기 아저씨가 이 동네에서 구두를 닦은 지가 30년은 되었을 거라고 합니다. 언제 보아도 초록색 챙이 달린 모자에 푸른색 작업복 차림입니다.
이 마을에 오래 사신 분들도 쥐라기 아저씨의 이름을 모릅니다. 그저 공룡처럼 생겼다고 해 ´쥐라기 아저씨´라고 부를 뿐입니다. 키가 작고 목이 긴 데 비해 엉덩이가 깊숙이 빠졌습니다. 물론 다리도 다른 사람에 비하면 짧은 편입니다. 누가 이런 이름을 붙여 주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쥐라기 아저씨네 가게를 들러 본 사람들만이 어렴풋이 알 뿐입니다.
싸늘하게 추운 오후입니다.
아침부터 추웠습니다. 가을이 깊어 가면서 플라타너스 잎들이 힘없이 툭툭 떨어집니다. 푸르르,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가지에 남은 플라타너스 잎들이 날립니다. 수를 잘 놓은 손수건처럼 붉게 물든 잎들이 떨어져 내립니다.
떨어진 자국에서 바람이 휙 날아옵니다.
찬바람 때문에 유리문을 조금 더 닫으려고 쥐라기 아저씨가 움씰했습니다.
그 무거운 엉덩이를 들썩이는데 누군가의 발이 가게 앞에 뚝 멈춥니다.
짙은 회색 바지에 하얀 고무신을 신은 발입니다. 춥게 보입니다. 세상을 오래도록 살아온 이의 다리처럼 땅을 밟고 선 힘이 약해 보입니다. 윗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발만 보고도 발의 임자를 알 수 있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기 위해 일어서려는데 발의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여보시게, 쥐라기 선생.˝
틀림없이 그분입니다.
여태껏 이 쥐라기 아저씨를 보고 ´선생´이라고 부르는 이는 그분밖에 없습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밖으로 나가 그분을 향해 공손히 인사를 드립니다. 머리카락이 하얀 할아버지입니다. 두 달이나 석 달이면 꼭 찾아오시는 분입니다.
할아버지는 예의 그 고동빛 보따리를 들고 오셨습니다. 석 달 만입니다. 몸이 수척합니다.
˝안녕하신가?˝
할아버지는 소중하게 들고 계신 보따리를 아저씨에게 건넵니다.
˝들어가시지요. 날씨가 싸늘합니다.˝
두툼한 점퍼를 입으셨지만 추워 보입니다. 할아버지는 가게 안 의자에 가뿐히 앉으십니다. 구두약 냄새가 흠씬 풍깁니다.
˝올핸 겨울이 일찍 오는구먼.˝
쥐라기 아저씨는 할아버지가 들고 오신 보따리를 조심스레 풀었습니다. 깨끗한 구두 한 켤레가 나왔습니다. 겉보기엔 깨끗하지만 구두는 낡았습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이 구두의 내력을 잘 압니다.
˝이래 봬도 이 구두의 나이가 마흔다섯 살이나 됐지요?˝
마디가 툭 불거진 손을 비비시던 할아버지가 낙엽이 구르는 창 밖을 봅니다.
˝48년에 휴전선을 신고 넘어온 구두라네. 그 때 내 나이 서른이었으니.˝
할아버지는 스르르 눈을 감습니다. 지나온 시간 속에 잠기시듯 지그시 눈을 감습니다. 감은 눈 곁으로 잔주름이 어둠처럼 달라붙어 있습니다.
쥐라기 아저씨가 이 동네에서 구두 닦는 일을 하면서부터 만난 분입니다. 그러니 할아버지가 이 가게를 찾으신 지도 오래 되셨습니다.
할아버지는 혼자 월남을 하셨습니다. 부모와 자식들과 아내를 둔 채로. 아흔이 넘으셨을 부모님이 지금도 살아 계시리라고 할아버지는 믿고 계십니다.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만나는 것은 할아버지의 소원입니다. 그래서 남북의 문이 열리면 이 구두를 신고 가시겠다는 것입니다. 월남할 때 신고 온 이 신발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시겠다는 거지요.
그런 이유 때문에 할아버지는 이 구두를 신지 않으십니다. 닦기만 해서는 고이 보관하시는 겁니다. 그러신 지가 벌써 수십 년이 됐고, 서너 달이면 어김없이 할아버지는 쥐라기 아저씨의 가게를 찾으시는 것입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그런 할아버지의 아픈 마음을 압니다. 그러기에 더욱 공들여 구두를 닦습니다. 구두약을 진하게 먹입니다. 그 구두약이 구두 가죽으로 깊이 스며들게 한 뒤 헝겊으로 문지릅니다. 그리고 다시 얇게 약을 먹여 깨끗한 빛을 만듭니다.
쥐라기 아저씨의 이런 모습은 마치 굉장한 일에 몰두하는 장인과 같습니다.
하찮은 구두를 닦는 일이지만 온몸으로 정성을 들여 그 어두운 가죽 위에 빛을 만들어 놓으십니다.
빛을 내기 위해 목을 길게 뽑고, 그러기 위해 엉덩이를 충분히 의자에 앉힙니다. 쥐라기 공룡의 모습처럼.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아저씨는 더욱 반짝이는 빛을 만들어 드립니다. 오직 할아버지의 구두를 위해 이 가게 일을 하시는 것처럼.
아저씨는 마지막으로 구두 밑을 털다가 닳은 구두의 뒤축을 바라봅니다. 휴전선을 넘어오신 그 길과 험난하게 사셨던 할아버지의 삶이 그대로 보이는 듯합니다. 구두 뒤축의 가장자리들은 닳을 대로 닳아 있습니다. 구두 가죽으로까지 닿을락 말락 합니다. 할아버지의 살아 오신 나이가 그 어느 선에 이제는 닿을락 말락 하듯이 그렇게 구두 뒤축은 닳아 있습니다. 닳아 올라간 뒤축의 모습은 볼수록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구두 끈에도 한 번 더 손길을 줍니다. 그리고 아저씨는 고동색 보자기에 가지런히 구두를 쌉니다. 그제야 할아버지는 감았던 눈을 뜨고 일어섭니다.
˝자, 선생. 여기에.˝
아저씨는 두 손으로 공손히 구두삯을 받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 구두 보따리를 드리며 아저씨는 겨울 인사를 합니다.
골목을 돌아가시는 할아버지의 뒤에 남아 아저씨는 문득 손을 폅니다.
50원짜리 동전 하나가 외롭게 반짝입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그 때로부터 받아 온 구두삯입니다. 그것은 쥐라기 아저씨의 고집이며, 할아버지는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지키시는 것입니다.
바깥이 어두컴컴합니다.
하나 둘 켜지는 거리의 불빛을 보며 아저씨는 가게 안으로 들어섭니다.
구두약 냄새가 훅, 하며 온몸으로 끼쳐 옵니다. 불을 켭니다. 작은 전등 빛에 놀라 삣-, 하는 새 울음이 들립니다.
참새 치오입니다. 아저씨네 구두 가게 천장 구석, 빛이 스며들어오는 곳이 치오네 집입니다.
올 늦은 봄, 길거리에 개나리꽃이 시나브로 져 가던 때, 동회의 볼일을 보고 나오다가 치오를 만났습니다. 치오는 개나리 덩굴 속에서 바둥거리고 있었습니다. 덩굴을 헤치고 꺼내었습니다. 제법 깃털이 나 있었지만 후우-, 입김을 불면 살갗이 빨갛게 드러나는, 날지도 못하는 어린 녀석이었습니다. 그가 ´치오 치오´울며 데려가 주길 바랐습니다. 그걸 데려와 쥐라기 아저씨는 남은 밥알로 키운 것입니다. 어느 정도 날개가 다 자란 뒤 날려 주어도 치오는 날아가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아저씨는 아예 비좁은 가게 안에 치오의 집을 하나 마련해 주었습니다. 치오는 가끔씩 바깥으로 날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천장의 손바닥만한 페인트통 뚜껑 위가 치오의 집입니다.
한 지붕 두 가족이 된 셈입니다. 그렇지만 함께 사는 한 식구입니다. 아저씨는 치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치오는 아저씨의 심심찮은 말벗이 돼 주는 그런 한 식구입니다.
석유 곤로로 쥐라기 아저씨가 저녁을 짓습니다.
치오는 아저씨의 어깨 위에 와 앉습니다. 치오는 아저씨의 예쁜 아기입니다. 아저씨는 가족이라곤 없습니다. 나이가 많은데도 왜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시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이 동네에 와 구두닦이를 하면서부터 결혼하기를 미루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뿐입니다.
어떻든 아저씨는 이 가게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삽니다. 아저씨라고 해서 왜 추위와 더위를 못 느끼겠어요? 그러나 아저씨는 다른 곳으로 옮기지도 않고 여기서만 오랫동안을 살아왔습니다. 그것은 아저씨의 공룡 기질일지도 모릅니다.
식사를 마치면 치오를 바라보는 것이 아저씨의 가장 큰 재미입니다.
치오가 가끔씩 맑은 소리로 울음을 들려 주면 아저씨는 그것으로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씻깁니다. 긴 겨울 밤을 아저씨와 함께 있어 주는 치오야말로 아저씨의 친구이며 소중한 자식입니다.
아저씨가 길을 걸으면 치오는 아저씨의 손바닥 위에서 함께 걷습니다. 심심하면 저쯤 푸른 하늘을 날아올랐다가도 다시 돌아와 삣삣, 물방울처럼 투명한 울음소릴 들려 줍니다.
힘들게 보내던 겨울이 다 지나가는 어느 날입니다.
그 날도 오후 늦게쯤 되어서입니다.
˝이보시게, 선생.˝
하는 목소리가 가게 문 앞에서 들립니다.
기다리던 그 하얀 고무신을 신으신 발이 멈추었습니다. 눈이 마구 녹는 가게 앞에 멈춘 발은 보기에도 많이 가벼워 보입니다. 회색 바지가 이른 봄바람에 가볍게 나부낍니다. 할아버지의 나이가 세월의 힘에 맥없이 흔들리듯 그렇게 나부낍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허리를 굽히며 나가 공손히 인사를 드립니다.
˝겨울을 잘 나셨습니까?˝
할아버지는 회색 목도리에 낡은 중절 모자를 쓰셨습니다. 모자 밑에 그늘진 얼굴이 그전보다 더 힘없이 보입니다. 들고 계신 예의 그 보따리를 건네십니다. 보따리를 풀어 내고 구두를 손에 쥡니다.
˝통일이 된대두 의주까진 신고 갈 만하겠지?˝
목소리만은 카랑카랑합니다.
˝아무려면 거기까지만 가겠습니까? 이렇게 튼튼한 구둔데 말입니다.˝
구두는 낡기는 했지만 탄탄합니다. 앞으로 100년 뒤라도 의주까지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구두입니다. 구두를 탁 감싸 쥔 아저씨의 손에 구두의 그런 힘이 느껴집니다. 수십 년이 넘도록 구두를 잡아 본 손입니다. 아저씨의 손은 그 어떤 구두도 잡으면 잡는 순간, 구두의 수명을 알아 낼 수 있습니다. 남자용이든 여자용이든, 낡은 것에서도 탄탄하게 숨쉬는 구두의 수명을 잴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로 보기 드물게 좋은 구두입니다.˝
이것은 순전히 할아버지를 위로해 드리기 위해서 하는 괜한 말이 아닙니다. 구두의 뼈대와 가죽이 이루어 내는 힘이 짚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길도 끝내는 걸어가 그 목적지에 닿을 수 있는 힘을 구두의 든든한 얼개가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구두약을 흠뻑 먹입니다. 그리고 난 뒤 빛을 만듭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에 부딪쳤는지 할아버지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한 가지 여쭈어 보아도 되겠습니까?˝
할아버지는 감으셨던 눈을 뜨고 아저씨를 보십니다.
˝꼭 이 구두를 신고 고향으로 가시겠다는 이유가 뭔지요?˝
쥐라기 아저씨는 그게 궁금했습니다. 월남할 때 신으셨다고 그걸 신고 고향으로 가셔야 할 이유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비밀을 꺼내듯이 할아버지가 천천히 입을 여십니다.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그 구두는 내 아버님이 지으신 거라네. 내 아버님은 의주에서도 잘 알려진 구두 짓는 기술자셨네.˝
다시 깊게 눈을 감으십니다.
˝가진 건 없으셨지만 구두 만드는 일에만은 온 힘을 쏟으셨다네. 한 켤레의 구두를 만드시고 나면 온몸이 땀에 젖으실 만큼.˝
˝훌륭한 분이셨구만요. 참 훌륭한.˝
˝그러셨네. 그러나 그 시절 나는 그런 아버지의 구두를 신으면서도 아버지의 솜씨를 칭찬해 드린 적이 없었네. 언제 통일이 될지는 모르지만 이 구두를 신고 돌아가 아버님에게 보여 드리겠네. 그리고 아버님의 솜씨를 밤이 다 가도록 칭찬해 드리고 싶다네.˝
눈앞에 고향을 보시듯 목소리가 더욱 카랑카랑해집니다.
˝그리고 혼신을 다해 구두를 닦는 선생의 모습에서 나의 아버님을 느낄 때가 있었네.˝
구두를 닦아 보자기에 얌전히 싸서 건네는 아저씨의 손이 떨립니다. 구두 보따리를 받으시며 할아버지가 손을 내미십니다.
50원짜리 반짝이는 동전입니다.
˝자, 그럼. 선생, 잘 있게.˝
그렇게 떠나 가시고 난 뒷날부터입니다. 들리던 소문대로 이 마을 집들이 너무 낡아서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마을 집들이 헐리면 이 마을은 아파트촌이 될 거라는 이야기도 나돌았습니다.
그 소문은 사실이 되어 마을은 정말 부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도시에서도 개발되지 않고 남아 있는 곳은 오직 이 곳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담하고 깨끗한 아파트촌이 될 거라며 사람들은 부풀었습니다.
그러더니 넉 달을 못 넘기고 여름으로 들어서는 어느 날, 집들은 헐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쥐라기 아저씨의 이 구두닦이 가게도 없어져야겠지요. 그 일 때문에 동회에서는 몇 번이나 떠나 줄 것을 말해 왔습니다.
쥐라기 아저씨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가게를 옮긴다는 거야 어려울 거 없습니다. 그렇지만 30년이 넘도록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살아 온 이 가게를 없애야 한다는 게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넉 달이 다 되도록 할아버지의 발길은 끊겼습니다. 여태껏 이런 일이 없었는데......
여느 때 같으면 오실 때가 넘었는데도 할아버지는 오시지 않았습니다.
내일이면 철거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벌써 트럭들이 산더미 같은 흙을 실어 나르느라 길거리는 밤이어도 소란합니다.
아저씨는 밤이 늦도록 가게에 불을 켰습니다. 참새 치오가 잠을 자지 못합니다. 하룻밤이 다 가도록 할아버지는 오시지 않았습니다.
짐을 쌌지만 떠날 수가 없습니다. 할아버지의 외로움을 지켜 드리기 위해 견디어 왔던 시간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저씨는 치오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말했습니다.
˝너도 네가 살 곳으로 가거라. 내게 더 이상 갇혀 살지 말고. 네가 꿈꾸는 네 부모의 품으로 가거라.˝
아저씨는 슬픈 마음으로 치오를 날렸습니다. 몇 번이고 되돌아오던 치오에게도 푸른 하늘에 대한 꿈이 살아난 모양입니다. 치오는 먼 하늘로 날아가 끝내 하늘 속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아저씨도 떠났습니다. 조그마한 짐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가면서도 한없이 뒤를 돌아다봅니다. 트럭들이 날리는 먼지 바람 속에서 할아버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아버님의 구두 짓는 솜씨를 밤이 다 가도록 칭찬해 드리고 싶네.´
쥐라기 아저씨의 눈에 핑그르르, 먼지에 젖은 눈물이 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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