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한국일보신춘문예동화당선작]
집 찾기
공혜영
바람이 찼습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가 보다, 하고 강동이는 생각했습니다.
지금 강동이가 서 있는 4층 계단입구에는 산속 골짜기를 돌아내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바닷가 바위 틈을 뛰쳐나오는 것 같기도 한 바람이 돌고 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언제인가 강동이가 호호 불어가며 호떡을 얻어먹던 어느 주택가 좁은 골목 앞에서 만난 골바람처럼 무섭기까지 하였습니다.
점점 겨울로 들어서면서부터 그 많던 은행잎들도 이제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동이가 휠체어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밖을 내다보면, 병원 앞뜰은 온통 노란 세상이었습니다. 나무에도 땅 위에도 그득 그득한 샛노란 은행잎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유난히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까만아줌마가 와서 강동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주었습니다. 강동이가 은행잎 줍는 것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빛깔이 곱고 잘 생긴 은행잎을 고르고 또 골라 주웠는데도 어느 틈에 한 손에 다 쥐고도 모자랄 만큼 많았습니다.
노란 이파리들을 한 움큼 쥐고 병실로 들어설 때면 그 까만아줌마는 이렇게 속삭이고는 하였습니다.
˝네 손도 노랗게 보인다. 얘˝
그러면 강동이는 매번 깜짝 놀라 넓은 소매자락으로 얼른 손등을 덮었습니다.
병원에서 입은 환의가 조금 크고 그래서 넓은 것이 다행이라고 강동이는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날은 꼭 꿈을 꾸었습니다.
까만아줌마가 혼자 와서 강동이의 소매자락을 걷으며 웃기도 하고, 한꺼번에 까만아줌마 여럿이 달려들어 휠체어를 탄 강동이를 4층 계단 밑으로 밀어 버리려 해서 소리를 지른 적이 있습니다. 어떤 날은 파란아저씨의 두 팔목이 불에 데인 듯 뜨겁고 아픈 적도 있었습니다.
강동이는 1층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혼자서도 휠체어를 밀고 다닐 만큼 많이 나아졌지만 나가보았자 은행 앞은 거의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거무튀튀한 색으로 변해 병원 언덕길을 뒹구는 이파리들은 어쩐지 쓸쓸해 보였습니다. 나뭇가지들은 옷을 벗은 채 강동이를 내려다 볼 것 입니다.
˝여기서 뭐하니?˝
뒤에서 누군가가 외쳤습니다.
˝어서 들어가라. 밥 먹을 시간이야˝
같은 병실의 큰 형이었습니다. 그 형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지나갔습니다. 그러고보니 복도 저 끝에서부터 바퀴 달린 커다란 상자가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하얀 옷을 입고 역시 하얀 모자를 쓴 아저씨가 밀고 오는 그 소리는 무척이나 요란하였습니다.
드르륵 드르륵.
강동이는 휠체어 운전대를 잡고 병실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드르륵 드르륵.
강동이는 있는 힘껏 빨리 달려 드디어 제 침대 앞에 도착하였습니다.
˝수녀님은 오늘 안 오시나 보지?˝
저녁식사를 하면서 옆 침상의 아저씨가 물어왔습니다. 사람들이 수녀님이라고 부르는 그 까만아줌마는 오늘은 바쁜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늦을거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처음 이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은 한달 전이었습니다.
강동이가 머물던 ´나눔의 집´에는 강동이 말고도 고만고만한 또래의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밖에 나이가 휠씬 많은 형이 서넛 되고, 아주 어린 꼬마가 딱 한 명 있었는데 그 아이는 만난 지 얼마 안되어 ´소나무 집´으로 옮겨갔습니다.
온통 사내아이들로 붐비는 그 집은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고는 하였습니다. 그런 일들을 아이들은 ´사건´이라고 불렀습니다.
사건이 있는 날은 까만아줌마들도 파란아저씨도 어쩐지 딱딱하게 굳어 보였습니다. 어떤 형이 무얼 훔치고 달아났다든가, 아이들이 편싸움을 했다든가, 누구인가의 장난으로 녹음기가 또 다시 고장났다든가 하는 따위의 보고할 거리를 가지고 까만아줌마가 검정치맛자락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원장실에 간 날은 파란 아저씨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습니다.
강동이가 가슴이 오그라붙는 듯하여 숨도 잘 못쉬고 있을 때면 다른 아이들은 쿡쿡 웃으며 이렇게 말들을 하였습니다.
-금방 또 웃을테니 두고 봐라.
그러면 정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그 파란아저씨는 큼직한 아코디언을 메고 와서 신나는 노래시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신부님 신부님하면서 모여들고 강동이는 구석에 선채 입속에서 좋아요 좋아요를 가만히 뇌어보았습니다.
파란아저씨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함빡 미소를 머금은 채 기다란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여댔습니다.
˝좋아요, 좋아요˝
강동이는 파란아저씨가 자주 쓰는 말을 흉내내었습니다. 그러나 그 서양아저씨가 파란 두 눈으로 쏘아보는 것은 정말 싫었습니다. 그래서 한번도 그 파란 것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그 사건이 일어나던 날도 파란아저씨는 강동이를 내려다보며 눈을 마주치려 애썼습니다. 파란아저씨는 안타까운 듯 강동이의 이름을 여러번 불렀습니다.
˝이강동, 이강동˝
그러나 파란아저씨의 발음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어떤 것은 이캉통, 어떤 것은 이깡똥으로 들렸습니다. 파란아저씨는 강동이의 두 어깨를 잡고 가만가만 흔들기까지 했습니다.
˝강동아, 강동아˝
그것은 여전히 캉통아 깡똥아로 들렸습니다.
그날 밤 잠자리에서 아직 잠이 들지 않은 강동이는 들었습니다.
처음 아이들은 킬킬거리며 속삭였습니다.
-깡통아, 깡통아
강동이는 번쩍 눈을 떴습니다.
아이들은 점점 크게 소리내었습니다.
-이 깡통, 이 깡통
강동이는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두 눈에 힘을 주고 아이들을 노려 보았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가며 웃기 시작하였습니다. 배를 쥐고 웃어대면서도 계속해서 강동이를 놀려대었습니다. 강동이는 어쩔 줄 몰랐습니다.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그 모습을 본 어떤 아이가 강동이를 툭툭 치며 또 웃어댔습니다. 강동이는 손이 나가는 대로 그 아이를 주먹으로 쳤습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치고 박고 싸우는 중에도 ´이 깡통 같은 자식´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소란이 벌어지고 어른들이 달려 올 때 쯤 강동이는 창 밖으로 몸을 날렸습니다. 정말이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없었습니다. 다행히 그 방은 1층에 있었기 때문에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일은 그다지 어렵게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강동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병원에 누워 있었습니다. 오른쪽 다리가 크게 다쳤고, 왼쪽 발목은 조금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강동이는 이제 많이 나았습니다. 저녁식사가 끝나자, 강동이는 휠체어를 밀고 병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4층 계단에 다다랐을 때 웬 아줌마가 한 사람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아줌마는 분홍빛 환의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옷은 강동이의 것처럼 바지로 된 것이 아니라, 가운 모양의 긴 치마였습니다. 강동이는 제 푸른 옷을 새삼스레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때 그 아줌마가 돌아보더니 생긋 웃었습니다.
˝몇 살이니?˝
˝아홉 살이에요˝
˝이름은 뭐고?˝
˝이깡통˝
˝뭐?˝
아줌마는 약간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강동이도 따라 웃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이 아줌마한테는 대답이 술술 나왔습니다.
˝너 장난꾸러기구나. 진짜 이름은 뭐지?˝
˝정말 깡통이라니까요˝
두 사람은 마음놓고 실컷 웃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줌마가 갑자기 아랫배에 손이 가더니 얼굴을 조금 찡그렸습니다.
˝웃으니까 배가 아프구나. 그만 들어가 쉬어야겠다˝
아줌마는 강동이의 것과는 다르게 생긴 높고 기다란 휠체어에 몸을 기대며 웃음을 거두었습니다.
˝잘 자˝
그 아줌마는 높은 휠체어를 질질 끌며 허리를 약간 구부린 채 서서 복도 모퉁이를 돌아가 버렸습니다.
정형외과 병동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면 그 곳에 부인과 병동이 있다는 것을 강동이는 알고 있었습니다.
아줌마와 이야기를 나눈 날 밤도 강동이는 꿈을 꾸었습니다. 까만아줌마가 은행나무 위에 올라앉아 있기도 하고, 파란아저씨가 아코디언을 켜는 옆에서 분홍아줌마가 깔깔 웃기도 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리 저리 헤매고 다닌 끝에 강동이의 엄마와 아빠와 누나가 살던 집을 찾았다고 두 발을 쾅쾅 구르며 소리치기도 하였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형들이 강동이의 손목을 꽉 잡고 뜨거운 것으로 지지는 장면을 끝으로 강동이는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어느덧 날이 밝았고, 강동이의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청소 아줌마가 들어왔다 나가고, 드르륵 거리며 부엌아저씨가 나타났다 사라졌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자, 보조원 누나가 와서 땀에 젖은 환의를 갈아입혀 주며 쯔쯧, 하고 혀를 찼습니다.
강동이는 마음이 조급해지며 4층 계단 쪽으로 휠체어를 밀고 나갔습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여름이라면 시원하다고 여겨질 만큼의 싸한 바람이 밑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거기 있다간 감기 들겠다˝
뒤를 돌아보니, 아, 분홍아줌마가 바퀴를 굴리며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강동이는 왠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복도를 돌며 운동하였습니다. 나란히 해서 갈 때는 강동이의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날, 강동이는 다리를 다치게 된 ´사건´을 이야기했고, 여섯 살 때 집을 잃고 헤맨 후에 만나게 된 형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담뱃불로 손등이랑 팔목이랑을 눌러댔던 일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아줌마는 슬픈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하고, 코가 발그레해지면서 두 눈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으며, 간혹 혀를 차기도 하였습니다. 담뱃불 사건에 이를 때쯤에는 마치 아줌마가 불에 덴 듯이 화들짝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제법 긴 이야기를 마칠 때쯤 까만아줌마가 과일바구니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침대에 누워 좀 쉬어야 한다˝
까만아줌마의 손에 이끌려 병실로 가고난 다음, 바로 앞 복도에서 까만아줌마와 분홍아줌마의 도란거리는 이야기를 들으며 강동이는 잠이 들었습니다.
강동이는 낮잠을 자면서 얼핏 제 뺨을 스치는 까만아줌마의 머리에 쓴 검은 수건자락을 느꼈고, 누군가 소매를 걷으며 살며시 손등에 입을 맞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로도 강동이와 분홍아줌마는 자주 만났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소리내어 웃는 일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생각보다 분홍아줌마는 장난꾸러기같은 눈빛을 하고 진짜로 장난도 잘 쳤습니다. 가끔은 수술한 곳이 아프다면서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지만, 아주 잠깐이었을 뿐입니다.
강동이는 밤마다 뽀뽀해 주는 모습, 아빠가 번쩍 안아 들어 주던 일, 누나와 장난치던 일들을 꿈꾸었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아 분홍아줌마를 만나면 꿈 이야기를 했고, 그러면 분홍아줌마는 이제는 그다지 부끄러워하지 않는 강동이의 손등에 입을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어느날 분홍아줌마는 아주 조용히 말하였습니다.
˝강동아, 아줌마 내일 퇴원한단다˝
강동이는 잠자코 있었습니다.
˝오늘 실밥을 뽑았단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
강동이는 고개를 더 깊이 숙였습니다.
˝강동아, 강동아˝
분홍아줌마는 강동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그리고는 조그만 목소리로 이야기하였습니다.
˝나는 말이야, 이젠 아기집을 잃어버렸단다. 영영 그 조그만 집을 찾을 수 없게 되었어˝
분홍아줌마는 비밀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강동이 너도 너의 엄마 아기집에서 자랐었단다. 사람은 누구나 엄마 몸 속의 아기집에 있다가 세상에 나오지. 그 집을 다시 찾아갈 필요는 없지만 몸 속에 병이 생겨서 그 집을 허물어야 한다는 건 큰 슬픔이란다˝
이튿날 강동이는 물리치료를 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분홍아줌마를 만날 수 없었고, 그 후 어디에서도 분홍아줌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동이가 절름거리며 걸을 수 있게 될 때쯤, 창밖에는 비와 눈이 섞여 내리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4층 계단을 통하여 올라오는 바람이 제법 차디차다고 느꼈졌을 때, 까만아줌마는 이제 곧 ´나눔의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강동이는 까만아줌마의 못생긴 코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잠이 들어도 이제는 별로 꿈을 꾸지 않았습니다.
진눈깨비가 사라지고 하얀 눈이 풀풀 내리는 날이 계속되었습니다. 키가 커서 4층에서도 잘 내려다보이는 나무들은 바람이 씽씽 부는지 부들부들 떨다가는 굳어버리고 또 떨고는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은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나뭇가지들이 흰 옷을 두텁게 입었습니다.
강동이도 환의를 벗고 두텁고 따스한 옷으로 갈아입게 되었습니다.
짐도 다 꾸렸고, 퇴원 수속도 끝났습니다.
아까부터 까만아줌마의 표정이 이상했습니다. 생글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서운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따금씩 강동이의 등을 두들겨 주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강동이를 껴안고 뺨을 부벼댔습니다. 강동이는 까만아줌마의 못생긴 코가 제 얼굴에 닿을까 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드디어 복도 저 끝에서부터 들려오는 커다란 발자국 소리. 파란아저씨가 데리러 오는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병실 문이 열렸습니다.
역시 파란아저씨였습니다. 오늘따라 파란아저씨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파란아저씨가 굵고 긴 팔을 활짝 벌렸습니다. 그러자 들려진 두팔 밑에서 누군가 웃고 있었습니다.
강동이는 보았습니다. 보드라운 털이 보송보송 날릴 것만 같은 분홍빛 털스웨터를. 그 팔에는 검정색의 작은 손가방이 있었습니다. 분홍빛 털치마와 그 밑으로 보이는 한 켤레의 검정색 구두.
강동이는 하마터면 큰 소리를 지를 뻔하였습니다. 거기에는 분홍아줌마가 있었던 것입니다.
파란아저씨가 몸을 굽혀 강동이의 이마에 뽀뽀를 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파란아저씨의 두 눈 속에 까만 눈동자가 박혀있었습니다.
˝캉통아, 이 아줌마가 너를 보살피시기로 했다. 네 생각은 어떠냐?˝
강동이의 귀에는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위탁이니 보호관찰이니 입양이니 하는 말들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집´이라는 말만 크게 들릴 뿐이었습니다.
˝내 집 마련이란게 어디 쉬워야 말이지요. 이제야 내 집이라고 조그만 아파트 하나가 마련되었어요. 중동에 가 있는 남편에게도 강동이 얘기를 알렸어요. 그이도 곧 돌아올 거고, 강동이를 귀여워해 줄 거예요˝
분홍아줌마가 이야기하는 동안, 파란아저씨와 까만아줌마는 강동이의 머리와 어깨를 연신 번갈아가며 쓰다듬었습니다.
병원 문을 나설 때, 분홍아줌마가 강동이의 손을 꼬옥 쥐며 힘차게 말했습니다.
˝우리 강동이 진짜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될 거야. 네 집을 찾을 때까지 우리 집에서 아줌마랑 같이 살자, 응˝
눈이 오기 때문인지 바람이 차지 않았습니다.
강동이는 ´아기집을 다시 찾았나?´생각하며 키가 큰 나무를 올려다 보았습니다. (*)
집 찾기
공혜영
바람이 찼습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가 보다, 하고 강동이는 생각했습니다.
지금 강동이가 서 있는 4층 계단입구에는 산속 골짜기를 돌아내려오는 것 같기도 하고 바닷가 바위 틈을 뛰쳐나오는 것 같기도 한 바람이 돌고 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언제인가 강동이가 호호 불어가며 호떡을 얻어먹던 어느 주택가 좁은 골목 앞에서 만난 골바람처럼 무섭기까지 하였습니다.
점점 겨울로 들어서면서부터 그 많던 은행잎들도 이제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동이가 휠체어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 밖을 내다보면, 병원 앞뜰은 온통 노란 세상이었습니다. 나무에도 땅 위에도 그득 그득한 샛노란 은행잎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유난히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까만아줌마가 와서 강동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주었습니다. 강동이가 은행잎 줍는 것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빛깔이 곱고 잘 생긴 은행잎을 고르고 또 골라 주웠는데도 어느 틈에 한 손에 다 쥐고도 모자랄 만큼 많았습니다.
노란 이파리들을 한 움큼 쥐고 병실로 들어설 때면 그 까만아줌마는 이렇게 속삭이고는 하였습니다.
˝네 손도 노랗게 보인다. 얘˝
그러면 강동이는 매번 깜짝 놀라 넓은 소매자락으로 얼른 손등을 덮었습니다.
병원에서 입은 환의가 조금 크고 그래서 넓은 것이 다행이라고 강동이는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날은 꼭 꿈을 꾸었습니다.
까만아줌마가 혼자 와서 강동이의 소매자락을 걷으며 웃기도 하고, 한꺼번에 까만아줌마 여럿이 달려들어 휠체어를 탄 강동이를 4층 계단 밑으로 밀어 버리려 해서 소리를 지른 적이 있습니다. 어떤 날은 파란아저씨의 두 팔목이 불에 데인 듯 뜨겁고 아픈 적도 있었습니다.
강동이는 1층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혼자서도 휠체어를 밀고 다닐 만큼 많이 나아졌지만 나가보았자 은행 앞은 거의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거무튀튀한 색으로 변해 병원 언덕길을 뒹구는 이파리들은 어쩐지 쓸쓸해 보였습니다. 나뭇가지들은 옷을 벗은 채 강동이를 내려다 볼 것 입니다.
˝여기서 뭐하니?˝
뒤에서 누군가가 외쳤습니다.
˝어서 들어가라. 밥 먹을 시간이야˝
같은 병실의 큰 형이었습니다. 그 형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지나갔습니다. 그러고보니 복도 저 끝에서부터 바퀴 달린 커다란 상자가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하얀 옷을 입고 역시 하얀 모자를 쓴 아저씨가 밀고 오는 그 소리는 무척이나 요란하였습니다.
드르륵 드르륵.
강동이는 휠체어 운전대를 잡고 병실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드르륵 드르륵.
강동이는 있는 힘껏 빨리 달려 드디어 제 침대 앞에 도착하였습니다.
˝수녀님은 오늘 안 오시나 보지?˝
저녁식사를 하면서 옆 침상의 아저씨가 물어왔습니다. 사람들이 수녀님이라고 부르는 그 까만아줌마는 오늘은 바쁜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늦을거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처음 이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은 한달 전이었습니다.
강동이가 머물던 ´나눔의 집´에는 강동이 말고도 고만고만한 또래의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밖에 나이가 휠씬 많은 형이 서넛 되고, 아주 어린 꼬마가 딱 한 명 있었는데 그 아이는 만난 지 얼마 안되어 ´소나무 집´으로 옮겨갔습니다.
온통 사내아이들로 붐비는 그 집은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고는 하였습니다. 그런 일들을 아이들은 ´사건´이라고 불렀습니다.
사건이 있는 날은 까만아줌마들도 파란아저씨도 어쩐지 딱딱하게 굳어 보였습니다. 어떤 형이 무얼 훔치고 달아났다든가, 아이들이 편싸움을 했다든가, 누구인가의 장난으로 녹음기가 또 다시 고장났다든가 하는 따위의 보고할 거리를 가지고 까만아줌마가 검정치맛자락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원장실에 간 날은 파란 아저씨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습니다.
강동이가 가슴이 오그라붙는 듯하여 숨도 잘 못쉬고 있을 때면 다른 아이들은 쿡쿡 웃으며 이렇게 말들을 하였습니다.
-금방 또 웃을테니 두고 봐라.
그러면 정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그 파란아저씨는 큼직한 아코디언을 메고 와서 신나는 노래시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신부님 신부님하면서 모여들고 강동이는 구석에 선채 입속에서 좋아요 좋아요를 가만히 뇌어보았습니다.
파란아저씨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함빡 미소를 머금은 채 기다란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여댔습니다.
˝좋아요, 좋아요˝
강동이는 파란아저씨가 자주 쓰는 말을 흉내내었습니다. 그러나 그 서양아저씨가 파란 두 눈으로 쏘아보는 것은 정말 싫었습니다. 그래서 한번도 그 파란 것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그 사건이 일어나던 날도 파란아저씨는 강동이를 내려다보며 눈을 마주치려 애썼습니다. 파란아저씨는 안타까운 듯 강동이의 이름을 여러번 불렀습니다.
˝이강동, 이강동˝
그러나 파란아저씨의 발음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어떤 것은 이캉통, 어떤 것은 이깡똥으로 들렸습니다. 파란아저씨는 강동이의 두 어깨를 잡고 가만가만 흔들기까지 했습니다.
˝강동아, 강동아˝
그것은 여전히 캉통아 깡똥아로 들렸습니다.
그날 밤 잠자리에서 아직 잠이 들지 않은 강동이는 들었습니다.
처음 아이들은 킬킬거리며 속삭였습니다.
-깡통아, 깡통아
강동이는 번쩍 눈을 떴습니다.
아이들은 점점 크게 소리내었습니다.
-이 깡통, 이 깡통
강동이는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두 눈에 힘을 주고 아이들을 노려 보았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러가며 웃기 시작하였습니다. 배를 쥐고 웃어대면서도 계속해서 강동이를 놀려대었습니다. 강동이는 어쩔 줄 몰랐습니다.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그 모습을 본 어떤 아이가 강동이를 툭툭 치며 또 웃어댔습니다. 강동이는 손이 나가는 대로 그 아이를 주먹으로 쳤습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치고 박고 싸우는 중에도 ´이 깡통 같은 자식´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소란이 벌어지고 어른들이 달려 올 때 쯤 강동이는 창 밖으로 몸을 날렸습니다. 정말이지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없었습니다. 다행히 그 방은 1층에 있었기 때문에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일은 그다지 어렵게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강동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병원에 누워 있었습니다. 오른쪽 다리가 크게 다쳤고, 왼쪽 발목은 조금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강동이는 이제 많이 나았습니다. 저녁식사가 끝나자, 강동이는 휠체어를 밀고 병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4층 계단에 다다랐을 때 웬 아줌마가 한 사람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아줌마는 분홍빛 환의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옷은 강동이의 것처럼 바지로 된 것이 아니라, 가운 모양의 긴 치마였습니다. 강동이는 제 푸른 옷을 새삼스레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때 그 아줌마가 돌아보더니 생긋 웃었습니다.
˝몇 살이니?˝
˝아홉 살이에요˝
˝이름은 뭐고?˝
˝이깡통˝
˝뭐?˝
아줌마는 약간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강동이도 따라 웃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이 아줌마한테는 대답이 술술 나왔습니다.
˝너 장난꾸러기구나. 진짜 이름은 뭐지?˝
˝정말 깡통이라니까요˝
두 사람은 마음놓고 실컷 웃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줌마가 갑자기 아랫배에 손이 가더니 얼굴을 조금 찡그렸습니다.
˝웃으니까 배가 아프구나. 그만 들어가 쉬어야겠다˝
아줌마는 강동이의 것과는 다르게 생긴 높고 기다란 휠체어에 몸을 기대며 웃음을 거두었습니다.
˝잘 자˝
그 아줌마는 높은 휠체어를 질질 끌며 허리를 약간 구부린 채 서서 복도 모퉁이를 돌아가 버렸습니다.
정형외과 병동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면 그 곳에 부인과 병동이 있다는 것을 강동이는 알고 있었습니다.
아줌마와 이야기를 나눈 날 밤도 강동이는 꿈을 꾸었습니다. 까만아줌마가 은행나무 위에 올라앉아 있기도 하고, 파란아저씨가 아코디언을 켜는 옆에서 분홍아줌마가 깔깔 웃기도 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리 저리 헤매고 다닌 끝에 강동이의 엄마와 아빠와 누나가 살던 집을 찾았다고 두 발을 쾅쾅 구르며 소리치기도 하였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형들이 강동이의 손목을 꽉 잡고 뜨거운 것으로 지지는 장면을 끝으로 강동이는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어느덧 날이 밝았고, 강동이의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청소 아줌마가 들어왔다 나가고, 드르륵 거리며 부엌아저씨가 나타났다 사라졌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자, 보조원 누나가 와서 땀에 젖은 환의를 갈아입혀 주며 쯔쯧, 하고 혀를 찼습니다.
강동이는 마음이 조급해지며 4층 계단 쪽으로 휠체어를 밀고 나갔습니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여름이라면 시원하다고 여겨질 만큼의 싸한 바람이 밑에서부터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거기 있다간 감기 들겠다˝
뒤를 돌아보니, 아, 분홍아줌마가 바퀴를 굴리며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강동이는 왠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복도를 돌며 운동하였습니다. 나란히 해서 갈 때는 강동이의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날, 강동이는 다리를 다치게 된 ´사건´을 이야기했고, 여섯 살 때 집을 잃고 헤맨 후에 만나게 된 형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담뱃불로 손등이랑 팔목이랑을 눌러댔던 일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아줌마는 슬픈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하고, 코가 발그레해지면서 두 눈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으며, 간혹 혀를 차기도 하였습니다. 담뱃불 사건에 이를 때쯤에는 마치 아줌마가 불에 덴 듯이 화들짝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제법 긴 이야기를 마칠 때쯤 까만아줌마가 과일바구니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침대에 누워 좀 쉬어야 한다˝
까만아줌마의 손에 이끌려 병실로 가고난 다음, 바로 앞 복도에서 까만아줌마와 분홍아줌마의 도란거리는 이야기를 들으며 강동이는 잠이 들었습니다.
강동이는 낮잠을 자면서 얼핏 제 뺨을 스치는 까만아줌마의 머리에 쓴 검은 수건자락을 느꼈고, 누군가 소매를 걷으며 살며시 손등에 입을 맞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로도 강동이와 분홍아줌마는 자주 만났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소리내어 웃는 일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생각보다 분홍아줌마는 장난꾸러기같은 눈빛을 하고 진짜로 장난도 잘 쳤습니다. 가끔은 수술한 곳이 아프다면서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지만, 아주 잠깐이었을 뿐입니다.
강동이는 밤마다 뽀뽀해 주는 모습, 아빠가 번쩍 안아 들어 주던 일, 누나와 장난치던 일들을 꿈꾸었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아 분홍아줌마를 만나면 꿈 이야기를 했고, 그러면 분홍아줌마는 이제는 그다지 부끄러워하지 않는 강동이의 손등에 입을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어느날 분홍아줌마는 아주 조용히 말하였습니다.
˝강동아, 아줌마 내일 퇴원한단다˝
강동이는 잠자코 있었습니다.
˝오늘 실밥을 뽑았단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
강동이는 고개를 더 깊이 숙였습니다.
˝강동아, 강동아˝
분홍아줌마는 강동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그리고는 조그만 목소리로 이야기하였습니다.
˝나는 말이야, 이젠 아기집을 잃어버렸단다. 영영 그 조그만 집을 찾을 수 없게 되었어˝
분홍아줌마는 비밀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강동이 너도 너의 엄마 아기집에서 자랐었단다. 사람은 누구나 엄마 몸 속의 아기집에 있다가 세상에 나오지. 그 집을 다시 찾아갈 필요는 없지만 몸 속에 병이 생겨서 그 집을 허물어야 한다는 건 큰 슬픔이란다˝
이튿날 강동이는 물리치료를 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래서 분홍아줌마를 만날 수 없었고, 그 후 어디에서도 분홍아줌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동이가 절름거리며 걸을 수 있게 될 때쯤, 창밖에는 비와 눈이 섞여 내리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4층 계단을 통하여 올라오는 바람이 제법 차디차다고 느꼈졌을 때, 까만아줌마는 이제 곧 ´나눔의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강동이는 까만아줌마의 못생긴 코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잠이 들어도 이제는 별로 꿈을 꾸지 않았습니다.
진눈깨비가 사라지고 하얀 눈이 풀풀 내리는 날이 계속되었습니다. 키가 커서 4층에서도 잘 내려다보이는 나무들은 바람이 씽씽 부는지 부들부들 떨다가는 굳어버리고 또 떨고는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은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나뭇가지들이 흰 옷을 두텁게 입었습니다.
강동이도 환의를 벗고 두텁고 따스한 옷으로 갈아입게 되었습니다.
짐도 다 꾸렸고, 퇴원 수속도 끝났습니다.
아까부터 까만아줌마의 표정이 이상했습니다. 생글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서운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따금씩 강동이의 등을 두들겨 주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강동이를 껴안고 뺨을 부벼댔습니다. 강동이는 까만아줌마의 못생긴 코가 제 얼굴에 닿을까 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드디어 복도 저 끝에서부터 들려오는 커다란 발자국 소리. 파란아저씨가 데리러 오는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병실 문이 열렸습니다.
역시 파란아저씨였습니다. 오늘따라 파란아저씨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파란아저씨가 굵고 긴 팔을 활짝 벌렸습니다. 그러자 들려진 두팔 밑에서 누군가 웃고 있었습니다.
강동이는 보았습니다. 보드라운 털이 보송보송 날릴 것만 같은 분홍빛 털스웨터를. 그 팔에는 검정색의 작은 손가방이 있었습니다. 분홍빛 털치마와 그 밑으로 보이는 한 켤레의 검정색 구두.
강동이는 하마터면 큰 소리를 지를 뻔하였습니다. 거기에는 분홍아줌마가 있었던 것입니다.
파란아저씨가 몸을 굽혀 강동이의 이마에 뽀뽀를 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파란아저씨의 두 눈 속에 까만 눈동자가 박혀있었습니다.
˝캉통아, 이 아줌마가 너를 보살피시기로 했다. 네 생각은 어떠냐?˝
강동이의 귀에는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위탁이니 보호관찰이니 입양이니 하는 말들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집´이라는 말만 크게 들릴 뿐이었습니다.
˝내 집 마련이란게 어디 쉬워야 말이지요. 이제야 내 집이라고 조그만 아파트 하나가 마련되었어요. 중동에 가 있는 남편에게도 강동이 얘기를 알렸어요. 그이도 곧 돌아올 거고, 강동이를 귀여워해 줄 거예요˝
분홍아줌마가 이야기하는 동안, 파란아저씨와 까만아줌마는 강동이의 머리와 어깨를 연신 번갈아가며 쓰다듬었습니다.
병원 문을 나설 때, 분홍아줌마가 강동이의 손을 꼬옥 쥐며 힘차게 말했습니다.
˝우리 강동이 진짜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될 거야. 네 집을 찾을 때까지 우리 집에서 아줌마랑 같이 살자, 응˝
눈이 오기 때문인지 바람이 차지 않았습니다.
강동이는 ´아기집을 다시 찾았나?´생각하며 키가 큰 나무를 올려다 보았습니다. (*)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