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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다시뜨는 별

창작동화 신경자............... 조회 수 1695 추천 수 0 2004.07.17 22:25:55
.........


다시 뜨는 별

신경자  
    
  하늘 한 가운데 박힌 해님이 금실같은 햇살을 따갑게 뽑아 내고 있는 한낮입니다.
밤을 밝히느라 지칠대로 지친 달님과 별님들은 각각 집에서 쉬고 있고, 할 일 없는 뭉게구름만 이리저리 흐르고 있습니다. 갑자기 조용하던 별들의 집 대문앞이 소란해졌습니다.
˝엽서요!˝
집배원인 소식별 아저씨가 엽서를 던져 넣으며 문을 두드렸기 때문입니다.
해가 지기 전에 하늘 끝 마을까지 한집도 빼놓지 않고 돌려야 했기에, 소식별 아저씨의 발걸음 소리는 아주 급했습니다.
˝엽서요!˝
하늘 중간쯤에 사는 아기별네 마당에도 엽서는 살포시 놓였습니다. 마당가에서 구슬치기를 하던 아기별이 엽서를 집었습니다. 계수나뭇잎으로 만든 엽서는 향긋합니다. 초록 잎사귀 엽서에 노오란 별가루 글씨가 곱습니다.
´별들에게 알립니다. 오늘 저녁 급한 회의가 있으니 달님이 나오기 전 큰별님댁 마당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무슨 일일까?´
아기별은 고개를 갸웃하고 엽서를 호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서쪽 하늘에 노을이 붉게 번지고 불덩어리 같은 해가 막 숨으려 할 때, 아기별은 큰별님네 마당에 들어섰습니다. 엄마 아빠가 여행중이어서 대신 참석한 아기별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습니다. 하늘은 점점 어둠으로 물들어 가는데, 별들은 서로 안부를 묻느라 웅성웅성 하다가 큰별님이 일어나서야 조용해졌습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급히 여러분들을 모이시게 한 것은...... 쿨룩쿨룩......˝
나이 많은 큰별님이 기침으로 말을 잇지 못하자 옆집에 사는 반장별이 벌떡 일어났습니다.
˝제가 말씀드리죠. 저는 요즘 세수하기가 겁이 납니다.˝
˝세수하기가 겁이 나요?˝
별들의 눈길이 모두 반장별 얼굴에 쏠렸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세수한 물을 자세히 보신 적이 있나요?˝
뜻밖의 말에 아무도 대꾸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아하! 검은 세숫물?´
아기별은 벌써 짐작이 갑니다.
언제부터인가 아기별은 세수할 때마다 엄마별의 잔소리를 들어 왔거든요. 세수한 물이 맑은 물일 때까지 여러번 헹구어야 한다고.
회의는 계속되었습니다.
˝세숫물이 아주 더러운 걸레를 빤 것같은 구정물이지 뭡니까.˝
반장별은 자기 얼굴에 묻은 검댕을 닦아내기라도 할 듯 얼굴을 두 손바닥으로 쓸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죠? 우리를 싸고 있는 공기가 더럽기 때문이겠죠?˝
˝그래요. 계속 이런 속에서 지내다간 우리는 필경 병이 들겠지요. 우리 몸뚱이엔 상처가 나고 녹이 슬겠죠.˝
˝그러니 큰 걱정입니다. 오늘 밤부터라도 대문을 꼭 걸어 잠그고 집에서 지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반장별의 말은 야무졌습니다.
´까아만 밤하늘의 멋진 여행을 멈추어야 한다니......´
아기별은 금세 갇히기라도 한 듯 숨이 턱 막히는 기분입니다.
˝그건 너무하지 않을까요? 갑자기 숨어버린다는 것이......˝
잠시후, 하품을 하다만 소식별 아저씨가 나직하게 말하자, 반장별이 지지 않고 일어났습니다.
˝공기도 공기지만, 또 다른 문제도 있어요. 요즈음엔 세상 사람들이 아예 우리들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옛날엔 어디 그랬나요? 고요히 밤하늘을 우러러 시를 읊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요즈음엔 전혀 그런 눈빛을 찾아 볼 수 없다니까요.˝
이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 며칠간이라도 밤하늘에 나가지 맙시다! 공기가 맑아지고, 우리를 간절히 원하는 이가 있을 때 뜨기로 합시다.˝
팽팽한 반장별의 말에 반대하는 별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니예요, 우리를 바라보는 눈길이 있어요. 나는 분명히 보았는 걸요.´
구석에 있는 아기별만이 혼자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기별에겐 떠오르는 눈빛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기별은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그 눈빛을 생각해 내려는 듯.
아기별이 눈을 떴을 때, 마당에 모인 별들은 하나 둘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돌아가서 대문을 잠그려나 봅니다. 어른들 틈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돌아온 아기별도 대문을 잠그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지루한 하루 해를 보내고 밤이 오자 아기별은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꼭 찾고야 말거야.´
아기별은 살그머니 집을 나와 조심조심 밤하늘에 떠올랐습니다. 기분이 상큼합니다. 달님이 구름 속에서 쉬고 있어서 아기별은 홀로 반짝였습니다.
낮동안 해님과 소곤거리던 수많은 산봉우리와 지붕들...... 숲속의 나무들도 모두 잠이 든 밤입니다. 정말 모두 잠이 들고 말았는지 누구하나 깨어 있는 이가 없습니다. 한참이나 아래를 향해 두리번거리던 아기별은 곧 쓸쓸해 졌습니다. 그 눈빛을 꼭 찾으려던 아기별의 꿈이 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 가야지.´
이렇게 마음 먹은 아기별이 몸을 돌려 막 한 발을 떼려는 순간입니다.
˝아기별님! 아기별님!˝
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아기별은 걸음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아기별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습니다.
´아! 저 눈빛이야!´
아기별은 반가움을 떨었습니다. 좀 마르긴 했지만, 눈이 아기별만큼이나 빛나는 소년이 언덕에 앉아 하늘을 우러르고 있었습니다.
˝아기별님! 어제는 밤새 기다렸답니다.˝
소년은 나직하게 말했습니다.
˝아이구 미안해라. 어제는 사정이 좀 있었어요. 우리를 싸고 있는 공기가 너무 더러워서 모두들 집에서 쉬기로 약속했답니다. 사실 오늘 내가 나온 것도......˝
˝네? 별님들이 집에서 쉬다니요?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하죠? 나는 밤마다 별님들을 만나야 하는데요.˝
˝밤마다 우리를 만나야 해요?˝
아기별의 그윽한 눈빛에 이끌려 소년의 아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해가 바뀌고 새 학년이 되자 새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답니다. 이 때부터 나는 새로운 기쁨을 만날 수 있었어요. 공부도 못하고 달리 뛰어난 재주도 없어 늘 교실 구석에만 박혀 지내던 내가 말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기별이 물었습니다.
˝새 선생님은 첫날부터 학과에 관한 숙제도 내셨지만, 또 아주 특별한 멋진 숙제를 주셨답니다.˝
˝멋진 숙제요?˝
˝네, 아기별님도 들으시면 상쾌해지실 거예요. 달구경하기, 노을보기, 개울물 흐르는 소리 듣기, 꽃밭가꾸기, 부모님 아불 깔아드리기......˝
소년의 이야기를 듣는 아기별의 눈은 더욱 더 반짝였습니다.
˝아이구, 재밌어라!˝
소년이 다시 이야기를 이었습니다.
˝아기별님! 나는 아주 신이 났습니다. 하루하루 한 가지씩 멋진 숙제를 하다 보니 지루하던 학교 생활도 즐거워졌습니다. 더욱 새 학년 첫날부터 선생님이 따로 내주신 ´평생 숙제´는 내게 새로운 꿈을 불러다 주었답니다. 아기별님! 평생 숙제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으셔요?˝
아기별은 눈을 깜빡였습니다.
˝그 숙제가 바로 밤 하늘의 별 바라보기랍니다. 별 바라보기! 날마다 평생동안 별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라고 하셨습니다.˝
아기별은 가슴이 더워짐을 느꼈습니다. 기쁨이 물결쳐왔습니다.
소년은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깨끗한 공기 속에서 별들은 더욱 빛날 것이라고. 깨끗한 공기를 위해서, 깨끗한 별들을 보기 위해서 선생님과 소년들은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을 잊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산과 들에 뿌릴 꽃씨를 늘 모은다고 했습니다.
소년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아기별은 아주 아주 행복했습니다.
소년은 또 다시 꿈꾸는 눈이 되었습니다.
˝아기별님! 나는 평생 날마다 밤하늘을 우러러 별님들을 바라보렵니다. 그리하여 나는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고운 시를 쓰겠어요.˝
소년은 아기별을 향해 손을 모았습니다.
˝내가 지금 바로 가서 큰별님께 알리겠어요. 우리를 밤마다 기다리는 이가 있다고, 우리를 그리워하는 이가 있다고, 우리를 보고 꿈을 키우는 소년이 있다고......
이런 소년이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우리는 하늘을 밤마다 곱게 수놓아야 한다고......˝
아기별은 큰별님을 향해 급히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새벽이 오려는지, 어둠이 차차 걷히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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