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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청개구리의 꽃잠

창작동화 최정희............... 조회 수 2376 추천 수 0 2004.07.17 22: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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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의 꽃잠

최정희

물에 비친 풍경을 본 적이 있니? 파란 하늘이 비치면 물도 파랗지. 하얀 아카시아꽃이 비치면 물도 하얗고. 내가 놀러 다니는 옹달샘가에는 나무들이 빙 둘러 서 있어 푸른 옹달샘이라고들 부르지. 어디에 있느냐구? 까치산 속에 있어.
이 산에는 소나무와 오리나무숲이 우거져 유난히 산새가 많아. 때까치 방울새 오목눈이 박새. 강 끝과 서해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뽀얀 물안개가 몰려오는 날엔 뻐꾸기 울음소리도 들리지.
옹달샘 속에 흰구름을 띄운 하늘이 내려온 낮이었어. 나는 한발을 살그머니 물 속에 담갔지. 온몸이 하늘 밑으로 철렁 빠져 버릴 것만 같았어. 하늘이 흰구름배를 띄운 것처럼 나도 푸른 나뭇잎배를 띄워 놓고 물놀이를 하고 있었어.
-부릉부릉.
산 아랫동네에서 숨을 헐떡이며 올라오는 차가 있었지. 갑자기 커다란 쇠갈고리손을 번쩍 들더니 흙을 한무더기씩 뜯어내는 거야.
-드르륵, 턱. 드르륵, 턱.
˝정확히 파라구. 웅덩이 이쪽부터 아파트가 들어설 자리야.˝
이제 막 향기가 터지기 시작한 아카시아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나갔어. 움푹 팬 땅 속엔 쇠기둥이 박혔지.
˝얘들아, 사람들이 또 우리 터를 빼앗는구나. 조심해야 한다. 공사장 가까이 가면 위험해.˝
엄마가 아침마다 일렀지만 나는 몰래 흙더미쪽으로 다가갔어. 뒤집혀진 흙 속에는 먹이가 많거든. 열심히 코를 박고 먹이를 찾고 있을 때였어.
-드르륵, 턱. 드르륵, 턱.
˝안 돼. 얘야, 얼른 피해!˝
갑자기 쇠갈고리손이 방향을 바꾸어 내 머리 위로 날아오지 않겠니. 너무 놀라 미처 피할 틈도 없었어. 깜짝 순간에 엄마가 날 밀어내고 기계 속으로 들어가 버렸어.
˝엄마, 엄마아~.˝
엄마의 모습은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았지. 산 속의 모든 개구리들이 개골개골 위로해 주었지만 난 한동안 꼼짝도 할 수 없었어. 먹기도 싫고, 다니기도 귀찮았어. 그냥 바윗돌 밑에 엎드려 엄마 생각만 했지.
˝그러다 너까지 큰일나겠다. 날 따라 여행 갈래? 저 아랫동네에 나무가 많은 향나무집이 있단다.˝
마을에 내려가 있던 청개구리가 놀러와서 자기를 따라가자고 졸랐어.
˝싫어. 엄마는 항상 사람들 곁에 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
눈물샘에 갇혀 있던 슬픔이 한꺼번에 밀려 나왔어. 청개구리가 날 달랬지.
˝이제부터 조심하면 괜찮을 거야. 가자. 여기도 오해 있지는 못해. 산을 깎아 아파트를 세운다잖아. 더 안전한 곳을 찾아보자구.˝
서서히 내 마음주머니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어. 예전처럼 살기좋은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거지.

사흘을 내리 비가 내리던 날이었어. 나는 청개구리를 따라 향나무집으
로 갔지. 사람들이 하도 우리들이 좋아하는 숲을 파헤치고드니 어디 갈 데가 마땅찮았던 거야.
˝어때, 좋지?˝
정말 청개구리 말대로였어. 향나무 주목 오엽송 소나무. 온갖 나무들이 마당 가득 차 있더군. 물을 담아놓은 돌확도 있고, 먹을 것도 많았지.
장마철이 시작되었어. 비오는 날은 우리들 세상이야. 내 몸은 점점 불어났어. 뜀뛰기도 아주 멀리 할 수 있을 만큼 자랐지. 그런데 날이 갈수록 옛날 생각이 나는 거야. 향나무집은 그림틀 속에 누운 풍경화처럼 조용히 가라앉아 있으니까. 배부른 것에도 편한 것에도 차츰 싫증이 났어. 숲이 그리워지기 시작했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난데없이 나타난 사람이 있었어.
˝사모님, 장독 뚜껑 열린 것 없죠? 창문도 다 닫으세요.˝
세상에! 갑자기 ´쏴´하고 고무호스에서 소독약이 뿜어져 나왔어.
오엽송 그늘 밑에서 졸고 있던 청개구리가 그 사람이 뿜어대는 약을 흠뻑 뒤집어썼나 봐.
˝청개구리야, 이쪽으로 도망 나와!˝
˝난 지금 움직일 기운이 없어. 너나 피해.˝
˝힘을 내, 같이 가야지.˝
˝빨리 피하지 않으면 너도 위험해. 곧 뒤따라 갈게. 먼저 가.˝
약한 청개구리는 결국 담을 넘지 못했어. 나는 또다시 이 세상에 혼자 남게 된 거야.
담을 넘어간 집 마당은 향나무집에 비해 아주 작았어. 볼품없는 꽃나무 몇 그루와 키작은 채송화들만 자라고 있었지.
˝여긴 먹을 것도 제대로 없겠는걸.˝
나는 잠시 쉬었다가 혼자서라도 까치산을 찾아 떠나기로 마음먹었지.
-또르르르.
현관 쪽에서 주사위 하나가 굴러와 내 발 앞에 멈춰섰어. 작은 여자애가 깡충 뛰어와 풀섶을 뒤지더군.
˝어머나! 개구리 아냐. 어떻게 여기까지 왔니. 엄마, 우리 마당에 개구리가 있어요.˝
아이는 신발 한 짝을 공중에다 벗어 던지고는 집안으로 뛰어 들어 갔어.
˝정말, 맑은 옹달샘에만 사는 참개구리네. 분이야, 꽃삽으로 조그만 물웅덩이를 하나 만들어 주렴. 개구리는 물이 있어야 살 수 있단다.˝
담벼락을 붙들고 걸어나온 분이 엄마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어. 분이는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담아와 약 기운이 밴 내 몸을 개운하게 헹궈주었지.
다음 날이야. 담을 넘어 갈까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였지.
´탁´ 대문소리가 들리며 분이가 마당에 들어섰어. 책가방을 한 쪽 옆에 던져놓고 나를 찾았어.
˝응, 너 여기 있었구나. 난 또 네가 가버렸을까 봐 걱정했지. 학교에서도 자꾸만 네 생각이 났어.˝
분이가 물을 뿌려주며 정답게 말을 건넸어.
˝네가 있으니 참 좋다. 난 친구가 별로 없거든. 학교 갔다 오면 엄마 일을 도와야 해. 봤지. 엄마는 많이 편찮으셔. 아빠도 돈벌러 먼 곳에 가셨어.˝
분이의 그 말이 담을 넘으려는 내 뒷다리를 자꾸만 잡아당기는 거야.
˝그래, 며칠만 더 있다 가지 뭐.˝
분이는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지.
˝오늘 선생님이 장래희망을 물어 보셨어. 환이는 식당주인이 될 거래. 아이들이 막 웃었어. 그런 시시한 꿈이 어디 있냐고. 환이가 얼굴이 빨개져서 말했단다. 자기는 이 세상에서 강아지가 제일 좋다고. 식당을 해서 남은 음식으로 강아지들을 많이 많이 키울 거래.˝
˝그럼 너는 뭐가 되고 싶니.˝
내가 묻고 싶은 말을 분이가 얼른 알아채고 대답했지.
˝난 곤충학자가 될 거라고 했어. 우리 푸른 까치산에 사는 아름다운 나비며 개구리며 잠자리들이 어떻게 살고 무슨 일을 하나 연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했어. 내가 그 첫 번째야. 괜찮지?˝
나는 기분이 좋아 꾸룩꾸룩 웃음을 삼켰어.

분이를 통해 은강초등학교 3학년 3반 아이들의 이름을 훤히 익힐 때쯤이었어. 장마도 어느새 걷히고 빨간 풍선 하나가 가을 하늘 높이 날고 있었어. 풍선이 가는 길을 쫓아가려고 화단위로 폴짝 뛰어올랐지.
˝아얏, 저리 비켜.˝
땅에 떨어진 접시꽃 씨앗이 비명을 질렀어.
˝뭐하는 거야, 지금.˝
엉거주춤하고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물었지.
˝누울 자리를 만들고 있잖아. 겨울잠을 자야 내년 봄에 싹을 틔우지.˝
나는 슬슬 조바심이 났어. 혼자 산으로 갈 일도 걱정이지만 분이를 두고 떠나기도 싫었거든.
˝엄마, 개구리도 추워지면 겨울잠을 자야 되죠.˝
˝그럼.˝
오랜만에 분이 엄마가 마당에 나오셨어. 분이가 턱을 괴고 앉아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지.
˝저 개구리는 혼자 겨울잠을 잘 수 없을 텐데.... 친구들과 함께 지내도록 산으로 데려다 줄까 봐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 그런데 말이다. 모든 생명은 자라면서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익히게 마련이란다. 어려움에 부딪치면 자기도 모르게 헤쳐 나가려는 힘이 생기거든. 저 개구리도 잘 할 거야. 아마.˝
나는 분이 엄마 말씀에 용기를 얻었어.
˝걱정마, 분이야. 내 힘으로 이 곳에서 겨울을 날게. 그리고 다음 해 봄에 더 커진 발로 더 멀리 뛰어갈게 .˝
나는 매일 흙을 한 켜씩 떠들고 그 속으로 들어갔어.
˝엄마, 개구리가 안 보여요.˝
˝그래, 이제 겨울잠을 자러 갔나 보다. 기다려 보자. 봄이란 참 좋은 거란다. 잠자던 생명이 햇살의 입맞춤에 하나 둘 깨어나니까. 접시꽃 씨앗도, 개구리도, 엄마도 봄에는 모두 씩씩하게 일어날 거야.˝
가물가물 졸리며 긴 잠에 빠져드는 내 귀에 분이와 엄마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어.
흰눈이 소복소복 내리면서 매서운 북쪽바람을 다독여 주었지. 그 하얀등 너머였어. 분홍 접시꽃이 환하게 핀 들판 저 멀리서 분이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웃으며 걸어오는 모습이 까치산의 봄아지랑이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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