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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가문비나무의 여행

창작동화 손상렬............... 조회 수 1248 추천 수 0 2004.08.30 21:13:02
.........
가문비나무의 여행

나는 산골에 가문비나무로 태어났습니다.
나는 못생겼습니다.
넓은 잎을 갖지 못해, 다른 나무의 바람막이가 되어주지도 못했고, 태양이 뜨거울 때 그늘이 되어주지도 못했습니다.
나는 뜻 있는 삶을 살고싶습니다.
가을이면 마을의 할머니들이, 밤이나 도토리를 주우러옵니다.
망태 가득 담아서, 뿌듯해하는 할머니들의 표정을 보셨는지요.
그럴 때면 밤나무나 도토리나무가 너무 부럽습니다.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줄 것이 없는데 어떡하죠.
어떻게 해서 의미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요.
하느님은 왜 나를 아무 쓸모 없는 나무로 만들었을까요.
너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열매라도 맺을 수 있다면 너무 행복 할 것 같아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봅니다.
하느님이 세상에다 과연 쓸모 없는 것들을 만들었을까요.
아닐거에요.
분명 나도 무엇엔가 쓰일 날이 있겠죠.
그때를 생각하며 묵묵히 기다려봅니다.
아, 할아버지 한 분이 지게를 지고 오시네요.
아마 땔감을 하려나봐요.
여기 저기 둘러보더니 할아버지는 내게로 다가오십니다.
"어흠, 이것 땔감으로 쓸만하군"
나는 순간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할아버지가 내 가지를 자르려나봐요.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 같은데, 추운 겨울날 땔감이 되어, 할아버지의 방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다면, 얼마나 뜻 있는 일이겠어요.
할아버지의 외로운 마음도 데워드리고, 또 화롯불이 되어 감자와 고구마를 구워, 긴 밤 할아버지의 배고픔을 채워드린다면......
그리고 재가되어, 똥과 섞여 거름이 된다면, 할아버지가 키우는 옥수수나 감자를 무럭 무럭 잘 자라게 할 수있고, 아주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그 순간은 도토리나무도 밤나무도 부럽지 않을거에요.
아, 열매가 없어도 줄 수 있다는 사실, 나는 숨을 죽이고 기다려봅니다. 할아버지가 나를 선택해 주기를요.
할아버지가 나의 가지를 잘랐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쓸모있는 일을 하게 되었어요.
나의 가지를 지고, 할아버지가 산을 내려가는 것이 보입니다.
나는 더 기다려봅니다.
분명 하느님은 나를 더 소중한 일에 쓰실거에요.
그러나 어떤 일에 쓰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번에도 묵묵히 기다려봅니다.
어느 날부터인지 산 아래에서, 톱질 소리와 도끼 소리가 들려옵니다.
소리는 서서히 산 위로 올라옵니다. 나무들이 쓰러지는 모습도 보이구요.
벌목이 시작되었나봅니다.
내 차례가 되었습니다.
잔가지들이 잘리고 나무토막으로 정리된 뒤,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가고있습니다.
베어졌다는 것이 하나도 슬프지 않아요.
어떤 일에 쓰일지 기대가 커서, 잠도 오지 않습니다.
트럭에 실려 오랜 시간 후에 도착한 곳은, 종이 만드는 공장입니다.
나의 몸은 갈갈이 흩어졌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종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또 차에 실려 어디론가 가는군요.
문방구에 도착했습니다.
다른 나무보다 싼 공책이 되어서, 창문 앞 뒷줄에 진열됩니다.
누가 나를 사줄까요.
어떤 아이가 엄마랑 오더니, 앞줄에 있는 고급 공책를 한아름 사갑니다.
나는 가난한 사람에게 팔려 갈 모양입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나를 사주기만 한다면......쓸모 있는 종이가 될 수 있다면......
며칠이 지났는데 아무도 나를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더럭 겁이 납니다.
이대로 썩어서 버려지면 어쩌죠.
어느 날입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머리가 헝크러진, 나이 많은 아저씨가 왔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가난해 보입니다.
휴......선택은 됐지만, 겨우 저런 아저씨라니......아냐. 아냐. 나는 생각을 바꿉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공책이라면, 더 뜻 있는 일이지......
방도 춥습니다.
병든 아버지와 어린 딸, 둘이 사나봅니다.
정부에서 주는 생활보조금으로 어렵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미 쌀자루가 방구석에 놓여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아버지가 딸에게 공책을 건네줍니다.
어린 딸은 뛸 듯이 기뻐합니다. 나를 소중히 꼬옥 껴안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무언가를 씁니다. 일기도 쓰고 동시도 쓰고 글짓기도 합니다.
어느 날 아이가 아빠를 부르며 숨차게 뛰어 들어옵니다.
"아빠, 글짓기 1등상을 받았어요. 전교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장 선생님이 상장을 주었어요"
아빠 얼굴이 밝게 빛납니다.
딸은 공책을 들고, 내 위에 씌어진 글을 읽어줍니다. 아빠 눈시울이 촉촉히 젖어옵니다.
내 위에 써서 상을 받은 것일까요.
나도 너무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납니다.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준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요.
나는 깨닫습니다. 하느님이 나를 세상에 보낸 이유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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