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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아기 바람의 힘

창작동화 소중애............... 조회 수 1524 추천 수 0 2005.01.06 00:07:28
.........
얼음의 나라에서 아기 바람이 태어났습니다. 분홍빛 도는 옅은 회색 몸 아기를 보고 아빠 바람이 걱정했습니다.
˝쯧쯧, 너무 약하게 태어났구나. 나가자. 너에게 훈련이 필요해.˝
얼음처럼 투명하고 산처럼 큰 아빠바람이 아기를 데리고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아빠가 높은 얼음산에 붙어 있는 얼음 바위를 가리켰습니다.
˝이 얼음 바위를 떼어낼 테니 보렴.˝
아빠는 높은 얼음산에 붙어 있는 얼음 바위를 가리켰습니다.
˝어영차. 영차.˝
찌직. 바위에 실같은 금이 갔습니다. 그 실같은 금은 조금씩, 조금씩 벌어져 손가락만한 틈을 만들고 팔뚝만한 틈을 만들면서 자꾸만 자꾸만 벌어졌습니다. 깨진 얼음 모서리에 햇빛이 닿아 눈부시게 빛났습니다.
˝굉장해요!˝
아기바람은 신이 나 아빠 곁에 붙어 함께 얼음 바위를 밀었습니다.
˝그르르릉.˝
얼음 바위는 하늘과 땅을 울리며 꽈광 바다로 떨어졌습니다. 바닷물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떨어졌습니다. 물보라가 흩어졌습니다.
떨어진 얼음덩이는 몸을 기우뚱거리며 흘러갔습니다.
˝이게 바로 힘이라는 것이다. 힘이 있으면 무서운 것이 없지.˝
아빠는 껄걸 흡족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아기바람은 이 세상에서 아빠가 가장 힘세고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좀더 남쪽으로 내려가자. 네 힘을 키우기에 좋은 곳이 있어.˝
아빠는 아기바람을 등에 태우고 눈 깜짝할 사이에 푸르른 남쪽 땅으로 날아갔습니다.
아빠는 아기바람을 숲에 내려놓았습니다.
˝숲의 나무들을 흔들어 보렴.˝
숲을 한 바퀴 돌아오는데 반나절이 걸렸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흔들어 놓은 나무들은 나뭇잎을 살랑살랑 흔들다가 잠자듯 조용해졌습니다.
˝빠르고 강하게 나무들을 흔들어야 해.˝
아빠는 아기 바람을 훈련 시켰습니다. 숲속을 달리고 나무를 흔들면서 아기바람은 힘을 길렀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날이 갈수록 숲은 더 자주, 더 많이 술렁술렁거렸습니다. 은빛으로 변한 아기 바람의 몸도 아빠만큼 커졌습니다.
연습이 끝나던 날입니다.
아기바람은 휘익 돌아 숲 전체를 흔들어 놨습니다. 숲은 수 만개의 폭포가 쏟아지는 소리를 내면서 너울거렸습니다. 놀란 새들이 날아오르고 짐승들이 달아났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던 아빠가 껄걸 웃었습니다.
˝넌 이제 나무를 송두리째 뽑을 수 있는 힘을 가졌어.˝
˝그럼, 한번 뽑아 볼까요?˝
아기바람은 으쓱거렸습니다. 몸은 아빠만해도 아직은 어린 바람입니다.
˝아니다. 힘을 써서는 안 될 때를 아는 것도 힘이란다.˝
힘을 써서는 안 되는 때를 아는 것도 힘이라고요? 아기 바람이 그 말의
뜻을 물으려는데
˝아, 저, 저런.˝
아빠가 바다를 향해 몸을 날렸습니다. 그 뒤를 아기바람이 쫓았습니다.
커다란 얼음덩이가 고기 잡는 작은 어선 가까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아빠와 아기 바람이 채 닿기도 전에 어선과 얼음덩이가 부딪혔습니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어선과 얼음덩이 조각이 튀었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가르는 불꽃이 솟았습니다. 아빠는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불을 끄려고 했는데 불꽃은 점점 더 커지기만 했습니다.
아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었습니다.
˝아가, 힘을 써서는 안 될 때를 아는 것도 힘이란다.˝
아빠는 잠깐 아기바람을 올려다보고는 사라졌습니다. 불꽃이 잦아들었습니다.
˝아빠!˝
부서진 어선이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아기바람은 아빠를 찾아 바다 위를 헤매었습니다.
육지에서 배들이 달려왔습니다. 배에 탄 사람들은 어부의 이름을 부르며 사고가 난 부근을 맴돌았습니다.
아기바람이 아빠를 못 찾았듯 그들도 어부를 못 찾았습니다. 어둠이 바다 위로 내려앉자 배들은 육지로 돌아갔습니다. 아기바람은 배를 따라 육지로 올라왔습니다.
아기바람은 어떻게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바닷가에서 서성거렸습니다.
작은 아이 두명이 가슴 가득 장작을 안고 나타났습니다. 어린 여자아이는 장작 무게 때문에 비척거리면서도 남자 아이 뒤를 놓치지 않으려고 땀을 흘리며 쫓아왔습니다.
장작을 모래밭에 내려놓은 두 아이는 불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나뭇잎을 긁어다가 장작 틈 사이에 끼우고 불을 붙였습니다.
두 아이는 엎드려 불이 장작에 붙도록 호호 불어댔습니다.
나뭇잎만 호르르 타고 불이 꺼졌습니다.
연기만 눈이 맵게 올라왔습니다.
˝불이 꺼지면 아빠가 돌아 올 수 없잖아.˝
여자아이가 울었습니다.
˝다시 피울 테니깐 걱정 마.˝
남자아이가 뛰어가 나뭇잎을 가져왔습니다. 다시 장작 틈에 나뭇잎을 넣고 호호 불어댔습니다.
어른들은 아빠 배가 빙산과 부딪혀 부서졌지만 아빠는 분명 살아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른들끼리 아빠가 잘못되면 엄마도 없는데 두 아이가 너무 불쌍하다고 말했습니다.
남자아이는 호호호 숨가쁘게 불었습니다.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아기바람이 커다란 자기 몸을 가늘게 나누었습니다. 훌훌 나누어진 몸을 날려보내고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작은 몸으로 아이들 옆에 쪼그리고 앉아 같이 호오 하고 장작 틈을 불었습니다. 불티가 날리면서 불이 확 올라왔습니다.
˝불이 살아났네!˝
여자 아이가 눈물 젖은 얼굴에 웃음을 띄웠습니다.
˝아빠는 이 불빛을 보고 꼭 돌아오실 거야.˝
남자아이가 어둠뿐인 바다를 바라보며 힘줘 말했습니다.
아기바람은 장작더미를 호호 불어 주었습니다. 장작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올랐습니다.
아기 바람은 모닥불을 한번 더 불어주고는 공중으로 올라갔습니다.
바다로 나가 두 명의 아빠를 또 다시 찾아 볼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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