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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까치네 집

창작동화 이슬기............... 조회 수 1558 추천 수 0 2005.02.17 21:53:28
.........
내 친구 공기 방울을 아세요?
내게는 늘 작은 공기 방울들이 이 세상 여기 저기 다니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들려 주곤 한답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도 공기 방울 내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 ★ ★ ★ ★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느 학교 옆을 날고 있었어요.
학교 옆에는 플라타나스, 미루나무, 벚꽃 같은 나무들이 많이 서 있는
강둑이 있었고, 나무마다 연두빛 잎새가 뾰족뾰족 돋아나고 있었어요.
˝아유, 귀여워.˝
나는 살래살래 고개를 흔드는 잎새마다 내려 앉아 뽀뽀를 해주곤 했어
요. 나뭇잎에 뽀뽀를 해 주고 막 고개를 들던 나는 입을 딱 벌리고 말았
어요.
거기는 다리 바로 옆이었는데, 작년 가을부터 다리 옆으로 지하도 공사
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겨울이 오면서 공사는 잠시 중단이 되어 있었지요.
그런데, 내가 입을 딱 벌린 이유는 까마득하게 높은 사다리차 가운데
쯤에 까치가 집을 짓고 있는 거 때문이었어요.
아빠 까치, 엄마 까치가 나뭇 가지들을 물어 날라 부지런히 집을 짓고
있지 뭐예요.
세상에,
사다리차 한 중간 쯤에 집을 짓고 있다니요.
나는 잎새를 떠나 그리로 날아갔어요.
마침 아빠 까치가 보드라운 실파람을 물어 와 보금 자리를 다듬고 있었
어요.
나는 둥지를 다듬어 놓고 밖으로 날아오르는 아빠 까치를 붙잡았어요.
˝아니, 어쩌자고 이 곳에 집을 지었어요? 저기 플라타나스, 미루 나무
들도 많이 있는데......˝
˝왜? 이 곳에 집을 지으면 안 되니?˝
아빠 까치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되물었어요.
˝여기는 공사장 사다리차잖아요. 이제 곧 봄이 오면 공사를 할 텐데 그
러면 이 사다리차는 여기에 가만히 있는 게 아니고 사방 돌아다니면서
물자를 들어 올리고......˝
˝뭐라구? 아이구, 이를 어째? 난 그냥 세워 놓은 것인줄만 알았는데.˝
아빠 까치의 얼굴에 근심 걱정이 잔뜩 어렸습니다.
그 때 엄마 까치가 입에 실파람을 물고 날아왔습니다.
엄마 까치도 내 말을 듣고 기절을 할 듯이 놀랐습니다.
˝어떡해요? 내일 모레면 알을 낳아야 하는데.......이젠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다구요.˝
까치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 사정이 딱했어요.
새로 집을 지어 다른 곳으로 옮기기엔 너무 늦었지 뭐예요.
우리들이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을 때 학교 교문에서는 아이들이 재잘
거리며 쏟아져 나오고 있었어요.
사다리차 중간에 있는 까치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지나가는 아이
들도 있었어요.
나는 그날 별다른 수를 생각하지 못한 채 그냥 그 곳을 떠나왔어요.

이틀 후에 나는 걱정이 되어 다시 그쪽으로 가 보았어요.
˝엄마 까치가 알을 여섯 개 낳았어.˝
근처에서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던 아빠 까치가 조금은 흥분된 목소리로
말해 주었어요.
˝축하해요. 얼른 품어서 아기 까치가 태어나게 해야 할 텐데.......˝
˝걱정은 되지만.......˝
나는 다른 말은 할 수가 없었어요.
아빠 까치는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별일이야 있겠어요.˝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가만히 둥지 안을 들여다 보았어요.
엄마 까치가 낳아 놓은 여섯 개의 알이 동그랗게 모여 있었어요.
마침 서산 마루에 지고 있는 빨간 저녁 노을이 비춰져 새하얀 알들은
흡사 부끄러움을 타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아직도 엄마의 따스한 체온을 그대로 간직한듯한 뽀얗고 매끄러운 까치
알 여섯 개.
나도 진심으로 축복을 해주고 싶었어요.
나는 날마다 한 번씩 그 곳으로 가 보곤 했어요.
내가 갈 때 마다 아빠 까치와 엄마 까치는 번갈아 가며 알을 따뜻하게
품고 있고, 알을 품고 있지 않을 때는 하늘을 한 바퀴 날면서 먹이를 물
어오곤 했습니다.
며칠 동안 비가 내렸어요.
그 바람에 나는 꼼짝도 못하고 있다가 오랜만에 나들이를 했지요.
비에 씻긴 들판이 초록빛 물결로 출렁거리고 있었어요.
내가 들판을 지나 까치집으로 갔을 때, 아빠 까치가 어디선가 먹이를
물고 오는 중이었습니다.
˝아기 까치가 태어났군요?˝
아빠 까치는 나를 보고 씨익 웃고는 곧장 둥지 안으로 날아가 물고온
먹이를 아기 까치에게 먹였어요.
˝깟, 깟, 깟!˝
아직은 솜털도 나지 않은 발가숭이 작은 아기들.
아빠 까치가 물고온 먹이를 서로 달라고 노란 주둥이를 쫙쫙 벌렸습니
다.
작은 것은 항상 예쁘고 사랑스러운 것일까요?
나는 작은 아기 까치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한참 동안 둥지 안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아기까치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나는가 했더니 이제 눈을 뜨고, 사방을 두리번거
릴 줄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걱정했던 일이 결국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아기 까치들이 태어난지 열흘 째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나는 다른 날처럼 아침 일찍 까치집으로 가 보았습니다.
˝끼악! 안 돼!˝
나는 멀리서도 벌써 그 소리가 심상치 않은 아빠 까치의 목소리라는 것
을 알 수 있었습니다. 곧 이어 엄마 까치의 비명 소리도 들려 왔습니다.
내가 서둘러 날아가 보았을 때, 지금 까지 잠잠하던 공사장의 공사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모래, 자갈들을 실은 트럭들이 분주하게 드나들고 있었고, 작업모를 쓴
공사장 인부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송곳처럼 끝이 뾰족한 쇠뭉치를 단 코끼리차가 앞으로 왔다 뒤로 왔다
하면서 조용하던 땅을 찍어대고 있었습니다.
사다리차를 운전하는 운전 기사도 운전석에 올라 막 시동을 걸고 있었
습니다. 차가 덜덜 움직이면서 가운데 쯤 있던 까치집도 사정없이 흔들
렸습니다.
둥지 안에 있던 아기 까치들은 영문도 모른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
들오들 떨고 있었습니다.
˝안 돼! 깟깟깟!˝
˝아기가 있어요. 며칠만 참아 줘요. 며칠만......˝
아빠 까치와 엄마 까치가 운전석으로 드나들면서 소리를 외치고 있었습
니다. 그러나, 무뚝뚝해 보이는 운전 기사는 그들의 외침을 외면하고 계
속 시동을 걸었습니다.
˝안 돼요. 둥지 안에 있는 아기 까치들의 눈빛을 보아요. 그들을 살려야 해요. 살려 줘요.˝
나도 있는 힘을 다해 안타까운 호소를 해 보았어요.
그러나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고 있을 때 그 밑으로 지나가던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았어요.
˝아기 까치가 죽어요. 공사를 하지 마세요.˝
˝공사를 중지 하세요. 아기 까치를 살려 주세요.˝
아이들이 소리를 질렀어요.
그러나, 공사는 중지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다가는 어쩔 수가 없는지 그냥 들어가 버리대요.
정말로 안타까웠어요.
아빠 까치와 엄마 까치는 목이 터져라고 외치며 아기들이 있는 둥지와
사다리차 운전 기사석을 오르락 내리락 했어요.
그런데, 잠시 후, 우리는 정말로 엄청난 힘을 보았답니다.
학교로 들어갔던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다시 몰려 나온 거예요.
그 아이들 손에는 [아기 까치를 살려 주세요], [우리는 귀여운 아기 까
치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없어요] [며칠만 참아 주면 아기 까치들은
날아서 나갈 거예요] 같은 글을 쓴 피켓이 들려 있었어요.
공사장 감독이나 인부들이 전부 놀랐어요.
사다리차 운전 기사가 그제서야 시동을 꺼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이
흔들리던 둥지가 안정을 되찾았어요.
˝우리가 이 공사를 마쳐 주어야 할 날짜가 있어요. 그 때 까지 끝마치
지 않으면 우리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해요. 그러니 공사를 서두를
수밖에 없어요.˝
공사장 감독이 선생님과 아이들 앞에 나서서 설명을 했습니다.
˝둥지 안에는 갓 태어난 아기 생명들이 있어요. 우리 아이들 보는 앞에
서 그들을 죽여서는 안 돼요.˝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선생님의 생각도 훌륭하지만, 우리의 사정도 딱하답니다.˝
공사장 감독은 그대로 밀고 나갈 태세였습니다.
˝만약에 감독님의 아이가 목숨과 관계되는 어떤 위험에 처해 있다면 아
이부터 구하겠습니까? 약속 때문에 공사를 계속하겠습니까? 우리가 약
속한 곳에 사정을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일단 공사는 좀 중지해 주십시
오.˝
선생님의 이 말에 감독은 잠시 주춤했습니다.
˝약속한 곳이 어디입니까?˝
˝구청입니다.˝
˝그럼 우리가 그 곳에다 사정을 해 보겠습니다.˝
공사는 잠시 중단이 되었습니다.
아빠 까치와 엄마 까치는 완전히 지친 표정으로 둥지에 있는 아기들을
포근히 안고 있었습니다.
˝힘을 내세요. 잘 될 것 같네요.˝
나는 진심으로 아빠 까치와 엄마 까치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 사이에 선생님은 여러 곳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때로는 언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아 뭔가 잘 안되는 모양이었습니다.
˝직접 와서 한 번 눈으로 봐요. 생명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 같이 귀
한 거예요. 우리 800명의 아이들의 가슴에 아기 새들의 목숨을 쉽사리
해쳐버린 우리 어른들의 비정하고 매정한 모습을 심어 줄 수는 없잖아
요. 지금 까지도 이 곳에 지하도가 없이 잘 살았는데 한 보름 공사가 늦
어진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렇게 불편해 진단 말입니까?˝
˝-----.˝
˝까치는 옛날부터 우리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는 고마운 새였소.
그런 새의 어린 생명을 공사 기간 약속 때문에 해칠 수는 없는 일이지
요.˝
˝-----.˝
˝우리 아이들이 날마다 오가는 학교 앞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린
새의 목숨을 앗은 현장으로 남아 있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며칠만 미뤄
주십시오.˝
˝------.˝
˝감사합니다. 얘들아! 공사를 며칠 연기해도 좋다고 했어. 아기 까치들
이 날아나갈 때 까지 공사를 중지하겠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만세를 불렀어요.
와! 만세!
그 날 부터 보름 후,
나는 엄마 아빠를 따라 힘껏 날개를 펴고 오르는 아기 까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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