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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솔새가 물어온 메아리

창작동화 이동렬............... 조회 수 1136 추천 수 0 2005.03.09 00:07:06
.........
하늘을 날아가던 솔새 한 마리가 어느 큰 바위 위에 앉아 날개를 쉬고 있었습니다.
˝야! 이 건방진 놈! 누가 인사도 없이 남의 몸에 앉는 거냐?˝
솔새는 호령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알아차리지를 못했던 것이죠.
˝이 멍청이 같은 놈아, 뭘 두리번거려!˝
다시 고함 소리가 귀청을 때렸습니다.
˝아이고, 바위님이시군요. 난 또 누구라고.˝
솔새는 그제서야 자기가 앉아 있는 바위가 소리친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바위님. 왜 그렇게 역정을 내셔요?˝
솔새는 파씨만한 까만 눈알을 귀엽게 굴리면서 아양을 떨었습니다.
바위도 그러는 솔새가 썩 밉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이 왕박산을 지키는 산신령이니라. 높이 날아올라 내 몸뚱이를 살펴 봐라. 내 몸이 얼마나 큰가 말이다.˝
바위는 위엄을 부리며 점잖게 말했습니다.
˝바위님의 크신 몸뚱이는 이미 알고 있어요. 이 왕박산 한 쪽 비탈을 거의 다 차지하고 있는 것을 말예요.˝
솔새는 살살 바위의 비위를 맞췄습니다.
˝그뿐인 줄 아느냐? 네 눈에 보이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보이겠지만 흙 속에 묻힌 부분은 더욱 크단다. 그러니 세상에서 나보다 더 큰 바위는 없지. 에헴!˝
바위는 헛기침을 해대며 더욱 목소리에 힘을 주었습니다.
˝그러한 이 어르신을 몰라보고 내 눈꼽만큼도 못한 네놈이 인사도 없이 내 몸뚱이에 내려앉아 날 간지렵혀?˝
바위는 말을 마치고는 솔새를 내려다 보며 눈을 부아렸습니다.
바위의 움푹 팬 큰 눈이 햇빛을 받아 무섭게 빛났습니다.
솔새는 무서워 몸이 떨렸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날개에 힘을 주면서 대꾸했습니다.
˝바위님은 몸뚱이가 세상에서 제일 크다고 큰 소리를 떵떵 치시지만 모두
헛일이예요.˝
˝무엇이라고, 이놈이!˝
바위는 화가 머리 끝까지 뻗쳐올라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그 바람에 몸뚱이가 약간 꿈틀거렸습니다. 그러나 그것뿐 더 움직이지는 못했습니다.
솔새는 얼른 날개를 움직여 바위의 눈 위로 날아올랐습니다.
˝거 보세요. 몸뚱이만 컸지 움직일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 아녜요.˝
˝무엇이라구!˝
˝화를 내도 소용 없다구요. 그 왕박산만한 몸뚱이도 이 솔새를 잡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솔새는 바위가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입을 삐쭉거리면서 맘껏 약을 올렸습니다.
˝휴우! 하긴 몸뚱이만 컸지 나는 쓸모없는 물건인지도 몰라.˝
바위는 화내던 얼굴을 바꿔 낙심한 표정을 지으면서 땅이 꺼지도록 크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내 어쩌다가 움직일 수가 없어서 저런 눈꼽만한 솔새한테도 괄시를 받는단 말인가?˝
바위의 신세 한탄은 아주 처량하게 들렸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니 솔새의 마음도 안 됐습니다.
˝바위님. 그렇게 낙심하실 필요는 없다구요. 주위에 나무를 심고 그 그늘에 누워서 메아리를 불러다가 논다고 생각을 해 보셔요. 얼마나 멋진 바위이겠는가 말예요. 그러면 바위님도 푸른 나무들과 어울려 아주 아름답게 보일 거예요.˝
솔새는 조잘대며 다시 바위 몸뚱이에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내가 어떻게 나무를 심고 메아리를 데려올 수 있겠니? 더구나 메아리란놈들이 다 어디 가서 사는 줄도 모르는 처지인데.˝
바위가 솔깃해서 솔새에게 말했습니다.
˝메아리는 나무만 자라면 저절로 모여든다고요. 일부러 찾으러 다닐 필요가 없다구요. 그러니까 나무를 심을 수 있게 빗물에 흘러내리는 흙을 더 움켜 잡으라구요.˝
˝누가 나무를 심니?˝
바위는 어느새 웃는 낯이 되었습니다.
˝제가 심지요.˝
솔새는 샐샐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뭐라고? 네가?˝
바위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네. 제가 할 거예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제가 해낼 수 있어요. 헐벗은 이 왕박산을 하루 아침에 푸르게 한다는 것은 어렵지요. 그렇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하면 할 수 있어요.˝
˝어떻게 네가 이 산을 푸르게 한단 말이냐?˝
˝저 솔메골에 가서 솔씨를 물어다가 조금이라도 흙이 있는 곳에다 뿌려 놓으면 거기서 싹이 터서 자랄 거예요. 그렇게 여러 해 동안 노력하면 이 왕박산도 푸른 숲으로 덮일 거예요.˝
˝……….˝
바위는 대답 대신 알았다는 눈빛을 보냈습니다.
솔새는 솔메골에서 잘 익은 솔씨를 물어다가 왕박산에 뿌렸습니다.
다른 솔새들도 힘을 합쳤습니다.

여러 해가 지나자, 왕박산은 점점 푸른 솔빛이 늘어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취를 감추었던 메아리도 여기저기에서 모여들어 솔새의 노래를 흉내내기 시작했습니다.
먼데서 본 왕박산의 바위는 푸른 소나무들과 어울려 아주 아름답게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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