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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하늘에서 달리기

창작동화 최영재............... 조회 수 1662 추천 수 0 2005.04.04 16:48:40
.........
중부 전선 최전방 부대.
허구만 대령이 이곳에 근무한 지도 25년이 지났습니다.
초소에서 내려다보이는 북방 한계선 들판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또렷이 살아 숨쉬었습니다.
집이 다 없어지고 말았지만 노루 마을의 터는 그대로여서, 허 대령은 두고 온 고향을 생각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쌍안경으로 노루골을 바라보았습니다.
손자까지 생긴 허 대령은 얼마 안 있어 군복을 벗어야 했습니다. 허 대령은 허 대장이 될 수도 있었지만 계급은 오르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이곳에 있게 해달라고 승진 기회 때마다 간청하였습니다. 별을 모자에 다는 일보다 고향을 지켜보는 일이 더 고맙고 기뻤습니다.
전역식을 한 달 앞두고 저축한 돈을 찾아 고성능 전체 망원경을 샀습니다. 부대를 떠나 더 늙기 전에 고향을 더 자세히 보아 두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과연 노루골은 쌍안경으로 볼 때보다 더 선명하고, 더 가깝고, 더 크게 보였습니다.
무성한 아카시아 숲이 가린 곳 뒤는 동네 친구와 자치기하던 곳이 틀림없었고, 논둑에 박힌 큰 바위 옆에는 지금도 맑은 샘물이 퐁퐁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때 뛰놀던 친구들도 이젠 다 나처럼 되었겠지…….´
그 날 허 대령은 좀 우울한 마음이었습니다. 부대원의 상황을 보고받고 다시 망원경을 보러 갈 때였습니다.
삐삐삐…… 삐삐삐…….
무전기 안에서 통신병이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부대장님, 저쪽의 동태가 수상합니다.˝
˝무슨 일인가?˝
˝북쪽 초소에 별을 여러 개 단 군관이 나타났습니다. 병력과 차량이 굉장히 많습니다.˝
˝내가 직접 알아보겠으니 전부대에 비상방어 태세를 취하도록 하라!˝
˝옛, 알겠습니다!˝
´이놈들, 내 고향 노루골에 총알을 단 한 개라도 박기만 해봐라!´
이를 악물고 망원경을 들여다보던 허 대령은 갑자기 숨이 멎는 듯 하였습니다.
북녘에 나타난 장교.
왼쪽 눈 위에 주먹만한 점이 찍힌 벌렁코, 그는 고향 동무 문다연이 틀림없었습니다.
허 대령은 쾅쾅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얼른 큰 종이에 페인트 붓으로 ´허구만´이라는 글씨를 썼습니다.
그 종이에 큰 풍선을 매달아 하늘에 띄웠습니다.
돌아가려던 북쪽 장교는 갑자기 쌍안경을 다시 움켜쥐었습니다. 그러더니 만세를 부르듯 손을 흔들다가 웃옷을 벗어 맹렬히 휘둘렀습니다.
망원경 속의 장교도 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그곳에서도 풍선과 함께 종이가 떠올랐습니다.
허 대령은 ´문다연´이라는 글씨를 똑똑히 보았습니다. 아까부터 침을 꿀컥꿀컥 삼키던 허 대령의 얼굴에 눈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다연아……!˝
˝구만아……!˝
두 초소의 거리가 멀어서 두 메아리가 서로 꼬리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풍선은 바람을 타고 노루골 하늘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였습니다.
마치 그리운 어린 시절 구만이와 다연이가 이 들판에서 맨발로 달리기를 할 때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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