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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감나무와 까치

창작동화 김문기............... 조회 수 1663 추천 수 0 2005.06.02 11:19:24
.........
시골 할아버지네 뒤뜰에 자라고 있는 감나무에겐 까치 친구가 있어요.
˝까까깍. 우리는 좋은 친구야!˝
까치는 감나무로 자주 찾아와 가지를 흔들며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고 어느 땐 꾸벅꾸벅 졸기도 해요.
또 어느 땐 깍깍깍 웃으며 다른 동네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려주곤 하지요.
가을이 되었어요.
할아버지는 빠알간 감을 많이 따갔지만, 그 중 홍시 열 개는 그냥 남겨 두었어요.
감나무가 까치에게 주려고 홍시 열 개를 힘겹게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휴, 이젠 안심이야.´
감나무는 되돌아가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런데 까치는 좀체 찾아오지 않았어요. 감나무는 기다리고 기다렸어요. 홍시 열 개를 까치에게 꼭 선물하고 싶었지요.
어느 날, 찬바람이 세차게 불었어요.
´떨어뜨리면 안돼!´
감나무는 홍시들을 꼭 붙들고 있었지만 찬바람으로 인해 홍시 두 개가 떨어지고 말았어요.
´아, 이를 어째! 기슴이 너무 아파!´
홍시 여덟 개가 아직 남아 있었지요. 하지만 감나무는 비어 있는 두 곳을 바라보자니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저도 모르게 눈물방울이 떨어져 내렸어요.
밤이 되었어요. 감나무가 잠을 자고 있는데, 너구리가 살금살금 감나무로 기어올라오지 뭐예요.
˝안돼!˝
감나무는 버뜩 눈을 뜨며 소리쳤어요. 까치에게 줄 홍시를 얄미운 너구리에게 빼앗길 수는 없잖아요.
˝나 배고프단 말야.˝
˝안돼. 까치에게 줄 홍시야.˝
˝나도 홍시를 먹고 싶어. 후후후.˝
너구리는 기분 나쁘게 웃으며 제 맘대로 홍시 세 개를 따먹었어요. 안 된다고 소리쳐도 소용없었어요.
´이를 어째! 남은 것만이라도 꼭 붙들고 있어야지.´
감나무는 이제 다섯 개밖에 남아있지 않은 홍시를 꼭 붙들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디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생쥐가 다가왔어요. 유난히 슬프게 말하지 뭐예요.
˝저는 너무 배가 고파요.˝
˝이건 안되는데…….˝
감나무는 그러나 생쥐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눈물을 찔끔 흘리고는 홍시 한 개를 떼어 주었어요.
˝고마워요.˝
생쥐는 몇 번인가 인사를 하며 떠나갔어요. 그러는 사이 시골 할아버지네 뒤뜰에도 차츰 날이 밝아 왔지요.
날이 밝자마자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천천히 다가왔어요.
˝내가 애써 키운 감나무인데…… 좋군!˝
할아버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허허 웃으며 감나무를 바라보았어요.
˝그 동안 고마웠어요, 할아버지. 이 홍시 드세요.˝
감나무는 할아버지에게 홍시 두 개를 떼어 주었어요. 까치에게 줄 홍시였지만, 할아버지의 은혜를 생각해 잘 익은 홍시로라도 갚고 싶어서였지요.
하루가 금방 지나고 또다시 밤이 되었어요. 찬바람이 불어오더니 흰눈이 내렸어요.
´아, 이 새하얀 눈! 너무 좋아! 펄펄 내리는구나!´
감나무는 흰눈을 바라보며 추위와 기쁨을 함께 느꼈어요. 그리고 늦은 밤, 흰눈을 맞으며 잠이 들었어요. 홍시 두 개가 아직 남아 있으니 까치가 찾아온다 해도 줄 것이 있었지요.
˝깍깍깍.˝
감나무는 까치 울음소리에 눈을 떴어요. 벌써 아침이었지요.
˝까치 친구야, 반가워!˝
감나무는 기쁘게 가지를 흔들며 까치를 반겼어요. 그리고 홍시가 매달려 있는 가지를 쳐다보았어요.
˝아니, 세상에…… 하나도 없네!˝
어디 갔을까, 정말 어디 갔을까? 지난밤 심하게 몰아쳤던 추위와 눈보라에 홍시 두 개마저 떨어져 버렸지 뭐예요.
감나무는 슬프고 안타까웠어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까치가 막상 찾아왔는데도 줄 것이 없었어요. 맨 가지와 언 뿌리가 우우우 울어댔어요.
˝미안해……˝
감나무는 까치에게 정말 아무 것도 줄 것이 없었어요.
그런데 까치가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괜찮아. 너는 언제나 훌륭한 친구였으니까, 난 너를 믿어. 좋은 날이야. 까까깍.˝
까치는 감나무를 위로했어요. 그리고 활짝 웃으며 노래를 불러 주었어요.
시골 할아버지네 뒤뜰에 까치 소리가 요란한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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