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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펭귄가족의 스냅사진

창작동화 이윤희............... 조회 수 2009 추천 수 0 2005.06.22 17:59:23
.........
      얼어붙은 땅 남극에도 5월이 왔단다.
기온은 여전히 무섭도록 낮고 아직도 밤은 너무 길었지만, 서로를 보듬어 가며 따스한 체온을 나누기에는 이곳이 오히려 좋았어.
더구나 오늘은 아주 기쁜날이야. 황제펭귄 부부가 기다리던 알을 낳아서 얼마안 있으면 귀여운 식구가 또 하나 늘게 되었기 때문이지.
˝수고했소! 참으로 수고했어!˝
거듭해서 말하는 아빠펭귄의 눈가에는 얼핏 눈물마저 스쳤지. 남편 하나만을 의지해서 이 낯선 땅에까지 말없이 따라와 준 엄마펭귄의 사랑과 믿음에 새삼스레 목이 메었거든.
˝우와-정말 축하합니다!˝
평소 얌젼하기만 한 수염고래가 그 큰 덩치를 물위로 솟구치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었지.
˝축하는 무슨 .뿌- 참으로 안 됐습니다. 두분 다 고생길이 훤하게 되어버렸어요.˝
바다코끼리는 툭 불거진 코에 잔뜩 힘을 주며 껄걸 웃어댔지. 황제 펭귄 부부는 조용히 웃으며 다정한 이웃들을 바라보았어.
이런 곳에서 살 수밖에 없는 사정을 가진,어딘가 조금씩 남다른 구석이 있는 친구들이었지. 포유류이면서 물고기처럼 헤엄을 치는 수염고래에다가, 수생동물이면서도 능청스레 육지를 기어다니는 표범, 거기에 날지도 못하는 새 황제 펭귄까지 더해지면....
˝참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센다고, 여기 이 좋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당신네들이 자리를 옮긴다고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남극이라고요? 그 얼음덩어리 뿐인 곳에 가서 뭘어쩌겠다는 거예요?´
´세상이란 게 다 그런거지.살다보면 썩은 부분도 있고 곪은 부분도 있고 한거지. 그 꼴을 전혀 안 보고 어떻게 살 수 있다는 말이예요? 참내 별나기도 해!˝
예전에 살던 곳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 이렇게 말하며, 모든 일을 남들처럼 적당히 넘기지 못하는 성격을 꼬집어댔지.
그러나 펭귄 부부는, 그 와중에서도 아빠펭귄은, 도저히 살 수가 없었어. 옳지 않은 일, 치사하고 썩어빠진 행동들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어. 말하자면 작은 곰팡이만 봐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솟는 일종의 알레르기 현상과 비슷했던 거야.
평생 다른 이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사는 흉내지빠귀, 사냥을 마치고 돌아가는 새를 공격해서 남의 먹이를 가로채는 도둑갈매기, 자신의 새끼를 둥지에 버리는 뻐꾸기들과는 도무지 한 하늘을 이고 살 수가 없었지. 그런 부정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대는 이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지구상의 다른 곳에서도 마음을 붙일 수가 없었어.
˝그곳은 좀 다를 거예요.˝
말을 먼저 꺼낸 것은 엄마펭귄이었지. 엄마펭귄의 말은 정확했어.
영하 40도, 온통 눈과 얼음뿐인 세상에 썩어 가고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미안하오, 나 때문에 이렇게 험한 곳까지...˝
˝미안하긴요. 당신이 견딜 수 없으면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 정도 추위쯤은 아무 것도 아니예요.˝
˝당신, 날 이해해 줄 수 있겠소? 모두들 날...˝
진심으로 미안해 하는 아빠펭귄의 손을 잡으며 엄마펭귄이 말했지.
˝그럼요, 여보 이해하고 말고요. 우린 한가족이에요. 가족이란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까지 모두 이해하는, 그런 사이를 말하는 거지요.˝
엄마펭귄의 웃음은 따뜻했지.

그 후, 펭귄부부는 참으로 열심히 살았어.
부지런히 사냥을 해서 체력을 쌓았지. 추위를 이기기 위해 몸에 지방층을 두껍게 둘렀고, 물고기 비늘처럼 생긴 털 아래에는 솜털을 빽빽하게 채워서 물 한방울, 바람 한 점 스며들지 못하게 단도리를 했어. 지독스레 추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
˝자, 이제 이 녀석들은 내게 맡기고 어서 바다로 나가구료.˝
아빠펭귄은 옛날 생각에서 깨어 자신의 두툼하고 넓적한 발등 위에 알을 올려놓으며 말했어.
˝어서 가서 충분히 먹고 푹 쉬고...그래야 이 녀석을 낳으라고 무리한 몸을 빨리 회복할 수 있지 않겠소? 자 어서...˝
아빠 펭귄은 망설이는 엄마 펭귄의 등을 밀었지.
˝혹시 당신이 병이라도 얻게 되면 큰일 아니오? 게다가 내게도 이 녀석들을 위해 봉사할 권리와 의무가 있고...
아빠펭귄이 웃으며 덧 붙였어.
˝우린 한가족이잖소˝
˝따라하기 없어요!˝
엄마펭귄은 가볍게 눈을 흘기며 비로소 마음 정했지. 당분간 여기 일을 아빠펭귄에게 다 맡기고 건강을 되찾는데만 힘을 쏟기로 한거야.
˝그럼 잘 부탁해요!˝
넉넉한 아빠펭귄의 사랑으로, 엄마펭귄은 가벼운 마음으로 바다를 향할 수 있었지.
˝충분히 기력을 회복하면 그때 돌아와요. 내 걱정은 말고!˝
아빠펭귄은 주름진 아랫배로 알이 얼지 않도록 단단히 감싸안았어.
행복했지.

하루,이틀,사흘......
날씨는 여전히 지독스레 추웠지.가끔은 시속 100Km가 넘는 눈보라가 몰아치기도 했어.
그러나 아빠펭귄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어.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정면으로 받으면서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켰어. 덕분에 알속에 든 꼬마 황제펭귄은 평온한 상태에서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할수 있었지.믿음직한 아빠펭귄의 품에는 추위마저 틈 탈 수 없었으니까.

이렇게 세월은 흘러 육십 일이 지났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아빠펭귄은 조금씩 힘이 빠졌어. 떠난 지 육십 일이 지났는데도, 엄마펭귄에게서는 아무 소식도 없었고,그 육십 일 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알을 싸안고 있던 아빠퓅귄은 이제 정말 쓰러질 지경이었거든.
˝그만 두게. 자네 부인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
˝그러다가 자네가 먼저 큰일 당하겠군.˝
˝나둬요. 알은 내년에 또 낳으면 되잖아요?˝
바다표범과 바다제비들이 보다못해 끼어들었지. 그러나 아빠펭귄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어.
˝아니,반드시 돌아올 거야.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겼을 테지. 이 녀석들을 버려두고 여길 떠날 수는 없어.˝
아빠펭귄의 귀에는
´우린 한가족이잖아요.´
하는 엄마 펭귄의 목소리가 쟁쟁 울렸지.

며칠이 더 지났을까?
이제 아빠펭귄은 눈앞이 가물가물했어. 체중이 거의 반 가까이 줄었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서 몸이 휘청거렸어.
그때였어. 거짓말처럼 엄마펭귄이 나타난 것은.
˝미안해요. 타고 있던 유빙이 파도에 휩쓸리는 바람에 아주 멀리 떠내려갔었어요.˝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건강한 혈색의 엄마펭귄은 아기들에게 하듯 재빨리 반쯤 소화시킨 먹이를 아빠펭귄에게 먹여주었어.
˝자요, 이 녀석보다 당신이 더 급하군요.˝
아빠펭귄은 그제서야 꼬마 황제펭귄이 깨어난 것을 알았지.
˝고마워요. 당신! 제가 너무 원망스러워요?˝
엄마펭귄은 조심스레 꼬마황제펭귄을 건네 받아 안았어.
그러나 아빠펭귄은 행복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
˝아니야, 당신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줘서 얼마나 기쁜지... 난 이미 이렇게 될 줄 다 알고 있었어. 서로에 대해 그만한 믿음도 없다면 어디 한가족이라고 할 수 있겠소?˝
여기까지 말을 마친 뒤,아빠펭귄은 스스르 잠이 들어 버렸어. 육십 여일 동안 밀린 잠을 한꺼번에 자는 것이었지.

얼마 후 아빠펭귄은 잠결에 이런 소리를 들었어.
˝후후, 우리 집 큰애기 너희 아빠는 언제 일어나실지 모르겠다. 어서 일어나야 먹이를 먹여줄 텐데. 아마 잠도 깨워 줘야 일어나실 모양이야,그렇지?˝
그 소리에 맞장구를 치는 귀여운 목소리가 있었지. 아빠펭귄은 잠이 달아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
´그래! 내 새끼.우리 귀여운 꼬마!˝
아빠펭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살그머니 꼬마 황제펭귄의 허리를 잡았지. 그리고는 짐짓 낯선 목소리를 흉내내서 말했어.
˝요녀석! 누가 아빠를 큰애기라고 놀리나, 버릇없이. 그런 녀석은 한번 혼이 나야겠는 걸!˝
기온은 여전히 영하40도 였지만,펭귄 가족들은 아무도 추위 따위는 느낄 수 없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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