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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손 놔! 아이들이 보잖아!”
교실 문을 나서며 여주가 앙살을 부렸습니다.
짝꿍인 가람이는 손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더 힘 주어 여주의 연약한 손목을 꽉 잡았습니다.
골마루를 지나 서 켠 나들간에 섰습니다.
“이 손 놔!”
“못 놓지.”
“신을 신어야 할 꺼 아니야.”
“남은 손으로 신으면 되잖아■.”
“차암내■”
어이가 없어 여주는 입가에 망초꽃같은 웃음을 피웠습니다. 신주머니의 빨강 운동화를 꺼내 신었습니다.
집으로 가기 위해 일어서자 마자 가람이한테 손목을 잡힌 여주는 가람이한테 이끌려 뒷문으로 나왔습니다.
서늘한 가을바람이 한 자락 지나갔습니다 노오란 은행잎이 가을 바람에 찌르찌르 여치소리를 내고 가을 바람을 따라 갔습니다.
학교 뒷문 트인 자갈길을 걷다 말고 앵토라져 짜증을 부렸습니다.
“아이들이 있어 그냥 있었는데 이 손 놔!!”
발끈해 소리쳤습니다. 여주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도망가려고?”
드세게 나오는 여주의 몸짓에 민망한지 가람이는 무르춤해지며 대꾸했습니다. 하지만 가람이는 여주의 손을 풀어주지 않았습니다.
한참동안 둘이는 투닥거리고 서 있었습니다.
“정말, 어디를 가자는 거야?”
여주가 손을 놓아줄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자꾸 엉뚱한 곳으로 이끌고 가는 것이 못마땅하여 가람이의 손을 홱 뿌리치며 패악을 부렸습니다.
“머루 싫어?”
학교 사택 뒤로 우거진 대나무 숲 속으로 들어가며 가람이는 아기 반달곰처럼 어슬렁이며 말했습니다. 머루라는 말에 여주의 입 안에는 금방 침이 가득 괴었습니다.
“어서 들어와. 선생님 눈에 띄면 혼나.”
먼저 들어간 가람이의 손에는 까만 구슬 같은 머루 한 송아리가 들려 있습니다.
“여기 앉아 먹어■”
새까맣게 잘 익은 머루 송아리를 가람이는 여주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네 것은?”
“내 것은 따면 돼■”
여주는 미처 보지 못한 머루 넝쿨을 가람이가 눈여겨 보아 두었다가 까만 보석으로 잘 익은 머루를 맛보게 해주는 마음씨가 여간 고맙지가 않았습니다.
둘이는 대나무 숲 사이로 엉클어져 나간 머루 넝쿨 아래 나란히 앉아 머루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새콤달콤한 머루 맛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이 맛이 있었습니다. 숨어 있던 바람이 우우 불었습니다.
대나무들이 가벼운 진저리를 쳤습니다.
“이 소리 많이 들어 본 새 소리 아니야?”
여리게 울리는 방울 소리 같기도 하고 어쩌면 방울새 울음소리 같은 고운 소리가 들려와 여주는 귀를 모았습니다.
“이 소리? 바로 저 초록 모자 대나무가 내는 소리야. 여주 네가 오니까 좋아서.”
입 안에 머루를 가득 물고 가람이는 숭을 떨었습니다.
“대나무가 어떻게 새소리를 내니?”
너무 신기하여 여주는 큰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새소리가 아니고 방울 소리야.”
“아! 네가 두고 간 모자랑 방울을 머리에 덮어 쓰고 선 대나무!!”
여주는 가람이가 지난 봄에 대나무 숲에 놀다가 흘리고 간 모자와 방울을 죽순을 때 꿰차고 올라가 어느새 하늘 높이 치솟은 대나무를 알고 있습니다.
“응!”
유별나게 큰 머리를 가람이는 끄덕이였습니다.
십 미터도 더 키를 올린 대나무는 가람이의 초록 모자를 벗어 줄 생각은 않고, 가을 하늘을 떠받들고 몸을 흔들흔들 흔들고만 있는 것을 여주는 올려다보았습니다.
“모자 쓴 대나무! 방울을 흔드는 대나무! 방울소리가 새 소리보다 더 듣기가 좋아■.”
눈이 시리도록 파아란 가을 하늘을 향해 모자와 방울을 달고 우뚝 선 대나무가 너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고마워■”
가람이의 깊은 속내를 모르고 트집을 부린 것이 미안해 여주는 사과의 말을 했습니다.
이때였습니다. 인기척이 들렸습니다.
“??■”
“너희들 맛있는 것 먹고 있구나? 나도 좀 줘!”
언제 뒤따라 왔는지 담임 이은혜 선생님이 대나무가지를 헤치고 천천히 걸어 오며 하얀 손을 흔들었습니다.
“선생님!!!!”
가람이는 얼른 손에 들려 있는 머루 송아리를 이 선생 손에 놓아 드렸습니다.
“어쩌면!!”
머루 알을 입에 넣은 이 선생님은 너무 좋아 실눈을 감고 아기 마냥 도리질을 했습니다.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하고 여주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내가 누구니? 초록 모자와 방울을 달고 선 이 대나무도 알고, 너희 둘이가 여름 내 만들어 놓은 대나무 숲길도 알고 있지.”
“녜?!!”
둘이가 똑같이 놀라 맑은 눈을 크게 치뜨며 사뭇 놀랐습니다. 대나무 숲 사이로 열린 좁다란 길을 이 선생이 앞서 걸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이 선생이 혼자 말을 했습니다.
우우 바람이 불었습니다.
대나무들이 또 진저리를 쳤습니다. 방울 소리가 아슴히 들려 왔습니다.
초록 모자를 쓴 대나무가 청푸른 가을 하늘을 이고서 머리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이 꽃!”
뒤따라 대나무 숲 속 길을 걷던 가람이는 하얗게 웃고 있는 바람꽃 한 송이를 꺾어
이 선생 손에 쥐어 드렸습니다.
“어쩌면! 바람꽃 아니야?!”
꽃송이를 받아 든 이 선생이 너무 좋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맞아요.”
“지각을 했네■”
이 선생님은 늦봄에 피는 바람꽃이 뒤늦게 가을에 핀 것이 신통하여 말했습니다.
“세상이 어지러우니까 바람꽃도 정신을 못 차리고■”
뽀얀 바람꽃을 들여다 보고 있는 이 선생을 올려다 보며 가람이가 말했습니다.
“나는?”
뾰로통해진 여주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알았어!”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 가람이는 바람꽃을 한 송이 꺾어 또 하나의 바람꽃으로 서있는 여주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요,요■“
방울소리가 신묘한 소리를 내었습니다.
“어쩌면 방울 소리가 새소리보다 더 아름답게 들려, 그치?!”
이 선생이 감격하여 말했습니다.
여주는 어느 새 뽀얀 바람꽃을 머리에 꽂고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여주, 네가 바람꽃이다!”
부끄러운 듯 한 마디 내뱉고는 대나무숲길을 아기 고라니가 되어 발맘 발맘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무엇이라?”
“아무 것도 아니야. 좋다고 했어”
“날, 바람꽃이라며.”
“응, 넌, 예쁜 바람꽃! (끝)
교실 문을 나서며 여주가 앙살을 부렸습니다.
짝꿍인 가람이는 손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더 힘 주어 여주의 연약한 손목을 꽉 잡았습니다.
골마루를 지나 서 켠 나들간에 섰습니다.
“이 손 놔!”
“못 놓지.”
“신을 신어야 할 꺼 아니야.”
“남은 손으로 신으면 되잖아■.”
“차암내■”
어이가 없어 여주는 입가에 망초꽃같은 웃음을 피웠습니다. 신주머니의 빨강 운동화를 꺼내 신었습니다.
집으로 가기 위해 일어서자 마자 가람이한테 손목을 잡힌 여주는 가람이한테 이끌려 뒷문으로 나왔습니다.
서늘한 가을바람이 한 자락 지나갔습니다 노오란 은행잎이 가을 바람에 찌르찌르 여치소리를 내고 가을 바람을 따라 갔습니다.
학교 뒷문 트인 자갈길을 걷다 말고 앵토라져 짜증을 부렸습니다.
“아이들이 있어 그냥 있었는데 이 손 놔!!”
발끈해 소리쳤습니다. 여주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도망가려고?”
드세게 나오는 여주의 몸짓에 민망한지 가람이는 무르춤해지며 대꾸했습니다. 하지만 가람이는 여주의 손을 풀어주지 않았습니다.
한참동안 둘이는 투닥거리고 서 있었습니다.
“정말, 어디를 가자는 거야?”
여주가 손을 놓아줄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자꾸 엉뚱한 곳으로 이끌고 가는 것이 못마땅하여 가람이의 손을 홱 뿌리치며 패악을 부렸습니다.
“머루 싫어?”
학교 사택 뒤로 우거진 대나무 숲 속으로 들어가며 가람이는 아기 반달곰처럼 어슬렁이며 말했습니다. 머루라는 말에 여주의 입 안에는 금방 침이 가득 괴었습니다.
“어서 들어와. 선생님 눈에 띄면 혼나.”
먼저 들어간 가람이의 손에는 까만 구슬 같은 머루 한 송아리가 들려 있습니다.
“여기 앉아 먹어■”
새까맣게 잘 익은 머루 송아리를 가람이는 여주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네 것은?”
“내 것은 따면 돼■”
여주는 미처 보지 못한 머루 넝쿨을 가람이가 눈여겨 보아 두었다가 까만 보석으로 잘 익은 머루를 맛보게 해주는 마음씨가 여간 고맙지가 않았습니다.
둘이는 대나무 숲 사이로 엉클어져 나간 머루 넝쿨 아래 나란히 앉아 머루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새콤달콤한 머루 맛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이 맛이 있었습니다. 숨어 있던 바람이 우우 불었습니다.
대나무들이 가벼운 진저리를 쳤습니다.
“이 소리 많이 들어 본 새 소리 아니야?”
여리게 울리는 방울 소리 같기도 하고 어쩌면 방울새 울음소리 같은 고운 소리가 들려와 여주는 귀를 모았습니다.
“이 소리? 바로 저 초록 모자 대나무가 내는 소리야. 여주 네가 오니까 좋아서.”
입 안에 머루를 가득 물고 가람이는 숭을 떨었습니다.
“대나무가 어떻게 새소리를 내니?”
너무 신기하여 여주는 큰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새소리가 아니고 방울 소리야.”
“아! 네가 두고 간 모자랑 방울을 머리에 덮어 쓰고 선 대나무!!”
여주는 가람이가 지난 봄에 대나무 숲에 놀다가 흘리고 간 모자와 방울을 죽순을 때 꿰차고 올라가 어느새 하늘 높이 치솟은 대나무를 알고 있습니다.
“응!”
유별나게 큰 머리를 가람이는 끄덕이였습니다.
십 미터도 더 키를 올린 대나무는 가람이의 초록 모자를 벗어 줄 생각은 않고, 가을 하늘을 떠받들고 몸을 흔들흔들 흔들고만 있는 것을 여주는 올려다보았습니다.
“모자 쓴 대나무! 방울을 흔드는 대나무! 방울소리가 새 소리보다 더 듣기가 좋아■.”
눈이 시리도록 파아란 가을 하늘을 향해 모자와 방울을 달고 우뚝 선 대나무가 너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고마워■”
가람이의 깊은 속내를 모르고 트집을 부린 것이 미안해 여주는 사과의 말을 했습니다.
이때였습니다. 인기척이 들렸습니다.
“??■”
“너희들 맛있는 것 먹고 있구나? 나도 좀 줘!”
언제 뒤따라 왔는지 담임 이은혜 선생님이 대나무가지를 헤치고 천천히 걸어 오며 하얀 손을 흔들었습니다.
“선생님!!!!”
가람이는 얼른 손에 들려 있는 머루 송아리를 이 선생 손에 놓아 드렸습니다.
“어쩌면!!”
머루 알을 입에 넣은 이 선생님은 너무 좋아 실눈을 감고 아기 마냥 도리질을 했습니다.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하고 여주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내가 누구니? 초록 모자와 방울을 달고 선 이 대나무도 알고, 너희 둘이가 여름 내 만들어 놓은 대나무 숲길도 알고 있지.”
“녜?!!”
둘이가 똑같이 놀라 맑은 눈을 크게 치뜨며 사뭇 놀랐습니다. 대나무 숲 사이로 열린 좁다란 길을 이 선생이 앞서 걸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이 선생이 혼자 말을 했습니다.
우우 바람이 불었습니다.
대나무들이 또 진저리를 쳤습니다. 방울 소리가 아슴히 들려 왔습니다.
초록 모자를 쓴 대나무가 청푸른 가을 하늘을 이고서 머리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이 꽃!”
뒤따라 대나무 숲 속 길을 걷던 가람이는 하얗게 웃고 있는 바람꽃 한 송이를 꺾어
이 선생 손에 쥐어 드렸습니다.
“어쩌면! 바람꽃 아니야?!”
꽃송이를 받아 든 이 선생이 너무 좋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맞아요.”
“지각을 했네■”
이 선생님은 늦봄에 피는 바람꽃이 뒤늦게 가을에 핀 것이 신통하여 말했습니다.
“세상이 어지러우니까 바람꽃도 정신을 못 차리고■”
뽀얀 바람꽃을 들여다 보고 있는 이 선생을 올려다 보며 가람이가 말했습니다.
“나는?”
뾰로통해진 여주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알았어!”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 가람이는 바람꽃을 한 송이 꺾어 또 하나의 바람꽃으로 서있는 여주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요,요■“
방울소리가 신묘한 소리를 내었습니다.
“어쩌면 방울 소리가 새소리보다 더 아름답게 들려, 그치?!”
이 선생이 감격하여 말했습니다.
여주는 어느 새 뽀얀 바람꽃을 머리에 꽂고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여주, 네가 바람꽃이다!”
부끄러운 듯 한 마디 내뱉고는 대나무숲길을 아기 고라니가 되어 발맘 발맘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무엇이라?”
“아무 것도 아니야. 좋다고 했어”
“날, 바람꽃이라며.”
“응, 넌, 예쁜 바람꽃!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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