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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바람꽃

창작동화 임신행............... 조회 수 1219 추천 수 0 2005.07.13 14:03:01
.........
“이 손 놔! 아이들이 보잖아!”
교실 문을 나서며 여주가 앙살을 부렸습니다.
짝꿍인 가람이는 손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더 힘 주어 여주의 연약한 손목을 꽉 잡았습니다.
골마루를 지나 서 켠 나들간에 섰습니다.
“이 손 놔!”
“못 놓지.”
“신을 신어야 할 꺼 아니야.”
“남은 손으로 신으면 되잖아■.”
“차암내■”
어이가 없어 여주는 입가에 망초꽃같은 웃음을 피웠습니다. 신주머니의 빨강 운동화를 꺼내 신었습니다.
집으로 가기 위해 일어서자 마자 가람이한테 손목을 잡힌 여주는 가람이한테 이끌려 뒷문으로 나왔습니다.
서늘한 가을바람이 한 자락 지나갔습니다 노오란 은행잎이 가을 바람에 찌르찌르 여치소리를 내고 가을 바람을 따라 갔습니다.
학교 뒷문 트인 자갈길을 걷다 말고 앵토라져 짜증을 부렸습니다.
“아이들이 있어 그냥 있었는데 이 손 놔!!”
발끈해 소리쳤습니다. 여주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도망가려고?”
드세게 나오는 여주의 몸짓에 민망한지 가람이는 무르춤해지며 대꾸했습니다. 하지만 가람이는 여주의 손을 풀어주지 않았습니다.
한참동안 둘이는 투닥거리고 서 있었습니다.
“정말, 어디를 가자는 거야?”
여주가 손을 놓아줄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자꾸 엉뚱한 곳으로 이끌고 가는 것이 못마땅하여 가람이의 손을 홱 뿌리치며 패악을 부렸습니다.
“머루 싫어?”
학교 사택 뒤로 우거진 대나무 숲 속으로 들어가며 가람이는 아기 반달곰처럼 어슬렁이며 말했습니다. 머루라는 말에 여주의 입 안에는 금방 침이 가득 괴었습니다.
“어서 들어와. 선생님 눈에 띄면 혼나.”
먼저 들어간 가람이의 손에는 까만 구슬 같은 머루 한 송아리가 들려 있습니다.
“여기 앉아 먹어■”
새까맣게 잘 익은 머루 송아리를 가람이는 여주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네 것은?”
“내 것은 따면 돼■”
여주는 미처 보지 못한 머루 넝쿨을 가람이가 눈여겨 보아 두었다가 까만 보석으로 잘 익은 머루를 맛보게 해주는 마음씨가 여간 고맙지가 않았습니다.
둘이는 대나무 숲 사이로 엉클어져 나간 머루 넝쿨 아래 나란히 앉아 머루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새콤달콤한 머루 맛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이 맛이 있었습니다. 숨어 있던 바람이 우우 불었습니다.
대나무들이 가벼운 진저리를 쳤습니다.
“이 소리 많이 들어 본 새 소리 아니야?”
여리게 울리는 방울 소리 같기도 하고 어쩌면 방울새 울음소리 같은 고운 소리가 들려와 여주는 귀를 모았습니다.
“이 소리? 바로 저 초록 모자 대나무가 내는 소리야. 여주 네가 오니까 좋아서.”
입 안에 머루를 가득 물고 가람이는 숭을 떨었습니다.
“대나무가 어떻게 새소리를 내니?”
너무 신기하여 여주는 큰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새소리가 아니고 방울 소리야.”
“아! 네가 두고 간 모자랑 방울을 머리에 덮어 쓰고 선 대나무!!”
여주는 가람이가 지난 봄에 대나무 숲에 놀다가 흘리고 간 모자와 방울을 죽순을 때 꿰차고 올라가 어느새 하늘 높이 치솟은 대나무를 알고 있습니다.
“응!”
유별나게 큰 머리를 가람이는 끄덕이였습니다.
십 미터도 더 키를 올린 대나무는 가람이의 초록 모자를 벗어 줄 생각은 않고, 가을 하늘을 떠받들고 몸을 흔들흔들 흔들고만 있는 것을 여주는 올려다보았습니다.
“모자 쓴 대나무! 방울을 흔드는 대나무! 방울소리가 새 소리보다 더 듣기가 좋아■.”
눈이 시리도록 파아란 가을 하늘을 향해 모자와 방울을 달고 우뚝 선 대나무가 너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고마워■”
가람이의 깊은 속내를 모르고 트집을 부린 것이 미안해 여주는 사과의 말을 했습니다.
이때였습니다. 인기척이 들렸습니다.
“??■”
“너희들 맛있는 것 먹고 있구나? 나도 좀 줘!”
언제 뒤따라 왔는지 담임 이은혜 선생님이 대나무가지를 헤치고 천천히 걸어 오며 하얀 손을 흔들었습니다.
“선생님!!!!”
가람이는 얼른 손에 들려 있는 머루 송아리를 이 선생 손에 놓아 드렸습니다.
“어쩌면!!”
머루 알을 입에 넣은 이 선생님은 너무 좋아 실눈을 감고 아기 마냥 도리질을 했습니다.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하고 여주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내가 누구니? 초록 모자와 방울을 달고 선 이 대나무도 알고, 너희 둘이가 여름 내 만들어 놓은 대나무 숲길도 알고 있지.”
“녜?!!”
둘이가 똑같이 놀라 맑은 눈을 크게 치뜨며 사뭇 놀랐습니다. 대나무 숲 사이로 열린 좁다란 길을 이 선생이 앞서 걸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이 선생이 혼자 말을 했습니다.
우우 바람이 불었습니다.
대나무들이 또 진저리를 쳤습니다. 방울 소리가 아슴히 들려 왔습니다.
초록 모자를 쓴 대나무가 청푸른 가을 하늘을 이고서 머리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이 꽃!”
뒤따라 대나무 숲 속 길을 걷던 가람이는 하얗게 웃고 있는 바람꽃 한 송이를 꺾어
이 선생 손에 쥐어 드렸습니다.
“어쩌면! 바람꽃 아니야?!”
꽃송이를 받아 든 이 선생이 너무 좋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맞아요.”
“지각을 했네■”
이 선생님은 늦봄에 피는 바람꽃이 뒤늦게 가을에 핀 것이 신통하여 말했습니다.
“세상이 어지러우니까 바람꽃도 정신을 못 차리고■”
뽀얀 바람꽃을 들여다 보고 있는 이 선생을 올려다 보며 가람이가 말했습니다.
“나는?”
뾰로통해진 여주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알았어!”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 가람이는 바람꽃을 한 송이 꺾어 또 하나의 바람꽃으로 서있는 여주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요,요■“
방울소리가 신묘한 소리를 내었습니다.
“어쩌면 방울 소리가 새소리보다 더 아름답게 들려, 그치?!”
이 선생이 감격하여 말했습니다.
여주는 어느 새 뽀얀 바람꽃을 머리에 꽂고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여주, 네가 바람꽃이다!”
부끄러운 듯 한 마디 내뱉고는 대나무숲길을 아기 고라니가 되어 발맘 발맘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무엇이라?”
“아무 것도 아니야. 좋다고 했어”
“날, 바람꽃이라며.”
“응, 넌, 예쁜 바람꽃!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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