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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내 말이 맞아, 고래얍!

창작동화 이금이............... 조회 수 1516 추천 수 0 2005.07.24 14:02:01
.........
˝바보같이 동찬이 하나를 못 이긴단 말야?˝
고우니 뺨에 난 상처를 본 아빠의 얼굴이 시뻘개졌어요. 유치원에서 싸우다 동찬이가 고우니 얼굴에 블럭을 던졌다는 거예요.
동찬이네 엄마랑 푸르니네 엄마는 친구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둘도 없는 단짝 친구였다나요.
푸르니네가 작년에 별빛마을 아파트로 이사온 것도 동찬이네가 먼저 와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푸르니랑 고우니랑 동찬이는 해오름 유치원에 함께 다닙니다. 일곱 살인 푸르니는 기린반이고 다섯 살인 고우니랑 동찬이는 사슴반입니다. 지금은 아빠끼리도 친구가 되었지요.
˝푸르니, 너는 동생 얼굴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가만히 있었어? 나중에 복수라도 해줬어야 할 거 아냐. 너희들은 한 핏줄을 타고 난 자매잖아. 무조건 동생 편을 들어야 하는 거야.˝
아빠가 붉으락푸르락 얼굴 색을 바꿔가며 푸르니를 야단쳤어요.
˝이이가 애들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애들이 놀다 보면 싸우기도 하고 상처도 나는 거지. 지난번에 동찬이 놀러 왔을 때 고우니가 밀어서 머리 다쳤던 건 생각 안 나요?˝
엄마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어요.
˝사내애 머리에 혹 좀 난 거 하고 계집애 얼굴에 상처 난 거하고 같애? 벌써 몇 번째야? 계집애 얼굴에 흉터 남으면 책임진대?˝
아빠가 이번엔 엄마에게 화를 냈어요.
머리에 혹 좀 난 거라니요! 문갑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피까지 났었는데요.
아빠가 약국에 가서 청심환을 사다 동찬이한테 먹이기까지 하고서요.
˝가만, 그 뒤로 동찬이가 고우니를 부쩍 더 때리는데. 혹시 동찬이 아빠가 그러라고 시키는 거 아냐?˝
아빠가 문득 생각난 듯 말했어요. 그때 동찬이 아빠는 속상한 얼굴을 억지로 감추며,
˝고우니는 여자애가 이렇게 우악스러워서 어디 시집이나 제대로 가겠어?˝
했었지요. 물론 아빠는 지지 않고 맞받아 쳤죠.
˝이 친구가 신문도 안 보고 뉴스도 안 보나. 이 애들이 커서 결혼할 때쯤이면 신부감이 모자라서 난리가 난대. 남의 딸 걱정 말고 그 집 아들 걱정이나 하시지.˝
엄마들이 말리지 않았으면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될 뻔했다니까요.
˝정 고우니. 이리 와 봐.˝
아빠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고우니를 불렀어요. 동찬이랑 싸운 것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뺨에 난 상처 때문에 기억을 떠올린 고우니는 아빠 옆에 섰어요.
아빠는 ˝얍! 얍!˝ 기합을 넣어가며 태권도 시범을 보였어요.
˝고우니, 너 앞으로 동찬이가 또 때리면 이렇게, 이렇게 해. 또 맞거나 지고 들어오면 혼날 줄 알아. 기합을 팍팍 넣어서 기를 죽이란 말야.˝
아빠는 기운차게 ˝얍! 얍!˝ 소리를 지르며 발차기도 하고, 주먹을 내뻗기도 했어요. 하지만 고우니는 착한 동찬이하고 별로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오늘도 사실은 고우니가 먼저 동찬이가 블록으로 만든 집을 부숴뜨렸거든요. 고우니 뺨에 상처가 나긴 했지만 운 것도 동찬이고요.
˝얌마, 그렇게 힘없이 하면 어떻게 해. 세게 내뻗으란 말야.˝
그제서야 고우니도 ˝얍! 얍!˝ 고함을 지르며 아빠를 따라 연습을 했지요.
그때 동찬이네 아줌마한테서 푸르니를 보내라는 전화가 왔어요. 총각김치를 담갔는데 맛있으니 가져가라고요.
푸르니와 고우니는 손을 잡고 옆 동에 사는 동찬이네 집으로 갔어요.
˝또 동찬이한테 당하면 혼날 줄 알아. 무조건 이겨야 돼. 한 대 때리면 넌 두 대 때리란 말야. 아들 있다고 재는데 딸 하나가 열 아들 안 부럽다는 걸 알아야지.˝
집을 나설 때 아빠가 한 말이었어요. 푸르니와 고우니는 아빠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동찬이네 아저씨는 아들이 있다고 재기는커녕 날마다 푸르니 고우니 같은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는데요.
˝고우니야, 우리 집에 붕어 있다. 금붕어!˝
동찬이는 문을 열어주기가 무섭게 고우니의 옷소매를 잡아끌며 소리쳤어요.
동찬이 역시 고우니랑 싸웠던 기억 따윈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어딨는데?˝
푸르니와 고우니는 아줌마한테 인사하는 것도 잊고 탁자 위에 놓여진 어항 옆으로 달려갔어요.
어항 속에는 빨강, 검정, 얼룩 무늬의 금붕어들이 지느러미를 살랑살랑 흔들며 헤엄쳐 다니고 있었어요. 물풀 사이로 공기 방울이 뽀글뽀글 올라가는 것이 재미나 보였어요.
˝어? 고래다!˝
고우니가 검정색 금붕어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고우니 눈에는 검정색 금붕어가 고래로 보였나봐요.
˝아냐. 이건 금붕어야. 그렇지, 누나?˝
동찬이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푸르니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푸르니는 어떻게 해야할지 망서려졌어요. 아빠가 무조건 동생 편을 들어야 한다고 했잖아요. 푸르니가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고우니가,
˝아냐, 고래 맞아! 언니, 고래 맞지? 아기 고래 말이야.˝
하고 우겼어요. 고우니 말을 듣고 보니 정말 아기 고래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고래라고 해도 아기는 작을 테니까요.
하지만 고래는 바다에서 사는 동물이잖아요. 그래도 그냥 고우니 편을 들어야 하는 건지, 푸르니는 머리속이 복잡해졌어요.
˝아냐, 고래 아니고 금붕어야. 가게 아저씨가 분명히 금붕어라고 그랬단 말야. 그치? 엄마.˝
동찬이가 답답하다는 듯 엄마를 불렀어요.
그때였어요. 갑자기 고우니가 아빠한테 배운 대로 다리를 척 벌리고 서더니 주먹을 쥐었어요.
푸르니와 동찬이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보았겠죠. 고우니는 부르쥔 주먹을 힘차게 앞으로 내뻗으며 금붕어가 화들짝 놀랄 만큼 크게 소리를 질렀어요.
˝내 말이 맞아, 고래-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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